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자도 엄연한 '노동자'입니다"
가사노동자 관련 단체, 가사노동자 보호 법안 시행 촉구 기자회견

지난 2일 종영한, 한국 사회의 갑과 을 문화를 풍자해 화제가 된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는 집안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파업 모습이 나왔다. 음식과 보육, 운전과 일정 관리 등을 담당하던 이들은 노동 조건을 개선해 달라며 집단행동에 나선다. 구두계약만 믿고 지냈던 지난 시간에 물음표를 달고 항의하면서 가사노동자들은 원하는 조건을 일부 얻어냈다.
현실에서도 가사노동자에 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1년 100차 총회에서 가사노동자도 다른 노동자와 동등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을 채택했고, 그다음 해 6월 16일을 '국제가사노동자의 날'로 선포했다.
전국가정관리사협회·한국가사노동자협회·한국YWCA연합회는 16일 제3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맞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사노동 보호입법을 신속하게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현장에는 각 단체에 소속한 가사노동자 60여 명이 참석해 노랑·파랑·초록색의 앞치마를 두르고 구호를 외쳤다.
여기서 말하는 가사노동자는 고용 관계를 맺고 가사노동을 하는 사람들로서 가사노동을 직업으로서가 아니라 가끔 또는 산발적으로만 하는 사람은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부터 가사노동자단체들과 노동사회단체가 연대해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가사노동자 보호입법을 발의하는 등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입법 활동은 올해 들어 정부가 나서면서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고용노동부는 '가사서비스 이용 및 가사종사자 고용 촉진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올해 하반기에 시행하겠다고 2월 24일 밝혔고, 현재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 법안의 세부 내용을 협의 중이다.
'가사서비스 이용 및 가사종사자 고용 촉진에 관한 특별법'의 주요 내용은 가사노동자도 4대 보험에 가입할 수 있고,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퇴직금과 근로장려금, 실여급여 등을 주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가사노동자를 4대 보험에서 제외하고 있다. 또 정부가 지원하는 돌봄 서비스 종사가 아니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휴일을 보장받지 못한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하루 빨리 가사노동을 보호하는 법안이 시행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는 "가사노동을 필수적인 서비스임에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 올해 안에 가사노동자의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을 보장하는 특별법을 시행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용순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서울남부지부장은 "파출부라는 편견 속에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며 가사관리사라는 전문직업인으로서 노력과 보람을 얻었다. 하지만 갑자기 일자리를 잃거나 다치면 당장 생계가 막막해지는 불안감에 늘 시달린다.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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