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패치, 임산부 배려석 앉으면 "공개처형"
오메가패치, 임산부 배려석 앉으면 "공개처형"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6.07.12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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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임산부 배려석 또 다시 도마 위로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지난 5월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여성혐오', '남성혐오' 간 대립이 극도로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에는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의 신상을 공개, 비난하는 SNS 계정 '오메가패치'까지 등장해 성대결 양상에 불을 지피는 한편,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논란까지 심화시키고 있다.

한 오메가패치. ⓒ인스타그램 갈무리
한 오메가패치. ⓒ인스타그램 갈무리


◇ 오메가패치, 신상 털고 저격하는 게 목적

'오메가패치'는 해외 동성애 소설에서 임신이 가능한 남성캐릭터를 지칭하는 '오메가'와 파파리치 취재로 수많은 특종을 낚은 연예 전문매체 '디스패치'의 '패치'를 합친 말이다. 오메가패치의 목표는 지하철, 버스 등의 임산부 좌석에 앉은 남성의 사진을 몰래 찍어 얼굴과 신상정보를 폭로하는 것이다.

오메가패치의 탄생은 유흥업소 여자들을 고발하던 인터넷 계정 '강남패치'로부터 시작됐다. 일베(일간베스트 회원) 등 남성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강남패치'는 몇 달전 화류계 여성을 폭로하기 위해 생성됐다가 점점 '성형녀', '협찬녀', 'SNS 허세녀' 등 여성을 비하하는 단어로 본인들의 기준에 맞지 않는 여성들을 멸시해왔다.

이후 메갈리아, 워마드 등 여성 커뮤니티의 회원들이 '강남패치'에 대립해 호스트바 남성 종업원의 신상을 터는 '한남패치', 성병에 걸린 남성을 비난하는 '성병패치' 등을 만들어 활동하는 등 SNS 상에서 '패치' 열전은 계속 이어져 왔다. '오메가패치' 역시 이들로부터 파생된 SNS 계정.

이 계정은 '몇 시 몇 호선에서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을 발견했다'는 식으로 상세한 날짜, 장소까지 제보를 받으며, 모자이크, 블러 등의 처리도 없이 해당 남성의 얼굴을 그대로 노출시킨다. 오메가패치 팔로워들끼리 일종의 공개처형을 하는 셈.

이 계정은 개설된 지 일주일 만에 200건이 넘는 남성의 사진이 공개됐다. 하지만, 지금은 계정이 삭제되고, '오메가패치 4.2'라는 새로운 계정으로 100여 건의 글이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해당 계정에서 인신공격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 남성들의 고소가 접수됐기 때문.

일부 피해 남성은 현재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며, 경찰은 6일부터 오메가패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 경찰청 "명예훼손 혐의 있다"

수사당국은 오메가패치 계정에 대해 '사이버 명예휘손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70조 1항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2항을 살펴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비방할 목적이라면 사실 정보를 공개해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관계자는 11일 "현재 수사 진행중"이라며 "구체적인 상황을 따로 공개할 순 없으나 처벌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차후 공식적으로 브리핑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임산부배려석, 또 도마 위로

지하철 내 임산부배려석. ⓒ서울메트로
지하철 내 임산부배려석. ⓒ서울메트로


이번 사건으로 애꿎은 임산부 배려석에도 불똥이 튀었다. 찬반 논쟁으로 시끄러웠던 임산부 배려석이 또 다시 도마 위로 오르면서, 갑을논박이 거세게 인 것.

누리꾼들은 여전히 '의무냐', '배려냐'로 왈가왈부하고 있다.

아이디 wns○○○은 "임산부 배려석을 상시로 비우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임산부가 있을 때 비켜주면 되는거다. 그런데 남성이 앉은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사이버에 올려 남의 초상권과 명예를 침해하는건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며 "천박하다"고 말했다.

jjen○○○는 "임신 초기에는 임신부인지 티가 안나니 사람이 없어도 비워 놓는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비워두냐 마냐로 언쟁이 끊이지 않자 차라리 '임산부 배려석 비워두기'를 강제 사항으로 지정하라는 의견도 있다.

go○○○○은 "임산부가 와도 자리를 안 비켜주니 그냥 배려석을 강제사항으로 만들어라"고 힘줘 말했다.

여성칸 남성칸을 따로 만들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para○○○은 "차라리 여성칸을 만들어라. 어느 지역에서 여성칸 만든다고 했을 때 서울도 했으면 싶었다. (지하철에서) 여자도 불편하고 남자도 눈치보인다"며 "(여성칸 남성칸이 있으면) 몰카나 치한 걱정도 없고 서로 윈윈"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도 곤혹을 치르고 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임산부 배려석은 배려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손님들에게 '임신부 배려석을 비워달라'고 부탁드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꼭 비워야 한다는 의무나 법적 강제성은 없는데, 이런 논란이 일어난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논란을 넘어서서 여성배려석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은주 구성심리상담센터장은 "특히 분노조절, 충동제어가 약한 사람들에게 온라인은 타인을 비난하기 위해 매우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이같은 문제가 지속됐을 때 사람들은 보다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방법으로 일반인의 신상을 털게 되고, 사회에 불신이 만연하게 된다. 신상털기 문화에 동조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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