[이야기 미술놀이] 토끼와 거북이 인형극
아이들과 집에서 즐거운 인형극 놀이하기
[연재] 이야기가 있는 미술놀이 - 엄마와 함께 이야기하며 미술놀이 하기
넷째 마당 ? 토끼와 거북이 인형극
지난 달 어린이집에서 윤이 친구에게 토끼 얼굴을 그려주었다.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연이는 잠시 후 토끼 얼굴을 많이 그려 달라고 했다. 이렇게 시작된 토끼 얼굴 그리기는 며칠 동안 계속되었고 나는 수없이 연이에게 토끼얼굴을 그려주어야만 했다. 토끼 얼굴 그리기에 지칠 무렵 연이에게 이젠 스스로 그려보라 했더니 쓱쓱 토끼를 거침없이 그려냈다.

토끼 그림은 쌓여가고 연이는 토끼얼굴을 그려서 오리는 놀이까지 하게 되었다. 윤이도 샘이 났는지 자기는 더 잘 그린다며 토끼 몸통까지 그려 한껏 뽐내었다. 윤이까지 토끼그리기에 참여하는 것을 보며 나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우리 토끼를 막대인형처럼 만들까?” 그랬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윤이는 “토끼와 거북이 하자”라고 말하고는 토끼와 거북이 책을 가져와 등장인물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윤이는 토끼, 거북이, 바위, 소녀토끼들을 그려서 오렸고 나는 종이를 막대처럼 돌돌 말아 그림뒷면에 붙여주었다. 왜 바위를 그렸는지 엄마가 궁금해 하자 책을 펼쳐 보여주며 바위는 소녀토끼들이 앉아서 구경하는 곳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는 출발점, 결승점이 필요하다고 엄마에게 부탁했다. 그림과 글씨들을 각자의 위치에 놓은 후 윤이는 출발점에 파란선을 하나 붙였다.

엄마 : 여기에 선은 왜 붙인 거야?
윤이 : (출발점의 파란선을 가리키며) 여기 밟으면 탈락이야.
엄마 : 왜?
윤이 : 공에 세 손가락 끼워서 던지는 거 있잖아.
엄마 : 어. 볼링?
윤이 : 응, 그거처럼 선 밟으면 탈락하는 거 있을지도 모르잖아.
윤이가 5살 때 볼링을 한 번 친 적이 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는 인형극에 적용하는 것을 보면서 윤이의 사소한 경험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스럽게 또 느끼게 되었다.

드디어 엄마의 해설을 들으며 윤이가 차근차근 인형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옆에서 덩달아 신이 난 연이는 맘대로 하다가 오빠에게 한차례 혼이 났다. 엄마가 어떻게 하는 것인지 동생에게 설명을 해달라고 부탁하자 윤이는 마지못해 연이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설명을 들은 연이도 오빠를 따라서 제법 인형들을 움직일 수 있었고 나중엔 오빠의 거북이 인형을 빌려서 혼자서도 할 수 있었다.

연이의 토끼그림에서 시작된 토끼 인형극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인형극 후 윤이가 평가하길 엄마가 자세히 읽지 않아서 인형극이 너무 짧았다며 다음번엔 자세히 읽어 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늦은 밤에 불붙은 인형극이어서 빨리 마무리하고 자려고 대충 읽었는데 윤이에게 직접 그 말을 들으니 엄마의 맘을 들킨 것 같아 미안하기만 했다. 사실, 책 한권 읽는데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린다고... 엄마의 바쁜 맘으로 인해 맘껏 즐기지는 못했지만 다음번엔 제대로 읽어 주리라 약속한 후 잠자리에 들었다.
*칼럼니스트 황유순은 덕성여대 유아교육과와 교육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했다. 5년 동안 유치원 교사로 활동한 경력과 그동안 배운 지식을 총 동원하여 놀이를 통한 교육을 두 아이에게 실천하고 있다. 몸과 생각주머니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행복해하며 살고 있는 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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