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 전문가들, 국회에 더 많이 진출해야"
"보육 전문가들, 국회에 더 많이 진출해야"
  • 정리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5.12.0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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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가 만난 사람] 퇴임하는 한국보육진흥원 이재인 원장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보육정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 활동하고 있는 공공기관인 한국보육진흥원. 지난 3년간 한국보육진흥원의 제2대 원장으로 활동해 온 이재인 원장이 3년의 임기를 마치고 2일 퇴임했다.


이 원장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전문위원,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국장, 대통령실 고용복지수석실 여성가족비서관 등을 거쳐 2012년 12월 한국보육진흥원 원장으로 취임한 뒤, 보육정책을 꼼꼼하게, 부지런하게 챙기는 역할을 해왔다.


임기를 마친 이 원장은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새로운 도전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2ㅣ일 서울 용산구 한국보육진흥원 원장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보육진흥원을 떠나지만, 보육계를 떠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3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한국보육진흥원 이재인 원장. 이 원장은 부지런하고 꼼꼼하게 보육정책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3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한국보육진흥원 이재인 원장. 이 원장은 부지런하고 꼼꼼하게 보육정책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대담 = 소장섭 편집국장


- 퇴임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여기 올 때 하자고 마음먹은 일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가 반듯한 공공기관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진흥원을 특수법인으로 만들고, 예산 규모를 늘리고, 정원을 확대해 반듯한 공공기관으로서 위상을 갖게 하려고 했다.


두 번째로 관심을 둔 것은 어린이집 평가인증이었다. 평가인증이 10년간 운영되면서, 비록 현장에서 어려운 부분은 있었지만, 보육 질을 끌어올리는 데 이바지했다. 이제는 현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평가가 간소화돼야 한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일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다 완성된 걸 보지 못하고 떠나게 됐다. 이런 면에서 충분히 더 열심히 할 수 없었나 하는 마음이 좀 든다. 아쉽다고 해야 할까…… 그런 마음이 있다.”


- 임기 동안에 많을 일들을 했다.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일은 어떤 것이 있는가.


“직원들이 합심하고 협력해서 일하는 조직 문화가 자리 잡고, 공공기관다운, 각종 운영 지침, 규례 등의 기틀이 잡혔다는 점을 보람 있게 생각한다. 특히 공공기관이 잘 성장하려면 조직원들이 화합하는 문화가 중요한데, 이런 부분 많이 개선돼서 보람을 느꼈다. 제가 있는 기간에 이런 전진이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 이 원장이 재임하는 동안 진흥원이 역동적인 활동을 많이 했다. 대외활동도 많이 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장도 많이 열고 캠페인도 다양하게 펼쳤다. 진흥원의 존재감을 널리 드러내는 일을 많이 했다는 평가가 있다.


“미력이나마 진흥원이 자력으로 어린이집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부모들을 교육했다. 진흥원이 규모가 작고 인력도 부족하지만, 우리가 다른 건 몰라도 어린이집을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은 개발하자고 생각했다. 가외 노동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했다. 덕분에 주위에서 ‘부모 교육 자료나 어린이들 안전교육에 관련된 자료를 받아서 고맙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노력을 알아주시는구나 싶었다.”


- 진흥원이 보육 발전을 위해서 더 큰일을 하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진흥원이 법정단체가 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보육은 교육의 성격을 다 가지고 있다. 보육 과정이 있고, 거기에 따른 교수법이 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사회의 변화와 새롭게 생긴 인재상에 따라 변해야 한다. 보육 과정과 교수법은 계속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을 만들어낼 전문적인 기관이 없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교육적인 성격의 돌봄이 있는 것이 보육이다. 그 과정을 개발·개정하는 전문기관, 법정단체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보육 과정이나 교수법은 행정부처에서 기획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행정가들이 모니터링은 할 수 있지만, 과정을 개발할 수는 없다. 교육부에서도 교과과정을 개발할 때는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움직인다. 이런 부분이 보육에는 없어도 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각고의 노력과 설득 과정을 거쳐 진흥원을 법정단체로 등록하는 법안을 추진했고, 해당 법안이 법안심사소위원회까지 상정되도록 했다. 하지만 소위원회에서 부결됐다. 이 대목에서 실망감을 느꼈다. 3년에 걸쳐서 온 직원이 합심해서 노력한 것이 수용이 안 됐으니 말이다.


