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포기' 딱지 붙이는 저의가 뭡니까?
청년에게 '포기' 딱지 붙이는 저의가 뭡니까?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6.02.01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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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문제를 세대의 특성으로 말하는 기성세대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연중기획] 'N포세대는 누가 만드나' 대학생 기자 통통(通通) 리포트

 

'청년'의 사전적 의미는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요즘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청년은 성장하거나 무르익기는커녕 도망치거나 뒷걸음치는 모습이다. 연애와 결혼, 출산 등 포기해야 할 것이 많은 세대, 즉 'N포세대'라 불리면서. 과연 청년들도 자신들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들이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제1기 베이비뉴스 대학생기자단이 'N포세대는 누가 만드나' 대학생 기자 통통(通通) 리포트를 통해 이 시대 청년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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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년을 보고 N포세대라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취업과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며 삼포세대라 부르더니, 연애와 인간관계는 물론 꿈과 희망 등 포기하는 게 부지기수로 많은 세대라 하여 아예 N을 붙였다.

 

N포세대와 함께 청년을 일컫는 단어로는 흙수저가 있다. 우리나라 청년은 부모의 자산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계급이 나뉘는데, 가장 낮은 계급이 흙수저라는 얘기다.

 

알고 보면 암울하기 짝이 없는 단어인데 이 두 단어는 꽤 인기가 있다. 언론이 특히 좋아해서 한 포털 사이트에 N포세대로 검색하면 지난 22일 기준으로 733건의 기사가, 흙수저로 검색하면 무려 3620건의 기사가 검색된다.

 

◇ 누구더러 N포세대래?

 

이 단어의 당사자인 청년층은 자신을 정말 'N포세대', '흙수저'라고 생각할까. 적어도 제1기 베이비뉴스 대학생 기자단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21~27세 대학생으로 구성된 이들은 두 단어로 규정되는 걸 거부했다.

 

“단어 규정으로 우울해지고 기분이 가라앉는다. 싫다.”-이세연 기자-

 

“그런 기사가 나오면 내 얘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류체경 기자-

 

“내가 왜 그렇게 규정되는지 의아했다. 언론 때문에 퍼지는 것 같다.” -주옥진 기자-

 

‘결혼을 포기한 청년’을 주제로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을 취재할 때도 비슷한 반응을 겪었다. 그들 앞에서 결혼을 포기한 사람이란 의미의 ‘결포자’라는 말을 꺼내자, “나는 결혼할 것이다. 포기하지 않았다”고 받아쳤다.

 

요컨대 우리나라 청년은 무언가를 포기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흙수저 계급같이 비참한 처지라 여기지 않는다는 얘기다. 본인들이 그렇지 않다는데, 왜 그렇게 부르느냐는 거다.

 

물론 두 단어에는 사회적 의미가 있다. 취업, 결혼, 출산 등 기성세대가 비교적 쉽게 이룬 것들을 지금의 청년은 죽도록 노오력(!)을 해도 이루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부모세대의 부가 자식의 계급을 결정하는, 계층 간 이동이 사라진 현실을 지적해준다.

 

◇ 사회가 문제라면서 왜 청년의 의지와 경제력을 규정해?

 

그런데 이상하다. 청년이 살기 힘든 사회를 지적하는 단어라면서 왜 단어의 주인공이 사회가 아니라 청년인 걸까. 포기하는 것도 청년이고,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것도 청년이다.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는 거라면서, 정신력과 경제 수준을 평가받아야 하는 건 청년이다.

 

청년이 두 단어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사회의 문제를 청년의 의지로 풀려 하고, 구조의 문제를 청년의 가정환경 탓으로 몰고 간다. 시대의 문제를 세대의 특성으로 규정해 버린다. 청년 문제에 책임이 있는 기성세대가 쓰기에는 참 여러모로 편리한 단어다.

 

기성세대는 'N포세대', '흙수저'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청년을 불쌍하게 본다. 시절을 잘못 타고난, 운이 없는 세대쯤으로 여긴다. 청년을 절망하게 만든 구조를 만든 것을 미안해하거나 사과하지 않는다. 구조를 바꿀 방법을 치열하기 찾기보다 “포기한 세대, 그렇게 태어난 세대”로 규정해 버린다.

 

그러면서도 청년을 살뜰히 이용한다. 기업은 청년 모델을 앞세워 “사람이 미래”라고 광고하더니 20대를 명예퇴직 대상에 올렸다. 정치권은 선거철마다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주문을 외듯 외친다. 오죽하면 청년광장·청년유니온 같은 청년 단체들이 “청년팔이 좀 그만하라”고 했겠는가.

 

정말 청년을 위한다면 'N포세대', '흙수저' 따위의 단어는 버리자. 벽에 가로막힌 청년을 손가락질할 게 아니라, 청년을 막고 선 벽을 쳐다보자. 이제 그 벽이 문제라고 말하자. 벽 뒤에서 청년더러 넘어오라고 하지 말고 같이 벽 앞에서 망치를 들어보자. 그래야 청년도, 우리도 살지 않겠는가.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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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비뉴스 대학생 기자단은?

 

베이비뉴스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제1기 대학생 기자단을 모집했다.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기자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다. 왜 젊은 사람이 아이 낳기를 거부하는지 당사자인 대학생들과 함께 심층 취재를 하려는 뜻도 있다.

 

제1기 기자단으로 총 13명이 뽑혔다. 이들은 1월 15일 발대식에 참석하면서 기자로서 첫 일정을 시작했다. 대학생 기자단은 ▲20대 청년 사회 문제의 왜곡 없는 보도 ▲20대 청년 사회에 대한 친밀감 있는 접근 두 가지를 핵심 과제로 삼고 올해 12월 31일까지 기자로서 활동하게 된다.

 

특히 대학생 기자단은 2월 1일부터 'N포세대는 누가 만드나'라는 제목으로 대학생 기자 통통(通通) 리포트를 연재한다. 이들은 연재에서 20대가 처한 현실과 그들이 바라는 대안을 솔직한 목소리로 전달할 계획이다.

 

또 베이비뉴스가 주최하는 ‘아장아장 다둥이 마라톤 대회’와 ‘유모차는 가고 싶다’ 캠페인 등의 대형행사와 캠페인에 취재기자로 참여해 현장을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할 예정이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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