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보육예산이 정부가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국가 미래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는가?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보육예산을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비용으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어떻게든 예산을 깎는 데 많이 몰두하는 것은 아닌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보육진흥원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질의한 내용이다. 정부가 보육정책 발전에 대한 의지가 부족해 보육예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육예산 축소 논란의 중심에는 바로 '맞춤형 보육'이 있다. 정부가 전업주부의 자녀는 어린이집 시간을 제한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된, 바로 그 정책이다.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근로 사실이나 취업 준비 등을 증명할 수 있는 여성의 자녀만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다. 모든 영유아가 종일반을 이용하는 현행보다 자연히 보육예산이 줄어드는 정책이다.
보건복지부는 “전업주부를 차별한다”는 비판에도 내년부터 맞춤형 보육을 시행하는 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내년도 보육예산안에도 이미 맞춤형 보육을 반영해서 예산의 80%는 종일반, 20%는 맞춤반 예산으로 책정했다. 보육료를 모두 종일반 기준으로 지급하는 현행보다 비용을 줄인 것이다.
이로써 2016년 영아보육료 예산은 올해 예산인 3조 1377억 원에서 2조 9617억 원으로 1760억 원이 줄었다. 보건복지부는 맞춤형 보육을 도입해 절감하는 비용은 365억 원이며, 나머지 비용은 영유아 숫자가 감소했기 때문에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야당 의원들은 한국보육진흥원 국감에서 정부가 무상보육 정책을 축소하고 보육예산을 줄이고 있다며 공세를 펼쳤다. 정부 측 인사들은 야당 의원들의 주장에 즉각 반박에 나섰고, 맞춤형 보육은 서비스를 필요한 만큼 제공하려는 정책이지, 예산을 줄이려는 시도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재인 한국보육진흥원 원장은 “예산을 삭감하려는 시도라기보다는 합리화하는 차원에서 예산을 협의하는 중이라고 믿는다”며 “절감되는 예산은 보육예산에 재투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고,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관은 “맞춤형 보육은 보육서비스를 필요한 만큼 제공하기 위한 제도”며 “보육교사 근무환경개선비와 표준보육료를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3일에는 새누리당과 기획재정부가 보육료를 3% 인상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정부의 방침만 보면 맞춤형보육 도입으로 인해 절감되는 예산을 보육 사업에 다시 투자할 계획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6년도 예산안에는 이런 내용이 반영돼 있지 않다. 만 0~2세 보육료는 지원 단가가 올해와 같은 금액으로 책정됐고, 교사근무환경개선비 역시 동결됐다. 보육예산 전체를 보면 예산은 2.1% 감소했다.
정부는 예산을 편성하기 전부터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금까지 보육예산을 축소하려는 게 아니라고 주장을 펴고 있지만, 예산 규모는 사실상 축소된 것이 사실이다.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늘리겠다고 약속한 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고, 줄이려는 내용만 반영했다”며 “결국 보육예산을 늘리는 것은 국회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나 가능하게 됐다. 예산편성권을 가진 정부가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