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어린이집 늘린다던 정부, 태도 돌변
직장어린이집 늘린다던 정부, 태도 돌변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6.01.27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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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 최대 25% 줄여…“직장어린이집 설치 위축 우려”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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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일하는 엄마들이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훌륭한 환경을 만들어 주시니 참 소중한 일을 하고 계신다. 이런 좋은 시설들이 전국에 직장마다 있었으면 좋겠다.”


2012년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증권거래소의 직장어린이집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박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일·가정의 양립과 여성 고용률 제고를 외치며 직장어린이집을 활성화하겠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집권 초기에는 “직장어린이집을 2018년까지 전체 기업의 70%가 설치하도록 하겠다”는 목표 아래 직장어린이집 설치 규제를 완화하고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는 등 구체적인 정책들을 선보였다.


직장어린이집의 설치비 지원 한도를 1억 원 인상했고, 직장어린이집을 신·증축 시 해당 면적 과밀부담금 면제해줬다. 또 사업장과 같은 건물이 아니더라도 1∼5층 사이에 어린이집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옥외놀이터와 조리실에 관한 규제를 완화했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나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직장어린이집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지난해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터졌을 때도 직장어린이집을 아동학대의 대안으로 언급했다.


◇ 갑작스러운 직장어린이집 지원금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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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직장어린이집을 80개소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쪽에서는 직장어린이집 지원금 축소를 감행한 것.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직장어린이집 지원 금액이 변경된다는 사실을 13일 고시했고, 직장어린이집 지원을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은 세부 내용을 담은 공문을 각 기업에 19일 발송했다.


고시와 공문을 보면 대기업이 운영하는 직장어린이집에 지원되는 인건비는 최대 25%까지 축소된다.


고용노동부는 직장어린이집의 원장, 보육교사, 취사부 직원에게 월평균 근무시간에 따라 1인당 한 달에 80~30만 원을 인건비로 지원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 지원금을 대폭 축소해 지원 금액을 최대 20만 원으로 줄였다.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대기업은 갑자기 운영비 부담이 늘었다. 지원 대상이 15명인 직장어린이집을 1곳 운영하는 기업을 예로 들어보자. 당장 기업이 내야 하는 금액이 한 달에 300만 원 늘어난다. 1년이면 3600만 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규모가 크거나, 어린이집을 여러 개를 운영하는 곳은 늘어나는 비용이 한 달에도 억 단위를 기록한다.


기업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년도 지원금을 기준으로 이미 예산을 짰는데, 당장 이달부터 줄어든 지원금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기업은 국가의 지침에 따라 인건비 총액을 관리하는 탓에 다른 분야의 인건비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한 공기업의 담당자는 “아직 이 부분에 관해 대응책을 논의하지는 못한 상황”이라면서도 “인건비 총액은 정해져 있는데 어린이집에 분배해야 할 금액이 늘었다. ‘급여 인상’ 같이 다른 항목의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지원금이 줄면서 직장어린이집 설치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많은 기업이 직장어린이집 설치와 운영에 재정적 부담을 느껴왔는데, 이번에 지원금 마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은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2014년 설문한 결과 20.1%가 재정이 부담돼서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한 기업들 역시 재정이 고민거리다. 직장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운영 과정상 어려운 점을 설문했더니 응답자의 27.7%가 “사업주의 비용 부담”을, 23.8%가 “정부의 운영비 지원 부족”을 꼽았다.


◇ 정부, “설치가 의무인데 지원금은 지나치다”


정부의 입장은 법이 개정돼 “이제 직장어린이집 설치는 의무이기 때문에 지원금을 줄였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은 기업은 1년에 최대 2억 원까지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직장어린이집 활성화를 위해 강경책을 시행하면서 지원책은 축소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직장어린이집 설치는 의무인데 지원금까지 주는 것은 과하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왔다”며 “기업의 의무 이행 책임을 더 강화하는 차원에서 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행강제금 제도를 시행하면서 지원금까지 줄이면 기업이 법적 책임을 면하는 수준으로만 어린이집을 지을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현행법은 “상시 여성 근로자가 300인 이상이거나 근로자 500인 이상인 사업장”으로 설치 대상만 규정했을 뿐 어린이집의 정원이나 숫자 등은 규정하지 않았다. 직장 내 보육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면피용으로 어린이집을 지어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


복수의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한 기업의 직장어린이집 담당자는 “이렇게 기업의 부담이 늘면 어린이집을 서너 개까지 운영할 의사가 있던 기업도 1개만 운영하게 될 것”이라며 “기업이 근로자의 보육 수요를 반영하지 않고 어린이집을 설치하게 될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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