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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 시누는 친정엄마 보러 온다는데 너는?"

설 명절이 걱정되는 임신부 며느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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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이정윤 기자】

혹자는 명절 설거지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식구 서른 명이 와서 밥그릇, 국그릇, 물컵, 커피잔만 쓴다고 쳐도 그릇 120개가 나온다.” 즐거움은 어른들의 몫이고 치우는 것은 약자의 의무인 ‘명절’은 누군가에게는 즐거움보다도 부담과 걱정이 더 두드러지는 시기일 수 있다.

상다리가 휘어지는 제사상을 온 가족이 준비한다는 이야기는 ‘엄친아’의 전설처럼 항상 내 주변이 아닌, 한두 다리 건너 소식일 뿐이다. 이렇듯 밥은 같이 먹지만 책임은 나뉘지 않는 명절이라면 며느리들이 좋아할 이유가 없다. 그중에서도 스트레스와 고된 일을 피해야만 하는 임신부 며느리라면 명절은 거대한 산과 같이 다가온다.  

“저는 이번 설에 안 내려가요. 한 달 전에 제사가 있어서 저 빼놓고 다른 분들이 다 같이 큰집으로 가서 제사 지냈고, 저도 임신 7개월이라 움직이기 힘드니 온 가족이 겸사겸사 이번 구정은 안 내려가기로 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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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예정일이 두 달가량 남은 회사원 이아무개 씨는 이렇게 운 좋게도 설 면제권을 얻었다. 하지만 임신 초기에 보냈던 지난 추석은 ‘설마 일을 많이 시키겠어?’라는 예상과는 달리 쉴 틈 없이 전을 부치느라 허리가 빠지는 줄 알았다고 고백했다. 


국내 최대 인터넷 육아 커뮤니티에서도 임신부들의 명절 고민으로 게시판에 불이 붙었다. 각기 다른 상황에서 명절을 대하는 가지각색 임신부 며느리들의 고민과 전문가의 조언까지 살펴봤다. 


◇ “장시간 차에 앉아 있는 것이 자신이 없어요”


대다수의 임신부 며느리들은 이번 명절을 쇠는 걱정의 이유로 장시간 이동을 꼽았다.


“저 12주 추석에 입덧도 심하고 차 밀리면 3~4시간 거리를 갔어요. 차 10분만 타도 멀미하던 때라서 남편은 안 데려가겠다고 했는데 시부모님은 안 오긴 어딜 안 오느냐고 그러셨어요. 가서 배가 진짜로 아파서 남편 다 시키고 누워 있었어요. 이번 설에도 그러려고요.” -하나**-


보통 사람도 견디기 힘든, 10시간의 교통 체증에 시달릴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저는 이제 18주 넘어가고 있는 임산부에요. 시댁이 차 안 막히면 6시간 거리에요. 작년 설에는 10시간 더 걸렸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설 전주인 내일 주말에 내려갈까 했는데 아직도 고민중이네요. 시골집이라 하루를 자도 너무 불편하고...시댁에 가려고 했었는데 이상하게 내일 갈 생각을 하니 가기가 좀 그래서요. 4개월 지나고 나서부터는 꼬리뼈가 늘 아프네요. 장시간 차에 앉아 있는 것도 자신이 없고요.” -pya***-


◇ “역시 시댁은 시댁”


시어머니의 며느리, 친딸 차별 대우도 뜨거운 감자다. 임신 12주차의 며느리인 shyn****은 시어머니와의 전화통화를 소개하며 친딸과 며느리에 대한 이중잣대를 소개했다.


“시어머니가 전화로 입덧을 묻더라고요. 요즘 입덧을 새벽 3~4시까지 한다고 답했어요. 그리고 토요일(설 이틀 전)에 산부인과 진료도 있고, 밤마다 토를 해서 이틀 전에 가는 것은 어렵다고 했어요. 하지만 시어머니의 대답은 ‘토요일에 네 시누가 온다더라. 네 시누는 만삭이라 오지 말라고 해도 친정엄마 보고 싶어서 온다는데 너도 와야지? 늦어도 괜찮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시누이가 남편이 쓰던 방 하나를 차지하면 방이 없어 곰팡이 냄새나는 창고 방에 자야 하는데 잠잘 생각만 하면 미쳐버리겠어요.” 

산모교실에서 예비 엄마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산모교실에서 예비 엄마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추운 날 짐까지 들고 갈 생각하니 한숨만 나와요” 

명절에 시댁을 방문할 때는 두 손 가득 뭔가를 들고 가기 마련이다. 든든한 남편이 있다면 짐을 덜 수 있지만, 간혹 남편의 근무로 인해 혼자 시댁을 찾는 경우도 생긴다. 홀로 가는 것도 서러운데 무거운 짐을 지고 시댁을 방문해야 하는 임신부의 한숨은 손에 든 보따리만큼이나 무겁다. 
 
