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맘, 워킹맘 간 갈등 조장하는 맞춤형보육 철폐하라!”
“돈 때문에 시행하는 맞춤형보육, 보육현장 망친다!”
“어린이집이 만만하냐! 복지부는 대답하라!”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이하 한어총)는 지난 23일 낮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맞춤형보육 제도개선 및 시행연기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이 같은 구호를 거듭 제청했다.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맞춤형보육은 2013년 1월 1일 이후 태어난 어린이집 0~2세반 아이 중 외벌이 가정 영아의 보육 시간을 하루 6시간 이하로 제한하고 비용은 20% 삭감 지원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한어총 등 보육 관계자들은 지난 몇 달간 맞춤형보육이 “부모 자격에 따라 아이가 차별받게 될 소지가 다분해”, “예산 20% 삭감을 위한 졸속 행정일 뿐”이라며 거센 반발을 이어 왔다.
◇ 전국 1만 5000여 명 보육인 ‘맞춤형 보육 결사 반대’ 목소리 높여
결의대회는 맞춤형보육에 대한 대정부 투쟁을 표명한 첫 자리로, 전국에서 모여든 약 1만 5000여 명의 어린이집 원장 포함 보육인들은 쉴 새 없이 피켓을 흔들고 구호를 외치며 ‘맞춤형보육 결사 반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어린이집 원장들은 “전업맘은 나라에서 주는 지원금으로 어린이집에 아이 맡겨 놓고 놀러 다닌다”는 편견과 “맞춤형보육이 시행되면 가정 내 돌봄이 가능한 0~2세 부모의 양육을 이끌어내 세금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며 보육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충남 논산 가정분과장 홍경원 원장은 “부득이하게 4대보험 안 되는 업장에 다니거나, 일을 다시 하기 위해 무언가를 배우러 다니는 전업맘들이 굉장히 많다. 이런 엄마들이 ‘당장 어떻게 하면 좋느냐’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제도를 시행하려면 정부가 부모와 어린이집에 순차적으로 홍보를 해나갔어야 하는데 우리 지역은 맞춤형보육이 정확히 어떻게 시행되는지 모르고 있다가 이달 돼서야 알게 됐다. 이런 졸속행정 때문에 부모들과 우리가 휘둘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도에서 왔다는 한 어린이집 원장도 “우리 지역 어린이집 이용하시는 부모들 대부분이 워킹맘인데 그걸 증명하기 어려운 분들이 많고, 만약 증명하면 다 인정되기는 할 지 불안해하는 엄마들도 많아 최근 문의가 잦아졌다. 어린이집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이 제도가 폐업을 위협받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이런 방식으로 보육료 20% 삭감되는 가정이 한 두 케이스면 어떻게든 버텨 보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며 말을 보탰다.
경기도 광주 가정분과장 권혜란 원장은 “정부는 보육료 지원 단가를 높여 질 좋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어린이집 운영 현실은 당장 보육교사 인건비가 부족해지는 상황이다. 언제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우리가 필요하다고 지원해 준다더니, 지원금을 ‘이랬다 저랬다’, ‘여기는 주고 저기는 안 주고’ 하는 정부가 원망스럽다. 이제와서 맞춤형보육 하겠다는 건 우리 죽으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 한어총, 전국 규모 집단휴원 예고
보육인들은 맞춤형보육의 완전 철폐가 안 된다면 시범실시 기간을 연장하고 1년여의 유보 기간을 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광진 한어총 회장은 “지난해 7~9월 시범 실시한 맞춤형보육은 이를 선택하는 부모가 5%에도 못 미쳤던 외면 받은 제도”라고 지적하며 “정부는 어린이집과 교직원의 희생을 요구하며 보육서비스의 질적 향상만을 강요하고 있다. 맞춤형보육제도를 강행하면 보육현장의 불편과 혼란이 가중돼 누리과정과 같은 제2의 보육대란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인순, 최도자 의원 등 국회의원들은 이날 대회에 참여해 보육인들의 목소리에 공감하며 힘을 보탰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최도자 의원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맞춤형보육은 정부가 내세우는 명분과 달리 내용이 엉망이다. 워킹맘과 전업맘의 갈등이 생기고, 교사의 봉급이 삭감돼 처우가 악화되고, 어린이집은 운영이 어려워져 보육의 질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며 “충분한 시험과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보육인들을 변호했다.
박춘자 전국가정분과위원장은 정부를 향한 정책요구안을 제창했다. 박 위원장은 “보육의 질 개선을 위해서는 보육교직원의 처우개선이 시급한 문제”라며 “영유아보육법에 근거한 종일반 운영(12시간)을 근로기준법에 의거한 8시간으로 개선하고, 비현실적인 보육료를 현실화해 인건비, 운영비 등 보조가 필요하다. 이것들을 바로잡지 않은 상태에서 맞춤형보육이 당장 시행되면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수 충남어린이집연합회장은 결의문을 낭독하며 이날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전국 규모의 휴원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연합회장은 “국회의원 당선자 사무실 앞 1인 시위, 대규모 장외집회, 단식농성, 휴원투쟁을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본대회를 마친 보육인들은 서울광장에서 을지로, 남대문을 거쳐 서울역까지 가두행진을 진행하며 맞춤형보육 철회에 대한 결의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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