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뒤덮은 메르스 공포, 끝은 어디인가
전국 뒤덮은 메르스 공포, 끝은 어디인가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5.06.11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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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 환자까지 발생···“믿을 수 있는 정부 원해”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가 대한민국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국민들은 서로를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아이들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가 아닌 집안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다. 임신부, 노인들은 병원에 갈 일을 만들지 않거나 이미 예약한 진료도 취소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고 20여일이 지난 지금의 대한민국 모습이다. 11일을 기준으로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밝힌 메르스 확진자는 모두 122명. 더 이상의 확산은 없다고 자신하던 정부의 주장이 무색하다. 대한민국에 깊게 스며든 메르스 공포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 메르스 공포의 시작은 ‘정부의 초기 대응’ 원인

 

98번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서울 양천구 메디힐병원이 11일 오후 2시부터 통제된 가운데 병원 5층에서 한 여성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98번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서울 양천구 메디힐병원이 11일 오후 2시부터 통제된 가운데 병원 5층에서 한 여성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메르스가 발병한 지난달 20일로 거슬러 가면 메르스 공포의 시작은 정부의 부적절한 초기 대응으로 꼽을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초기 대응이 굉장히 중요하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인 사스 사태의 경우 중국, 홍콩, 캐나다 등에서 사스에 감염돼 사망하는 사례가 넘쳐났지만 당시 정부의 강경한 초기 대응에 한국인 감염자는 4명에 그쳤다. 사망자는 1명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 정부는 메르스 위험지역을 다녀온 환자가 메르스 감염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안일하게 대응해 메르스를 확산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첫 번째 환자에 대한 발 빠른 검사와 격리 조치 등이 이뤄졌다면 전 세계 메르스 발병국 2위라는 오명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낙타가 있지도, 낙타고기를 먹지도 않는 대한민국은 다른 중동국가를 제치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메르스 환자가 많은 국가가 됐다.

 

특히 국민의 건강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하는 병원에서 메르스가 일파만파 확산됐다는 것도 안타까운 점으로 꼽힌다. 국민들은 문제의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머물고 있다는 정보조차 제공받지 못한 채 병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방문하면서 메르스에 감염됐다. 또한 메르스 의심 환자들이 적절한 안내를 받지 못해 다른 병원을 전전하면서 메르스 확산에 큰 영향을 줬다. 무엇보다 초기 메르스 발생병원을 공개하지 않은 정부의 태도도 메르스 확산에 큰 몫을 했다는 지적이 많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7일 “초기 정부대응의 실패는 바로 비밀주의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메르스 방역에 있어서 가장 최고의 처방약은 바로 ´투명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또한 “이럴 때일수록 우리 모두는 소통과 협력으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이 공포는 감춰져서도 안 되고, 또한 부풀려져서도 안 된다. 그럴 경우에 분열이 일어나게 되고 공포는 키워지게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최초 임신부 환자 발생···면역 취약계층 위한 대책도 필요

 

