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 전쟁을 가르치지 말라"
"어린이에게 전쟁을 가르치지 말라"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5.05.0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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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교육없는공동체를위한시민모임, 논평 내고 전쟁교육 중단 촉구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참여연대 외 1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전쟁교육없는공동체를위한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청소년 대상 전쟁교육에 종언을 고하라'라는 제목으로 논평을 4일 발표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전쟁교육을 중단하고 어린이의 주체성을 인정하는 교육을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모임은 논평을 통해 현재 한국 어린이의 삶의 질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논평에 따르면 한국 어린이의 삶의 만족도는 OECD의 기준으로 100점 만점에 60.3점에 불과하며, 학업 스트레스 지수는 50%를 기록했다.


시민모임은 한국 어린이들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기반을 둔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가장 큰 문제점으로 ▲안보체험 형태의 전쟁교육 ▲주체성을 박탈하는 폭력적인 교육 두 가지를 뽑았다.


특히 각종 안보체험 교육은 교육 내용과 과정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진행되는 탓에 각종 사고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2년 전 한 사설 해병대캠프에서 병영체험을 하던 학생 5명이 사망한 사고와 한 초등학교에서 안보교육 시간에 고문 장면을 상영해 아이들이 충격을 받고 불안증세를 보인 것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시민모임은 “어린이들은 삶의 결정권을 어른에게 비자발적으로 양도한 채 주체로서의 삶을 지속적으로 유예하도록 강요받고 있다”며 어른들의 명령에 순종하는 교육만을 받은 아이들이 세월호 참사 당시 바다에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끝으로 “국가는 공교육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맹목적인 복종과 경쟁적인 폭력의 문화를 가르치는 행위를 중단해야만 한다”며 “다양한 존재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삶의 태도를 경험하며 주체적으로 배움을 구성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논평을 마쳤다.


다음은 논평 전문이다.


어린이·청소년 대상 전쟁교육에 종언을 고하라
어린이날, 평화교육을 확충하고 국제규범에 의거하여 어린이의 존엄성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날 되어야


1. 2015년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안부를 묻는다. 각종 지표가 보여주는 한국 어린이들의 삶의 질은 매우 낮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3 한국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OECD 기준에 따라 측정한 국내 아동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전체 100점 만점에 60.3점을 기록, OECD 국가 가운데 꼴찌였다. 아동의 삶의 질에 관련한 사회적 기본여건을 표시하는 아동결핍지수 역시 54.8%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은 한국전쟁 이후 세계 최고수준의 해외 입양률을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기도 하다.


2. '2013 한국 아동종합실태조사'는 국내 아동들의 삶 만족도가 낮게 나타나는 원인으로 학업 스트레스, 학교폭력, 인터넷 중독, 방임, 사이버 폭력 등을 꼽았는데, 그중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학업 스트레스 지수는 같은 기준으로 진행된 유니세프의 조사 대상국 29개국 중에서 가장 높은 50.5%를 기록하였다. 2011년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 4차 국가보고서 심의에서 대한민국은 아동들이 겪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교육목표 등 개선방법을 강구하라는 권고를 받았음에도 현행 교육환경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3. 1989년 11월 20일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되고 1991년 대한민국이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서문은 아동이 '사회에서 한 개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되어야 하며 그 준비의 과정에서 '특히 평화, 존엄, 관용, 자유, 평등, 연대의 정신 속에서 양육되어야 함을 고려'하기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아동의 교육목표를 기술한 29조는 더욱 구체적으로 '인종적, 민족적, 종교적 집단 및 원주민 등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이해, 평화, 관용, 성(性)의 평등 및 우정의 정신'을 교육 목표로 삼아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4. 그러나 한국의 어린이들은 대부분 획일적이며 권위적인 학교 교육과 경쟁을 부추기는 선행 사교육의 구조 속에서, 개별 존재의 다양성과 존엄성을 존중하며 평화를 지향하는 교육보다는 적을 상정하고 차이를 강화함으로써 무장에 의한 안보를 지향하는 폭력적 전쟁교육을 전인격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이는 공교육 안에서 확장되고 있는 안보교육의 실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1년부터 전국의 군부대와 각 지역 교육청이 안보체험교육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 시작한 이후, 군 또는 군 관련 기관이 추진하는 아동·청소년 대상 준군사훈련은 지속적인 증가추세에 있다.


5. 이러한 안보체험교육들은 교육내용 및 교육과정에 대한 면밀하고 전문적인 검토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3년 7월에는 태안사설해병대캠프의 병영체험 훈련과정에서 5명의 학생들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으며, 그로부터 1년 후인 지난 2014년 7월, 서울 강동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현역 육군소령이 나라사랑교육 중 북한인권의 실상을 담았다며 삽화형태의 잔혹한 고문장면들이 포함된 영상을 상영하였다. 이에 충격을 받은 어린이들이 울음을 터뜨리는 등 불안 증세를 보여 결국 교사의 판단하에 교육이 중단된 사건이 있었다.


