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동물을 가르치는 이유
[인터뷰] 동물지식그림책 시리즈 김영주 작가

동물은 많으나 존재하지는 않는 시대다. 텔레비전과 컴퓨터, 스마트폰 화면 속에 동물을 찍은 사진이나 영상, 캐릭터는 넘쳐나지만, 정작 현실에서 만날 기회는 드물기 때문. 대부분이 도시에서 나고 자란 우리 시대 아이들은 동물을 만날 기회가 적다.
그런데 우리는 계속 아이들에게 그림까지 동원해 동물을 가르치고 알려준다. 대체 왜?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동물지식그림책을 3권째 내면서 아이들에게 동물 이야기를 들려주는 김영주 작가를 찾아 그 답을 들어보기로 했다. 2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어린이 청소년 전문 책방 알모'에서 김 씨를 만났다.
◇ 인간이 최고는 아니에요
김영주 작가는 도시 출신이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제대로 키워본 동물이라고는 병아리 두 마리가 다다.
"그래서 더 동물이 신기했나 봐요."
초등학생 때 동물을 연구하는 사람이 되리라 꿈을 품었고, 대학생이 됐을 때 생물학을 전공했다. 대학원에서는 줄기세포를 연구했고,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카톨릭대에서 비교해부학을 강의했다. 어린이 책을 쓰기 시작하고 나서는 '하얀 쥐 이야기', '뼈 없는 동물 이야기', '뼈 있는 동물 이야기' 등 주로 동물을 주제로 집필했다.
26일 출간한 '대장이 위험해!'는 그가 2012년부터 집필해온 '동물지식그림책' 시리즈의 3번째 책이다. '동물지식그림책'은 동물원 사파리가 배경이다. 다양한 동물을 한곳에 모으면서도 자연 상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호랑이부터 달팽이까지 어울려 산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사파리예요. 동물을 통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살도록 하는 사파리는 없거든요."
그는 책마다 이빨, 발, 피부를 주제로 동물들의 특징을 소개했다. 생명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부분, 환경에 적응하면서 가장 극적으로 변한 부분을 주제로 삼았다. 동물들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서 생존해왔는지, 각기 살아온 길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 접근 방식에 그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숨어있다.
"동물도 사람과 같은 생명이에요. 모든 동물과 사람은 각자 처한 환경에서 최고로 적합한 모습으로 진화했죠. 어떤 것이 더 우월하다고 할 수 없어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봐야 해요."
책에 등장하는 인간, 사육사도 동물들의 관리자가 아니라 친구다. 땀 흘리는 사육사에게 다람쥐가 "아저씨는 오줌을 얼굴로 싸요?"하고 묻는 장면은, 동물의 눈에는 우리도 신기하고 별난 동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 멀리 나가지 않아도 돼요
그는 자녀들과 종종 산책을 나간다.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집 근처에서도 자연을 만날 수 있다. 밤에 나가면 눈을 제외한 다른 감각 기관이 살아나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수분을 머금은 풀 냄새와 짝을 애타게 찾는 벌레의 노랫소리는 어둠 속에서 더 강렬하다.
알레르기 때문에 털이 있는 동물을 키우지 못하지만, 물고기나 곤충 등을 집에서 키우기도 했다. 알에서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는 모습, 수명을 다하고 생을 마치는 모습을 아이들이 지켜보도록 했다.
"동물을 직접 키워본 아이들은 생명을 함부로 해치지 않아요.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고 자라는 데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지 깨닫게 되기 때문이죠. 기왕 동물을 키우기로 했다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중요해요. 감당하지 못한다고 아무 데나 버리면 아이들도 그 모습을 보고 배워요."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동물을 대표하면서 동시에 인간을 상징한다. 그래서 김 씨는 다양한 동물 중에 달팽이를 대장으로 세웠다. 강한 발톱을 가진 호랑이와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상어도 나이 많은 달팽이의 의견을 따른다.
"달팽이처럼 조용하고 약해 보이는 아이도 대장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힘센 호랑이도 다른 동물들과 어울리며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김 씨는 동물을 공부할 대상으로 여기지 말고, 공존하는 생명으로 여겨주길 부탁했다.
"동물을 사랑하고 알고 싶은 마음은 다양한 인간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어져요."
이것이 김 씨가 그림책을 쓰고, 우리가 찾아 읽는 진짜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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