국내 첫 메르스 임신부 환자가 양성 판정을 받은 가운데, 지난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동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앞 임시 격리 진료소 앞을 한 임신부가 배 위에 손을 얹고 보호자들과 함께 지나가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국내 첫 메르스 임신부 환자가 양성 판정을 받은 가운데, 지난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동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앞 임시 격리 진료소 앞을 한 임신부가 배 위에 손을 얹고 보호자들과 함께 지나가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현재 정부는 메르스 전파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지자체게 메르스 대응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또 지자체와 협의해 격리대상자 관리체계를 강화하면서 지자체와 적극 소통해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다양한 방법을 통해 요양기관(의료기관 및 약국) 내에서 메르스 접촉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조회체계를 구축하는 등 확산 방지에 앞장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3차 감염을 넘어서 지역사회 감염의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건강 취약계층에 대한 보다 높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국내 첫 메르스 임신부 환자가 발생하며 면역력이 약한 국민들의 걱정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11일 삼성서울병원에 노출된 확진 환자 중 임신부(39)가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이 임신부는 이달 중순 출산을 앞둔 만삭의 임신부로 지난달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병동에 입원해 있다가, 응급실에 있는 어머니를 면회하기 위해 찾았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임신부의 경우 항바이러스제(리바비린), 인터페론 등을 투여하기 어렵기 때문에 증상을 지속 관찰하면서 대증요법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 면역력이 약해 감염에는 취약해도 산모와 태아의 안전을 고려해 적극적인 치료가 어려운 것이다. 임신부는 적어도 한 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병원을 방문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임신부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제일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한국마더세이프전문상담센터 센터장)는 “임신부의 경우 메르스 감염 시 태아사망, 조산, 저체중아 위험이 보고되고 있는 만큼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진찰을 받아야 한다”며 “임신부는 폐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저산소증과 면역기능 감소로 각종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할 수 있어 일반인보다 더 적극적으로 감염 예방에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메르스가 어린이로 확산되는 사태도 적극 막아야 할 과제로 꼽힌다. 지난 10일 성남시에 거주하는 메르스 확진판정 환자의 자녀로, 발열 증상을 보여 메르스 감염 의심을 받은 10세 미만 어린이는 다행히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1차 검사는 기침 등의 본격적인 증상을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한 것으로, 2차 검사 결과를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메르스가 어린이까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재 각 지역마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를 휴원 및 휴교하는 조치를 내리고 있다. 현재 서울 양천구는 관내 360개 어린이집 중 203개 어린이집을 휴원 조치했으며, 49개 유치원과 9개 초등학교에도 휴교 조치를 내렸다. 부천시 등 경기도 지역과 원주시 등 강원도 지역의 어린이집은 물론, 지역별 초등학교도 휴교 결정이 내려진 상태다.

 

그러나 11일 오전 기준 메르스로 방역당국에 의해 격리된 사람이 3805명(자가 격리 3591명, 기관 격리 214명)으로 집계되는 상황에서 지역사회 내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일 시점이다. 특히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이 아닌 외래 진료를 받은 한 여성이 메르스 환자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도 나온 만큼, 4차 감염 등을 고려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 정부 “과도한 불안 자제”···부모들 “믿을 수 있는 정부 원한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단체가 메르 재앙 확산시킨 박근혜 정부 규탄 및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단체가 메르 재앙 확산시킨 박근혜 정부 규탄 및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하지만 여전히 정부는 병원 감염에만 국한된 대책은 물론, 메르스 사태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만 곤두선 모습을 보이는 형국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국무총리 직무대행)는 지난 10일 메르스 관련 대국민 담화문에서 “메르스는 의료기관을 통해서만 전파되고 있다. 병원 내 감염과 병원에서 병원으로의 전파는 막는 것이 메르스 확산 방지에 가장 중요한 열쇠”라며 “과도한 불안과 오해를 가지지 마시고 일상적 활동을 해 달라. 또한 메르스 발생지역에 대한 소비기피 등 근거 없이 과도한 행동을 자제하시고 주말 여행이나 일상적인 경제활동은 평상시처럼 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11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메르스 때문에 서민과 자영업자가 일하는 마트, 시장, 음식점에 손님이 없어 걱정이다. 빨리 끝내서 시름을 덜어드려야 한다”며 “전국의 새누리당 당원들은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지 말고 예정대로 실시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메르스 확진자 122명에 사망자 9명, 현재 상태가 불안정한 환자가 13명(11일 오전 기준)이다. 하루하루가 넘어갈수록 메르스 감염자수가 주춤하기는커녕 지속적으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번 주가 고비”라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결국 정부의 이런 낙관적인 행보가 메르스 사태의 주범이 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메르스특별위원회의 야당 간사인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1일 “정부가 낙관론을 너무 서둘러 피는 것은 좋지 않다. 아직은 예측하기 쉽지 않다"며 "낙관론을 정부가 얘기하다가 잘못되는 일이 생기면 국민들이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이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두 아이를 키우는 정진영(32) 씨는 “아직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 그저 믿으라고, 과잉 대응하지 말라고만 말고 정확한 대응과 신뢰를 주는 게 가장 필요할 때”라며 “아이들은 현재 어린이집도 못가고 집에만 갇혀있다. 이 아이들이 안전하게 거리로 나갈 수 있도록 신뢰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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