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산모 피해, 살아난 건 기적"
가습기살균제로 생사 고비 넘긴 두 아이 엄마
【베이비뉴스 윤지아 기자】
기다리던 딸을 한 번 안아보지 못한 채, 모유 한 번 주지 못한 채 엄마는 유언을 남겨야만 했다. 막내 딸 수민이가 태어나던 따뜻했던 2007년 봄, 그날 솟구치던 피 섞인 기침의 원인을 엄마는 그때 알지 못했다.
당시 세 살배기였던 큰 아들과 갓 태어난 딸아이를 두고 엄마는 중환자실에 누워있어야만 했다. 엄마는 옥시 가습기살균제 ‘옥시 싹싹 가습기당번’을 사용했다. 물론 거의 10년이 지난 일이라 증거를 대라면 낼 증거자료도, 사진도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를 누구보다 열심히 사용했다. 양도 맞춰 넣고 주기적으로 마트로 직접 사러 다니기도 했다.
지난 5일 가습기살균제 산모 피해자 김연신(41·경기도 시흥) 씨를 만났다. 지금은 코 속을 통하던 줄도 없고, 산소호흡기도 뗀 밝은 모습이지만 그녀는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로 인해 죽음의 문턱 앞에서 돌아온 두 아이의 엄마다.

◇ “임신 막달이니까 숨이 차오르는 걸 거야”
김 씨는 2005년부터 옥시 싹싹 가습기당번을 사용했다. 큰 아이가 태어난 후 집안이 건조한 탓에 마른 기침이 심했기 때문이다. 소아과에서는 방 안이 자욱할 정도로 가습기를 틀라고 권유했다.
깔끔한 성격 탓에, 가습기를 단순히 닦는 것만으로는 혹시 가습기 속 세균이 아이에게 영향을 끼칠까 걱정이 됐다. 칫솔로 구석구석 닦고 틀어도 놓친 부분은 분명 있을 거란 생각에 살균제를 넣었다. 아이가 들이마실 물이니, 물도 정수기 물을 사용했다. 그리고 의사의 권유대로 방 안 가득 가습기를 틀었다.
“마트 PB상품은 가격이 저렴했지만, 왠지 모르게 신뢰가 가지 않았어요. 아이에게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싸더라도 인지도 있는 회사 제품을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옥시 제품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김 씨는 두 달에 한 번씩은 옥시 가습기살균제 제품인 ‘옥시 싹싹 가습기당번’ 2번들을 구입해 사용했다. 정해진 용량에 맞춰 사용했기 때문에 꽤 일정 기간 마다 가습기살균제를 구입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녀는 둘째 아이를 임신한 2006년에도 역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 임신 초기엔 여름인 계절 탓에 사용하지 않았지만, 건조해면서 임신 5개월 때부터 사용했다. 막달 때까지 말이다.
가습기를 5개월 간 거의 매일 틀어놨던 김 씨는 막달인 2007년 3월부터 이상하게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숨이 차지?”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막달이라 배가 많이 불러와서 그런 거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대수롭게 넘기지 말았어야 했지만, 김 씨는 그땐 미처 몰랐다.
◇ “단순한 폐병이 아니었어요”
김 씨는 2007년 4월 24일 둘째 딸아이를 출산했다. 너무나 기다렸던 아이였다. 딸을 키우는 재미를 느껴볼 생각에 한껏 들떠있던 엄마였다. 아이를 출산하자마자, 행복한 꿈은 깨졌지만 말이다.
그녀는 출산하자마자 피 섞인 기침과 심한 오한으로 큰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숨도 가빠왔다. 김 씨는 그 당시 호흡을 ‘100미터 달리기를 막 마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김 씨에게 마땅한 조치는 없었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환자와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는 의사와의 대면만 이어질 뿐이었다. 여러 병원을 옮겨 다녔지만 사정은 똑같았다. 엑스레이만 줄기차게 찍었다. 당시 연신 씨의 폐는 엑스레이가 하얗게, 뿌옇게 나오는 상태였다. 담배도 입에 대본 적 없는 연신 씨는 원인 모를 폐병이란 소식에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김 씨는 “당시만 해도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을 정도로 건강에 자신있던 때라 금방 나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남편과 농담도 주고받았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그렇게 별다른 조치 없이 일주일이 흘렀다. 5월 1일 연신 씨는 500미터를 전속력으로 달린 상태의 호흡으로 증세가 발전했다.
그제서야 서울대병원 응급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그때를 생각하면 몸서리가 처진다는 연신 씨다. 그때부터 연신 씨는 잠도 전혀 잘 수 없었고, 화장실도 가지 못했다. 이유는 단 하나. 숨이 굉장히 찼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단순한 폐렴이니 치료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선생님께 살려달라고 애원했어요. 아이들 얼굴이 너무 아른거려서요.”

