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확산 우려' 메디힐병원 폐쇄되던 날
'3차확산 우려' 메디힐병원 폐쇄되던 날
  • 정가영 이기태 소장섭 기자
  • 승인 2015.06.11 2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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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현장] 폐쇄 조치된 메디힐병원 가봤더니

【베이비뉴스 정가영 이기태 소장섭 기자】

 

메디힐병원이 오늘 서울시로부터 폐쇄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곳은 98번 메르스 확진환자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머문 곳입니다. 이곳에서 그는, 무려 257명과 접촉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간은 환자의 메르스 전염성이 가장 왕성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울시는 메르스 환자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판단으로, 오늘 폐쇄 조치를 내렸습니다.

 

메디힐병원은 오늘 하루 종일 주요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렸습니다. 그만큼 전 국민의 관심이 이곳으로 집중됐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2차 확산의 진원지가 되고만 삼성서울병원의 사례와 같이, 메디힐병원이 3차 확산의 또 다른 진원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양천구내 320개의 어린이집 중 203곳이 휴원에 들어갔고, 유치원 49개원, 초등학교 9개교가 휴교 조치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오늘 메디힐병원 주변을 취재했습니다. 98번 환자가 머무는 동안, 어린이집에 다니는 미취학 아동들이 메디힐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사실이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메디힐병원 주변 취재를 하던 중, 메디힐병원 별관 출입문으로 사람들이 출입을 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우리 사진기자는 길 건너편 쪽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오늘 폐쇄 조치된 병원인데,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출입을 한다는 것은 놓칠 수 없는 장면이었기 때문입니다.

 

11일 오후 폐쇄 조치가 내려진 서울 양천구 메디힐병원 별관 출입문으로 마스크를 한 여성이 들어가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11일 오후 폐쇄 조치가 내려진 서울 양천구 메디힐병원 별관 출입문으로 마스크를 한 여성이 들어가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11일 오후 폐쇄 조치가 내려진 서울 양천구 메디힐병원 별관 출입문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한 여성이 들어가자 남성 2명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11일 오후 폐쇄 조치가 내려진 서울 양천구 메디힐병원 별관 출입문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한 여성이 들어가자 남성 2명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우리 사진기자는 곧 바로 길가에 세워둔 취재차량으로 돌아와 문을 열어놓은 채, 차량 안에서 취재한 사진 편집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하얀색 마스크를 한 남성 2명이 다가와서, “왜 사진을 찍느냐, 사진을 지워라”고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메디힐병원 취재를 하러온 베이비뉴스 사진기자인데, 누구시냐’고 신원 확인을 요구했는데, 이들은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카메라를 가리키면서 막무가내로 사진 삭제를 요구했습니다.

 

위협은 느낀 사진기자는 재빨리 차량 문을 닫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계속 차량 창문을 두드리면서 사진을 삭제할 것을 요구해왔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더니 2명의 남성이 더 차량으로 다가왔습니다. 총 4명의 남성이 차량을 둘러싸고 계속 차량 문을 두드리고, 사진기자는 차량 안에 고립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사진기자는 112로 전화를 걸어, 경찰 출동을 요청했고 곧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경찰 입회하에 사진기자는 4명의 남성들과 차량 밖에서 대화를 나눴습니다. 사진기자는 이들에게 명함을 건넸고, 재차 누구인지 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명함은 받을 수 없었고, 소속과 이름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경찰 측에만 메디힐병원 직원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들은 계속해서 사진 삭제를 요구해왔으나, 사진기자는 사진을 삭제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 오늘 취재한 사진을 보도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초상권 보호의 원칙도 지킬 것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불쾌감을 느꼈다”면서 사진 삭제를 요구해왔습니다. 이렇게 승강이가 꽤 오랫동안 지속되다가, 정체불명의 남성들은 경찰 측으로부터 사진 보도로 인해서 개인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경우 고소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서야 물러났습니다.

 

11일 오후 2시부터 폐쇄 조치가 내려진 서울 양천구 소재 메디힐병원 사진 취재를 하던 베이비뉴스 사진기자가 신원을 밝히지 않는 남성들에게 사진 삭제를 요구받고 있다. 차량 밖으로 나오라고 문을 두드리고 있는 남성.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11일 오후 2시부터 폐쇄 조치가 내려진 서울 양천구 소재 메디힐병원 사진 취재를 하던 베이비뉴스 사진기자가 신원을 밝히지 않는 남성들에게 사진 삭제를 요구받고 있다. 차량 밖으로 나오라고 문을 두드리고 있는 남성.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11일 오후 2시부터 폐쇄 조치가 내려진 서울 양천구 소재 메디힐병원 사진 취재를 하던 베이비뉴스 사진기자가 신원을 밝히지 않는 남성들에게 사진 삭제를 요구받고 있다. 차량 밖으로 나오라고 문을 두드리고 있는 남성.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11일 오후 2시부터 폐쇄 조치가 내려진 서울 양천구 소재 메디힐병원 사진 취재를 하던 베이비뉴스 사진기자가 신원을 밝히지 않는 남성들에게 사진 삭제를 요구받고 있다. 차량 밖으로 나오라고 문을 두드리고 있는 남성.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우리는 오늘 발생한 상황에 대해 메디힐병원 측의 공식 입장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폐쇄 조치된 병원 출입문으로 출입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출입 상황을 취재한 사진기자에게 왜 사진 삭제를 요구해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메르스 확산의 또 다른 진원지가 될 수도 있는 곳이기 때문에, 폐쇄 조치된 병원의 출입문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메디힐병원 측의 홍보를 맡은 곳을 통해서 공식 입장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메디힐병원에는 현재 격리 조치된 입원환자 79명이 있고, 이들을 케어할 의료진 8명, 그리고 식사 제공과 청소를 하는 직원 소수가 있다고 합니다. 오전에 갑작스럽게 폐쇄 조치가 내려져서 병원 측은 당황한 상태였고, 의료진과 직원들에 대한 출입은 허용 가능한 것으로 서울시로부터 확인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사진 삭제를 요구해온 남성들의 신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식사와 청소를 담당하는 하청업체 직원들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메르스 확진환자와 접촉되지 않은 건강한 직원이라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메디힐병원 측은 갑작스럽게 폐쇄 조치가 내려진 상황에서, 경황이 없어 벌어진 일이었다고 해명해왔습니다.

 

평소 언론과 접촉할 일이 없었던 직종의 분들이라, 당황해서 보인 반응이었던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 벌어진 이 같은 일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메르스 사태의 실상을 알리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모든 내용을 공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잘잘못을 따지려는 게 아니라, 메르스 사태의 최전선에서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국민들이 충분히 알아야 한다는 판단했습니다.

 

오늘 오후 발표된 양천구청의 자료에 따르면 병원 폐쇄는 23일까지 계속될 예정입니다. 오늘 폐쇄조치에 따라 외래환자를 포함해 메디힐병원에 입원중인 환자 및 보호자 97명은 병원의 입출입이 모두 금지됐습니다. 오늘 오전부터 병원 출입문은 전면 봉쇄됐습니다. 양천구청 측은 병원 전면에서 24시간, 2인 1조로 주민들의 병원 입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경찰의 협조를 받아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우리는 오늘 내보내는 이 기사가, 폐쇄 조치된 메디힐병원의 출입 관리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추가 감염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메르스 사태로 온 국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는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물 샐 틈 없이 대처하는 게 상책입니다. 온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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