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생명을 바꿔서라도 널 찾고 싶다"
실종아동법 제정 10년, 아직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

“소중한 나의 딸 유리야. 이 슬픔이 눈물이 제발 행복한 눈물이 되었으면 좋겠어. 너를 다시 볼 수만 있다면 아빠는 어떤 욕심도 내지 않을거야, 아빠 생명을 바꿔서라도 너를 찾고 싶다.”
세계실종아동의날(5월 25일)을 며칠 앞둔 20일 오후, 정원석 씨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딸을 위해 편지를 썼다. 편지를 읽기도 전에 눈물을 훔치는 정 씨. 정 씨의 편지에는 자식을 그리워하는 애절함이 가득했다.
“갓 태어난 너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항상 맑고 투명하게 자라라고 유리라는 이름을 붙였지. 그런 네가 아빠 곁에 없다는 게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구나. 세상에서 가장 맑은 너인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딸인데 살아있다면 제발 아프지 말고 고통 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길 너무나도 바란다. 이젠 그만 엄마, 아빠 곁으로 돌아와 주면 안 되겠니. 언제든지 네가 오는 날을 기다리고 있으마. 그립고 그리운 나의 분신아, 아프지도 슬퍼하지도 말아라. 그 모든 고통은 내가 다 가질테니 부디 다시 만날 날까지 넌 행복만 가지고 살아가거라. 사랑한다, 아가야.”

정 씨는 이날 보건복지부, 경찰청,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23층 컨벤션홀에서 개최한 ‘제9회 실종아동의 날 행사’에 참석해 딸 유리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행사장 곳곳에 자리한 실종아동 가족 등 참가자들은 편지를 들으며 눈물을 닦아냈다.
정 씨의 딸이 갑자기 사라진 것은 1991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의 길거리에서였다. 초등학생이던 유리는 동네에서 놀던 중 누군가에 의해 사라졌다. 함께 있던 친척 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 씨가 찾으러 나섰지만, 유리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렇게 딸을 찾아 헤맨 지 벌써 20여년이 흘렀다.
정 씨처럼 수십 년간 자식을 찾아 헤매는 실종아동 가족들은 애를 태운다. 자식의 생사조차도 확인하지 못한 가족들은 하루 빨리 아이를 만날 날만 손꼽고 있다. 이날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10주년을 맞이해 열린 기념행사에 참석한 가족들은 자식을 잃은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계 실종아동의 날은 1979년 5월 25일 미국에서 여섯 살의 에탄 파츠가 유괴 후 살해된 것을 기억하기 위해 1983년 제정됐다.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매년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실종 아동은 한 해 평균 2만여 명에 달한다. 복지부 등에 따르면 경찰에 신고된 실종 아동(18세 미만) 발생건수는 2011년 2만 809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2년 2만 7295명, 2013년 2만 3089명, 2014년 2만 1591명으로 조금씩 줄고 있다. 대부분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만, 일부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는다. 지난해 490명의 아동은 아직까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장옥주 복지부 차관은 “올해는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10년이 된 해다. 실종된 우리 아이들 중 일부는 아직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실종은 예방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하루 빨리 가정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청 이상원 차장은 “그간의 노력에도 실종아동 가족의 고통을 치유하고 아픔을 보듬기엔 부족한 점이 많음을 잘 알고 있다. 제도 개선도 중요하나 무엇보다 실종아동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 모든 실종아동이 가정으로 안전하게 돌아오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전했다.
(사)실종아동찾기협회 서기원 대표는 “이 자리에 다신 서지 않길 바랐는데 다시 서게 됐다. 코드아담제 도입 등으로 장기실종될 아이들이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제도적으로) 개정될 부분이 남아있다. 정부가 좀 더 신경써준다면 내년에는 이 자리에 가족들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행사를 마친 실종아동 가족들은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진행되는 ‘빅 위시’(Big wish) 캠페인에 참석해 실종아동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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