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이 폐 망가뜨린 기업, 왜 수사 안하나”
“나원이 폐 망가뜨린 기업, 왜 수사 안하나”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6.03.07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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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피해자·시민단체, 애경 전·현직 임직원 검찰 고발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7일 오전 서울 대학로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애경 가습기살균제 피해 아동 나원(부산,4) 양의 아빠 박영철 씨가 애경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례를 발표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7일 오전 서울 대학로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애경 가습기살균제 피해 아동 나원(부산,4) 양의 아빠 박영철 씨가 애경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례를 발표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올해로 여섯 살이 된 나원이는 한 번도 어린이집에 가지 못했다. 목 정면 가운데에 있는 인공호흡기 탓이다.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면 가래를 다른 사람이 인위적으로 제거해줘야 하는데, 어린이집에는 이를 해줄 사람이 없다. 나원이는 하루에 평균 20번까지 가래를 제거해야 한다.


“지금은 나원이가 자라서 전보다 덜해요. 처음에는 정말 30초에 한 번씩 해야 했어요.” 나원이의 엄마 김미향 씨는 나원이가 처음 인공호흡기를 착용했을 때를 떠올리며 한숨지었다. 나원이는 두 살 무렵 기관지를 절개하고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나원이가 인공호흡기 신세를 지게 된 건 가습기살균제 탓이다. 나원이는 지난해 정부의 가습기피해자 조사에서 가습기살균제와 건강상 피해가 관련성이 높다는 점이 인정돼 1등급 피해자로 분류됐다.


나원이는 거의 태어나자마자 가습기살균제를 들이마셨다. 나원이가 쌍둥이 동생 다원이와 함께 태어난 2011년 10월, 가족들은 추운 날씨에 아기들이 건조한 환경에 있을까 걱정돼 애경의 가습기메이트 1리터짜리 두 통을 3~4개월 사용했다.


문제는 나원이가 태어난 지 14~15개월 되던 해에 터졌다. 나원이가 감기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저녁에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놀란 부모의 손에 이끌려 저녁에 입원한 나원이는 새벽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감기인 줄 알고 찾아간 병원에서 나원이는 3개월가량을 머물러야 했다. 중환자실에서 보낸 기간만 48일이다.


병원에서 본 나원이의 폐는 대부분 하얬다고 엄마 김미향 씨는 회상했다. 당시 촬영한 나원이의 폐 CT사진을 보면 양쪽 폐가 전체적으로 하얗게 섬유화됐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중환자실에서 두 달 가까이 인공호흡기를 하고 있었던 나원이는 기관지마저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됐다.


결국 기관지를 절개하고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처음 인공호흡기를 단 2013년 이후 지금까지 나원이는 인공호흡기로 숨을 쉰다. 아이가 숨 쉴 때마다 인공호흡기가 있는 목 언저리에서는 숨소리가 난다.


동생 다원이는 나원이보다 상태가 낫지만,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기흉으로 수술을 받았고, 이후에도 감기 등 각종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했다.


나원이는 4월 14일 기관지에 연골을 이식하는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나원이 아빠 박영철 씨는 기관지 재건 수술은 장시간이 걸리는, 어른도 견디기 힘든 수술이라며 걱정했다. "수술을 받은 사람들에게 물으니 성공률이 높지 않고 부작용도 많다"고 말하는 박 씨의 낯빛은 어두웠다.


◇ 나원이가 사용한 제품 만든 애경, 수사 제외


환경보건시민센터(소장 최예용)가 7일 오전 서울 대학로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애경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애경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례 발표 및 임원 고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환경보건시민센터(소장 최예용)가 7일 오전 서울 대학로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애경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애경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례 발표 및 임원 고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그런 나원이가 7일 아빠 박영철 씨와 함께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7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려 먼 길을 온 것이다. 나원이와 박 씨는 기자회견 중에도 가래를 제거했다.


두 사람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기자회견에 나선 것은 검찰 수사 때문이다. 검찰이 올해 들어 전담 수사팀을 꾸리면서 본격적으로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수사하고 있지만, 나원이의 폐에 문제를 일으킨 제품을 제조·판매한 회사 애경은 검찰의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애경은 1994년 유공이 개발한 가습기살균제를 1997년 인수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마트의 가습기살균제 PB상품인 ‘이플러스 가습기살균제’도 애경이 제조해 공급했다.


그런데 정부가 2011년 가습기살균제의 위해성을 조사하려 시행한 동물 실험에서 애경의 제품은 실험 쥐의 폐에 섬유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정부는 애경을 리콜 대상에서 제외했다. 가습기살균제를 수사하던 경찰은 이 결과를 가지고 애경을 기소 대상에서 제외해 검찰로 사건을 넘겼다.


기자회견을 연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이하 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애경 역시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경의 가습기메이트만 사용했음에도 피해를 본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나원이도 애경의 제품만을 사용했다.


나원이 외에도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뒤 폐 섬유화로 쓰러져 10년간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투병하다 사망한 남성, 가습기메이트를 1통 사용한 뒤로 네 가족이 모두 천식으로 고생하게 된 가정을 피해 사례로 소개했다. 애경이 제조해 공급한 ‘이플러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한 여성은 7년째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휠체어를 타야 한다고도 전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최예용 소장은 정부의 1·2차 피해자 조사 결과를 보면 애경의 두 제품을 사용해 생긴 피해자가 옥시싹싹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고 말했다. 1·2차 피해자 조사 결과 가습기메이트나 이플러스를 사용한 사례는 총 167명이며 이 중 사망 사례는 37건에 이른다.


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애경의 전·현직 임직원 19명을 7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발 대상은 가습기살균제를 처음 판매한 1997년부터 현재까지 등록된 전·현직 등기임원으로, 장영신 전 대표이사와 안용진 현 대표이사를 포함한 전·현직 대표이사 6명과 이사 및 감사 13명이다.


◇ “독성 약하다던 제품도 피해… 재조사 필요”


이들은 애경을 고발하면서 애경의 제품처럼 CMIT/MIT 성분을 사용한 가습기살균제의 위해성을 환경부가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MIT/MIT이 들어간 가습기살균제는 가습기메이트, 이플러스 가습기살균제 이외 GS마트 함박웃음 가습기세정제, 다이소 산도깨비 가습기퍼니셔가 있다.


정부가 가습기살균제의 위해성을 조사하던 2011년, 조사 대상인 제품은 크게 세 가지 화학물질, 즉 PHMG, PGH, CMIT/MIT을 사용했다.


최예용 소장은 “독성학 전문가들이 CMIT/MIT는 상대적으로 독성이 약하다고 판단해 CMIT/MIT를 넣은 제품으로는 사망이나 중증 피해가 나오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나원이처럼 CMIT/MIT를 넣은 제품만 사용한 사례에서도 피해가 큰 사례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모임에서 활동하는 안성우 씨는 “독성이 약하다는 인식 때문에 CMIT/MIT를 넣은 제품추가로 조사하지 않았다. 독성이 약하다고 해서 피해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환경부가 추가로 조사하고 검찰도 애경을 조사해서 처벌할 수 있도록 고발장 접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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