6. 언론에 이미 보도되었듯 해당 영상은 성인 장병들의 정신교육용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군·교육 당국 어느 쪽의 검토나 제지도 없이 초등학생에게 상영되었다. 이는 군 당국과 교육 당국이 아동·청소년 교육에 있어 얼마나 안이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전쟁교육 없는 공동체를 위한 시민모임'은 국방부에 해당 자료의 열람 및 정보공개를 요구했으나 초등학생에게도 상영된 영상을 '국가안보 등의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는 비상식적인 답변만을 듣고 있을 뿐이다. 군 안보교육 자료에 대한 공론화는커녕 투명한 정보공개에 대한 군 당국의 의지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7. '유엔아동권리협약'은 15세 미만의 아동·청소년들이 적대 행위에 직접 참여하지 않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어린이들이 탱크 조종간에 올라타거나 직접 총기에 손을 대보는 체험행사가 어린이날의 주요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상의 적을 상정한 환경에서 살상무기를 직접 만져보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유엔아동권리협약 위반이다. 평화와 관용을 경험하기 보다는 폭력과 적대감을 경험할 기회가 더욱 많은 것이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다.


8.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은 놀 권리를 박탈당했다. 이는 곧 어린이들 스스로 존엄한 존재로서 서로의 다름을 경험하고 조정과 조율을 주체적으로 몸과 마음을 통해 배워나갈 기회가 박탈되었다는 의미이다. 어린이들은 삶의 결정권을 어른에게 비자발적으로 양도한 채 주체로서의 삶을 지속적으로 유예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즉, 어른들이 지시하기 전까지는 가만히 있으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한국사회 곳곳에 촘촘하게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9. '가만히 있어라.' 구해주지도 못하면서 가만히 있으라고 강요했던 어른들의 명령에 수백 명의 고등학생이 깊은 바닷속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다. 지난해 4월 16일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는 책임지지도 못하는 어른들과 정부의 무능을 낱낱이 드러냈다. 다음 세대에게 미래가 있다고들 흔히 이야기하지만 어린이들의 생각할 시간과 꿈꿀 시간을 어른들의 욕심과 폭력적인 권위가 장악하는 한, 다음 세대가 꿈꾸는 미래는 결국 기성세대가 욕망하는 미래, 결국은 경쟁과 자본, 적대감과 폭력의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10. 어린이날을 맞을 때마다 새삼스레 다시 생각하게 되는 국제아동권리협약은 어린이들이 평화를 지향하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최선의 환경을 만들 책임을 당사국과 그 사회의 어른들에게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이 누릴 수 있는 권리들은 한국사회에서는 허울로만 존재할 뿐이다. 국가권력은 시민의 존엄성보다는 최고 권력의 철옹성을 지키기에 급급하다. 평화는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구호일 뿐, 삶과 사회 안에 평화의 가치가 녹아들 기회를 전혀 허용하지 않고 있다.


11. 전쟁과 그에 준하는 잔혹한 폭력의 시대를 경험한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겪은 아픔만큼이나 커다란 책임을 가진다. 다음 세대가 또다시 그 폭력을 경험하지 않도록,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존엄한 존재이자,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동료이다. 따라서 어른들은 어린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이 꿈꿀 수 있고, 사유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국가는 공교육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맹목적인 복종과 경쟁적인 폭력의 문화를 가르치는 행위를 중단해야만 한다. 어린이들의 유예된 존엄성과 삶에 대한 결정권을 인정하고 회복하는 것이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에게 주어진 의무이다.


12.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보호'의 탈을 쓴 폭력은 중단되어야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온갖 형태의 전쟁교육은 전면적으로 금지되어야 하며 다양한 존재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삶의 태도를 경험하며 주체적으로 배움을 구성할 수 있는 평화 감수성에 기반한 교육 프로그램들이 확충되어야 한다. 어린이날이야말로 어른들의 욕망에 따라 어린이를 훈육·주조하는 전통으로부터 탈피하여, 국제아동권리협약 및 관련된 국제적 규범에 의거하여 어린이의 행복한 삶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소통하는 날로 새로이 태어나야 한다. 이제는 적개심과 분노, 공포를 볼모로 하는 전쟁교육에 종언을 고하고 이해와 조정, 인내와 존재에 대한 경외를 기반으로 하는 평화의 문화가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끝.


전쟁교육 없는 공동체를 위한 시민모임
나눔문화  남북평화재단  비폭력평화물결  시민평화포럼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인권교육센터 들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통일맞이  평화교육프로젝트 모모  평화네트워크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평화바닥  평화재향군인회  한국진보연대  한국평화교육훈련원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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