◇ “두 아이를 남기고 유언을 하라니…”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한지 이튿날 기도삽관을 진행했다. 기도삽관을 하면서 주치의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원인도 없다. 치료법도 없다. 치사율이 80%다. 생존율은 20%로 폐 이식 밖에 방법이 없다”는 게 전부였다.
폐 이식도 누군가의 폐가 준비된 게 아니었기 때문에, 기약 없이 기다려야 했다. 더구나 폐 이식 비용은 약 3억 원. 당시 주치의는 유언을 남겨 두라고까지 했다. 나중에 들었지만 가망이 없다는 소식에 가족 내에서도 갓 태어난 딸을 친정 오빠에게 입양을 보내는 게 어떤 지에 대한 논의도 됐었다. 그녀는 그저 친정 식구들에게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유언으로 남길 뿐이었다.
“살려달라고 방문했던 병원에서 이제 그만 죽여달라고 애원했습니다. 두 아이가 아른거렸지만 너무 힘들어 남편을 붙잡고 안락사를 시켜달라고 할 정도였어요. 하지만 중환자실에서 열흘 간 잠들고 깬 후엔 기적적으로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의료진 모두가 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연신 씨의 몸 상태는 호전됐다. 급성으로 안 좋아졌던 폐는 치료를 통해 급성으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당장 자가 호흡이 가능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일반병실로 옮겨지고, 결국 퇴원까지 할 수 있었다.
현재 아이들을 키우며 생활하는 연신 씨지만 지금도 폐는 결핵으로 나오는 흉이 있고 다른 사람에 비해 숨도 찬 상태다. 예전처럼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는 건강 상태지만, 초등학교 5학년, 3학년인 아이들을 챙길 수 있는 일상이 감사하다는 연신 씨다.

◇ “기업과 정부, 평생 안고가야 할 피해자의 고통 어루만져야”
2011년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산모와 영유아들의 죽음이 뉴스에 나오면서 연신 씨는 ‘나 역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어 환경보건시민센터를 통해 피해 신고를 했다. 죽을 고비를 넘겼던 시간들이 열심히 넣었던 가습기살균제 때문이라는 분노로 질병관리본부에 항의전화도 넣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라는 확신이 든 그녀는 환경부에 등급 판정도 신청해 1등급 판정을 받기도 했다. 아직 남편과 아이들은 등급 판정 전이다. 남편은 아직 뚜렷한 피해 반응이 없어 등급판정을 보류하고 있다. 그러나 가습기를 틀어놓은 방에서 공기를 그대로 들이마신 큰 아이와 당시 태아였던 둘째는 폐렴, 천식, 비염, 다한증, 아토피와 비슷한 피부질환까지 다양한 범위에서 질병을 앓고 있어 엄마인 연신 씨는 걱정이 크다.
“아이들이 2008년 폐렴으로 입원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가습기살균제는 계속 사용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위해 더 꼼꼼히 챙겼던 가습기살균제는 아이의 건강과 성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태아 피해를 입은 둘째 딸 아이는 일반 기침과는 다른 ‘컹컹’거리는 기침을 하며 숨 쉬기를 힘들어 하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잠 못 이루는 시간이 많다. 연신 씨는 자신이 폐로 인한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행여나 아이에게도 같은 증상이 나타날까 항상 불안하다.
“세상을 등진 많은 산모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주고 싶어요. 그렇게 되려면 우선 가해 기업은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합니다. 현재 피해보상도 사망자 우선이지만, 상해자를 위한 제도도 마련돼야 해요. 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언제 사망자가 될지 모르니까요.”

갓 태어난 딸을 두고 생과 사를 오갔던 연신 씨의 시간. 그녀는 당시를 돌이켜보며 모든 시간에 대한 보상과 사과를 받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과거보다 중요한 건 현재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1등급부터 4등급까지 나눠진 피해자들이 치료비 걱정 없이,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합니다. 그리고 많이 늦었지만 아이들이 우리나라는 ‘피해자들을 외면하지 않는 나라’라는 것을 알고 느낄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서 나서줄 날을 기다립니다.”
연신 씨는 시간이 되는 한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면 온전치 못한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선다. 기자회견, 시위, 국회 방문 등 아이들이 살아가기 좋은 세상을 위해, 그리고 산모 피해자들을 대표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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