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개소 확충한 서울시 국공립어린이집의 숙제는?
1000개소 확충한 서울시 국공립어린이집의 숙제는?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6.05.11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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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확산 가능성 큰 비용절감형 전환…국가 예산 지원 필요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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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변에 놀이터가 없었는데 어린이집에 좋은 놀이터가 생겨 평일에도 마음껏 놀 수 있어 만족스러워요. 또 근처에 어린이도서관이 없어 아쉬웠는데 어린이집에 다양한 도서가 갖춰져 책을 읽을 수 있어서 기쁘네요.”

서울 성동구에 국공립어린이집 송정햇살어린이집이 문을 연 9일, 국공립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게 된 학부모의 소감이다. 서울시는 송정햇살어린이집의 개원으로 1000번째 국공립어린이집을 갖게 됐다.

서울시가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12년이다. 이후 매년 국공립어린이집의 숫자를 늘렸고, 지난 9일 자로 1000번째 국공립어린이집이 문을 열게 됐다. 확충 사업의 결과로 서울시 내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은 2011년 기준 10.8%보다 높아져 15.5%가 됐다.


서울시가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자 택한 방법이 ‘비용절감형’ 방식이다. 어린이집을 새로 짓는 게 아니라 기업, 종교단체, 학교, 개인 등 민간이 제공하는 부지와 공공청사 등 공공 유휴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서울시가 확충한 국공립어린이집 중 230개(67%)가 비용절감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9일 열린 ‘안심보육 결의대회’에서 “동마다 적어도 국공립어린이집을 2개씩 짓자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땅을 사고 건물을 사야 해서 돈이 많이 들었다. 어린이집을 하나 짓는데 30~40억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머리를 굴려 민간자원을 활용하게 됐고, 조금은 더 낮은 가격으로 사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용절감형을 구체적으로 살피면 2012년부터 2년 동안 확충한 사례 241건 중 아파트 관리동을 활용한 사례가 90건으로 가장 많고, 민간어린이집이 기부채납 형식으로 동참하는 민관연대 형태가 89건으로 뒤를 잇는다. 그 밖에 ▲공공기관 활용 ▲일반건물 매입 리모델링 ▲민간어린이집 매입 등의 방법이 각각 33건, 17건을 차지한다.


서울시가 선보인 비용절감형 방식은 앞으로 전국으로 퍼질 가능성이 크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리겠다고 약속했으며, 그중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확충 방법의 하나로 비용절감형과 같은 방식을 제시했다.


◇ 시행착오 줄일 매뉴얼, 국가 재정 지원 필요


그렇다면 서울의 국공립 확충 방식을 보육 현장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올해 3월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전환한 서울 동작구의 해오름어린이집을 지난달 27일 방문해 의견을 들어봤다.


원장과 보육교사, 부모들은 모두 국공립으로 전환한 데에 만족하고 있었다. 교사들은 자부심이 높아지고, 부모들은 신뢰가 깊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안정감이 생겼다는 게 공통으로 느끼는 장점이었다.


전소연 학부모운영위원장은 “국가에서 지원해주니까 좀 더 탄탄하게 운영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고, 장영복 원장은 “학부모들의 신뢰감이 높아지고 교사들이 안정감을 느껴서 업무에 더 최선을 다하게 됐다”고 전했다.


2011년 해오름어린이집에 입사해 국공립으로 전환된 지금까지 근무하는 서지혜 주임교사는 국공립으로 전환되면서 여러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점을 장점을 꼽았다.


서울시는 국공립어린이집 교사를 서울시의 인력풀에서 고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인력풀에서 채용이 어려우면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한다. 서 교사는 “교육을 받다 보니 예전보다 많이 듣고 볼 수 있어 많이 성장하는 느낌이 들다. 자부심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아쉬운 점은 무엇일까. 장영복 원장은 매뉴얼의 부재를 지적했다. 민간 시설이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운영자가 무얼 해야 하는지 자세히 정리한 자료가 없는 탓에 사업이 막상 시작되면 혼란이 생긴다는 것. 특히 기존 시설을 폐원하고 개원해야 하므로 이 과정에서 느끼는 불편이 있다고 했다.


“정확한 매뉴얼이 나와서 원장들의 시행착오를 없애주면 좋겠어요. 폐원 처리와 신규 등록을 기간의 간격을 두고 했으면 하고요.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니 임신육아종합포털 사이트에서 오류가 나거나 제때 등록하지 못하기도 하더라고요. 이 과정도 모두 매뉴얼로 만들어서 담당 직원과 원활히 소통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운영비다. 어린이집 운영비 지원은 지자체 부담이 큰 데다가, 정부가 “지자체가 임의로 설치한 공립어린이집에는 운영비를 지원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 서울시는 일부 어린이집의 운영비를 정부의 지원 없이 감당하고 있다.


안현미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가족정책실장은 지난해 7월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서울시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의 다양한 방법과 성과, 그리고 과제’라는 제목으로 발표할 당시, “국고보조사업에 있어서 서울시는 부담 비율이 중앙정부 20, 서울시 80”이라며 “이런 구조가 전달 체계 공공성 확보를 어렵게 하는 1순위다. 보육재정의 국비, 시비, 구비 분담 구조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빠듯한 운영비는 결국 보육 현장에 영향을 미친다. 장영복 원장은 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하면서 10호봉 이상 받는 경력의 보육교사들과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정된 운영비로는 인건비를 모두 지급할 수 없었던 탓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박 시장은 앞서 언급한 9일 행사에서 “취임한 이후에 복지예산만 4조 원이 늘었다. 그런에도 부족하다는 곳이 많아서 쉽지가 않다.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내년에 국비 1000억 원은 기본으로 (복지예산으로) 가져와야 할 것 같다”며 국회에 도움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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