법안을 발의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진흥원이 법정단체가 돼야 한다는 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실망감이 있지만 법안소위의 판단을 수용하고 우리가 또 다음 기회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2일 이임식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재인 한국보육진흥원장은 보육전문가들이 국회에 더 많이 진출해서 힘을 합해 보육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2일 이임식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재인 한국보육진흥원장은 보육전문가들이 국회에 더 많이 진출해서 힘을 합해 보육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진흥원이 보건복지부의 예산을 받아서 일하지만, 법정단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일의 추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중요한 점은 진흥원이 민간재단법인으로 있으면 고유한 개발 기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위임받은 사무, 업무지시서에 따른 일만 할 수 있다. 진흥원이 앞을 내다보고 사업을 준비할 수가 없다. 이것이 국민에게 해롭다는 이야기다. 현재 상태에서 행정 처리 외의 업무를 고유 업무로 가져오면 자칫 월권이 될 수 있다. 하라고 정해진 일만 해야 한다. 진흥원이 해야 할 일에 비해 모순적 위치에 있는 셈이다.”


- 후임 원장을 공모하는 중이라고 들었다. 후임 원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초대 원장님이 잘하셨고, 나도 초대 원장님의 일을 거의 계승했다. 조직이 아직 초기 단계다. 과거에 한 일과 또 앞으로 하는 일들이 잘 누적이 되면서 틀이 잡힐 것이다. 어렵더라도 경험이 잘 쌓여 갔으면 한다.”


- 퇴임 후 하고 싶은 일은 어떤 것인가.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사람으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데.


“보육·출산·양육 환경에 관해서 대학에서부터 이론적으로 공부했고, 관련 업무를 지금까지 해왔다. 진흥원에서 일한 3년은 지금까지 해온 일을 더 정밀하게 보는 시간이었다. 청와대에서는 인공위성 사진으로 보는 것 같았다면, 지금은 골목을 다니면서 인공위성 사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의 숨소리 등 보육 환경을 보고 접할 수 있었다. 이런 것들을 직접 보니 보육 환경을 이대로 두기는 어렵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는 판단이 섰다.


진흥원장으로 있을 때는 정책에 개입하는 일이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지금 보육 현장에 필요한 정책 과제를 정리해서 가지고 있고,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다. 이런 고민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위치에 가면 실현하고 싶다. 그래서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


- 무상보육, 누리과정, 아동학대 등 지금 보육‧육아 현장이 그렇게 정리돼 있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만들어 가고 있는, 중요한 과정 중에 있다. 어떻게 우리가 이 문제를 잘 풀어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한다면.


“어린이집 원장님들이 ‘국회의원에게 어려움을 이야기하면 정책 제안으로 듣기보다는 고충 호소로 여긴다’고들 하신다. 국회의원들도 보육 현장의 어려움을 공감은 하는데, 어떻게 해답을 제시해야 할지는 어려워하는 것 같다.


그런데 20대 국회의 주요 과제는 출산 보육에 쏠려 있다. 가장 중요한 해결돼야 할 이슈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여야를 막론하고 보육 전문가들이 내년 총선에서 많이 당선돼서 협력해 중요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다. 국민이 보육 전문가들을 많이 선택해주시고, 그들이 국회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 마지막으로 보육 현장에 계신 어린이집 원장, 보육교사, 부모님들에게 인사를 부탁한다.


“보육 현장에 계신 분들이 너무 힘드시니까 위로의 말도 잘 안 나온다.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아니까……. 현장에 계신 분들이 아이 키우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를 주도적으로 개선하는 게 맞다. 앞으로 그렇게 될 거라고 기대하면서 지금처럼 아이들이 잘 자라는 것을 보람으로 생각하고 보육 현장을 사랑하는 초심을 잃지 말고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


'당신은 우리의 원더우먼' 2일 오후 진행된 이임식에서 직원들의 손 편지를 받고 있는 이재인 한국보육진흥원장.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당신은 우리의 원더우먼' 2일 오후 진행된 이임식에서 직원들의 손 편지를 받고 있는 이재인 한국보육진흥원장.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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