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양립 정책, 이제는 달라져야"
홍승아 선임연구위원 "성평등 관점에 기반한 정책 추진돼야"
출산전후휴가, 육아휴직, 보육정책은 대표적인 일·가정양립 정책이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아동의 80% 이상이 보육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출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 이용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사람들은 출산을 미루고, 출산을 하더라도 마음 편히 일가정양립을 실현하지 못한다. 일·가정 양립 정책이 현실과는 한계가 있다는 원성도 높다. 왜 여전히 부모들은 출산을, 육아를 불안해 할 수밖에 없을까?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9일 오후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진행된 ‘저출산 추세 반전을 위한 근본적 해법 모색’ 토론회에 참석해 현 일·가정 양립 정책의 한계를 되짚고 나섰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일·가정 양립 지원의 핵심요소인 노동시간 정책 등의 미비함, 여성 중심 정책의 한계 등을 꼬집으며 새로운 일·가정 양립 정책이 마련돼야 함을 강조했다.

◇ “여성 중심 정책, 남성까지 확대해야”
먼저 지금까지 여성 중심으로 마련된 일·가정 양립 정책을 남성으로까지 확대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성평등 관점에 기반한 일가정양립 정책의 추진을 노력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여성, 노동 시장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온 정책의 범주를 확장시킴과 동시에 남성, 가족의 영역을 주요 정책 범주로 포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육아휴직 제도는 남녀가 각각 1년씩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지만, 제도 시행 10여년이 지나오도록 남성의 실제 육아휴직 이용률은 2~3% 수준에 머무른다. ‘출산 및 육아휴직 현황(2013년 1월기준)’에 따르면 2012년 이용자수는 여성 6만 2279명, 남성 1790명으로 여성이 전체 이용자의 97%를 차지하는 반면, 남성은 3%에 불과하다.
이에 홍 선임연구위원은 “이 문제에 대한 유럽연합이나 스웨덴에서의 해법은 더 많은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며 “노동시장 내 성차별을 먼저 없애기보다는 거꾸로 남성이 가족영역으로 들어가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더 빠를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육아의 주책임을 맡고 있는 여성들은 노동시간 단축이 용이하지 않을 경우 더 쉽게 노동시장을 퇴장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시간을 남녀가 보다 평등하게 분배하고 가정에서의 시간배분도 보다 동등하게 나눠야 한다는 점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제도적 개선방안은 ‘남성할당제’나 ‘인센티브제도’의 도입이다. 아이슬란드에서는 2003년 개정된 ’3+3+3 부모휴가제도 모델‘을 통해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똑같이 3개월씩의 쿼터를 두고 있다. 아버지할당제 도입의 효과는 남성들의 부모휴가 사용률이 증가한 시기가 제도 도입 시기와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전 생애주기 고려한 일·가정 양립 정책 확대 필요
특히 생애주기를 포괄한 일·가정 양립 정책 방향으로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근로생애주기 내 일·가정 양립의 위험은 훨씬 광범위하게 나타나지만, 현재 주요 일·가정 양립 정책인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은 근로생애주기의 극히 짧은 기간에 해당될 뿐이다. 육아휴직 후에도 취업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라는 것.
홍 선임연구위원은 “육아휴직 후 취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보육서비스의 안정적인 지원, 유연근무제를 통한 일·가정 양립 지원 등 다양한 정책 스펙트럼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고령화사회가 심화됨에 따라 일가정양립의 범주도 일·자녀양육의 병행뿐 아니라 가족 돌봄의 문제가 점차 확산될 것이다. 따라서 일·가정돌봄의 병행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장시간 근로 문화를 해결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가정 양립 제도가 잘 정착되지 못하는 문제는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장시간 근로 문화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한정된 하루의 시간을 노동시간으로만 보내는 현실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자녀양육의 시간, 가족돌봄의 시간적 여유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적절한 노동시간의 조정을 통해 가족시간을 확보하는 방안으로의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홍 선임연구위원은 “일·가정 양립 제도의 기업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족친화제도와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일·가정 양립에 대한 기업의 관심을 유도하고 인식을 개선함으로써 일·가정 양립 제도의 도입과 시행을 촉진할 수 있는 강력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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