“(임신) 30주네요. 이번 구정이 결혼하고 첫 명절인데 남편 근무가 잡혔네요. 시댁은 멀지는 않지만 버스 타고 지하철까지 타고 가야 해요. 자고 와야 할 텐데 또 짐도 바리바리 싸가야 하고 그렇다고 남편이 퇴근 후 데려다줄 수도 없어요. 이제 몸도 예전 같지 않고 이 추운날 짐까지 들고 선물 들고 갈 생각하니 한숨만 나와요.” -suni****-

◇ “저는 자궁이 약해요”

어떤 임신부들은 일반 산모보다 특별대우를 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유산을 특히 조심해야 하는 산모다. youk**는 의사의 소견도 무시하고 시댁에 가자는 남편의 말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저는 자궁이 약해요. 내막이 약하고 얇습니다. 그래서 남들보다 유산율이 좀 더 높아 조심해야 한대요. 첫째를 추석 직전에 임신했는데 병원에서 조심하라고 해서 남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명절 때 친정에서 쉬었습니다. 그때 지킨 녀석이 올해 5살입니다. 이번 둘째는 설 직전에 임신했네요. 병원에서 둘째도 마찬가지로 조심하라고 했습니다. 유산율이 높다는 걸 강조했고요. 시댁까지 갈 때 자가용을 타고 가서 크게 불편하진 않지만, 초기다 보니 배가 자꾸 아파요. 그런데 남편은 이번에도 시댁에 가야 한다고 하네요.”

◇ “임신하고 두 번의 명절, 자유롭게 쉴 수 있어 좋아요”


가뭄에 콩 나듯 임신부 며느리를 배려해 주는 소식도 있었다. yele***는 임신 기간 두 번의 명절에 시댁에 안 가고 쉴 수 있어 좋다는 말을 하며, 명절 당일 친정에서 보낼 수 있다는 소식까지 2연타를 날려 뭇 며느리들의 부러움을 샀다.

“임신하고 추석 때는 초기라서 시골에 안 가고 이번엔 26주 중기인데 빈혈 기가 있어서 안 간다고 말씀드렸어요. 시어머니도 시할머니 계신 시골 내려가시는데 쉬라고 흔쾌히 말씀해주셨어요. 남편이라도 보낼까 했는데 차 막히고 길이 미끄럽고 하니 같이 쉬라고 하시네요. 임신하고 두 번의 명절, 자유롭게 쉴 수 있어서 좋아요. 결혼하고 친정에서 명절 당일 처음으로 신랑이랑 같이 식사할 예정이에요. 친정 부모님 좋아하실 게 눈에 선해요.”

◇ 전문가의 조언은?

대화로 풀리지 않을 문제는 없다. 하지만 임신부 며느리의 명절 고민을 문제 당사자가 아닌 인터넷 커뮤니티 언니들과 수다를 떠는 것만으로는 풀기 어렵다. 진정한 해결책은 남편과 가족과의 대화가 아닐까. ‘행복심리센터 밝음’의 채숙희 원장의 조언을 들어보자.


채숙희 '행복심리센터 밝음' 원장 ⓒ 행복심리센터 밝음
채숙희 '행복심리센터 밝음' 원장 ⓒ 행복심리센터 밝음

- 임신부 며느리의 고충을 ‘나 전달법’을 통해 말하자


명절은 며느리에게는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임신한 상태라면 ‘충분히 일할 수 없다는 미안함’과 ‘자신의 몸을 잘 돌봐서 태아를 보호해야 한다’는 엄마로서의 의무감이 공존하기 때문에 더욱 힘든 것 같습니다. 따라서 사전에 남편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이러한 두 가지 고충을 잘 설명해서 남편의 공감을 끌어내고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도움을 요청할 때, ‘나 전달법’을 통해, “나는 어떤 때 OO 하게 느낀다. 나는 당신이 OOO 해주면 더 고맙겠다”라는 방식으로 의사소통해야 합니다. 특히 남편은 명절날 아내 곁에서 많은 일을 함께하고, 업무를 적당히 분배해서 아내의 일을 줄여줘야 아내가 편안한 마음으로 명절을 보낼 수 있습니다. 틈틈이 옆에서 아내의 말벗이 되어주고 마사지도 해주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 명절에는 스트레스가 적은 대안을 마련해 서로 협조하자


명절이 다가오면 부부가 모두 명절에 대해 미리 의견을 부드럽게 나누고, 함께 공감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명절이 되기 전에 부부가 함께 티타임을 갖고, 명절에 대한 서로의 의견이나 힘든 점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이번 명절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스트레스가 적겠다고 대안을 마련해서 서로 협조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명절은 며느리 역할을 하는 아내도 힘들고 남편도 힘든 부분이 있으니, 항상 오픈 마인드로 소통해야 합니다. 대신 비난하기, 비꼬기, 탓하기는 절대 금물이며, 공감하기, 경청하기, 존중하기 태도가 중요합니다. 특히 아내가 힘들다고 할 때, 남편은 일단, “그래! 힘들었어? 많이 힘들었구나.” “고생 많았어.” “내가 더 잘할게.” “내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등의 반응이 좋습니다. 아내가 원하는 것은 마음 알아주는 것, 따뜻한 말 한마디입니다.     


- 시어머니가 명절에 일을 너무 많이 시키는 등 며느리가 갈등이 있다면 남편은 대화 시간을 마련해야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명절에 일을 너무 많이 시킨다면 일단 너무 분위기가 얼어붙지 않게, 남편이 아내의 일을 상당 부분 도와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어머니 기분이 나빠지지 않게, 어머니와도 대화해야겠지요. 중요한 것은 남편이 어느 한쪽 편만 든다는 인상을 주지 말고, 두 사람이 모두 나름대로 힘들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되, 약자인 아내의 입장이 조금 더 힘들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찌 됐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가족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차 한잔을 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또한, 명절 때 일만 하지 말고, 가족이 같이 바람 쐬러 나가기도 하고, 윷놀이나 게임 등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시간을 만드는 것도 필요합니다. 명절 때 어머니와 아내에게 마음의 선물을 보내 미리 환심을 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남편의 힘으로 중재가 잘 안된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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