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로부터의 국민 보호, 이제 시작"
13일 안전한 화학물질 사용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 열려
【베이비뉴스 윤지아 기자】
"컴퓨터도 바이러스 검사를 한다. 거의 매일, 그리고 열심히. 그런데 현재 집 안의 화학물질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3000명을 넘고, 사망자가 700명이 넘는 동안 화학물질 관리 등의 제도는 늘 제자리였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뿐만 아니라 끊이지 않는 화학물질사고로 인한 국민의 희생은 되풀이되고 있다.
이에 정부부처와 각계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화학물질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화학물질로 인한 국민의 희생의 반복을 막기 위한 각계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마련된 것.
13일 오후 국회도서관 지하 1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한 국민선언’ 제도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을 비롯해 강병원, 김영주, 송옥주, 이정미, 홍영표 의원의 공동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임상혁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았다.
이어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본 환경규제 나아갈 방향'을 주제로,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실장 '지금 당장, 현 세대와 미래 세대 모두를 위한 화학물질 안전사회 구축'을 주제로 발제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는 화학물질 관련 3개의 정부부처 관계자가 참석해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번 토론에서는 제도 개선을 위해 정부부처와 전문가, 시민단체가 한 자리에 모인 첫번째 토론회로 토론자뿐만 아니라, 참석자들의 의견도 오가는 토론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가습기살균제 담당부처로 화평법·화관법 개정에 대한 입장을 전한 환경부 홍정섭 화학물질정책과장은 화평법과 관련해 "지난해 시작해 큰 성과는 거두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살생물질에 대해선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국민뿐만 아니라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겪으면서, 어쩔 수 없이 살생물질이 들어가는 페브리즈 등의 스프레이 제품도 도마에 올랐다. 흡입독성 시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외국의 흡입독성을 파악해 증명하고 문제가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사후조치를 하겠다. 제도적으로는 살생물질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
고용노동부 화학사고예방과 김충모 과장도 고노부가 담당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 방향에 대해 전했다.
"화학물질 유해 위험성은 제조사가 제출한 위험성 보고서를 검토하는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연구원에서 검토를 하지만 외국자료는 서치를 하는 정도로, 직접 실험하는 것은 아니다. 제조자가 제출한 보고서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김 과장은 기업이 영업비밀을 핑계로 제출하지 않는 성분 비공개에 대해, "연구용역을 동원해 기업의 영업비밀을 어디까지 보호해야 할 지 연구 중에 있다"며 "개선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마이크를 잡은 산업통상자원부 생활제품안전과 송양회 과장은 "가습기살균제 사태 직후 '가습기살균제'라는 품목이 정부부처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제품이라 문제가 됐다. 사각지대에 있었다. 제도 개선에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인 3개 정부부처의 입장 이후에는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의견이 이어졌다.
방송통신대학교 환경보건학과 박동욱 교수는 국가가 화학물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국가적 화학물질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학물질을 큰 스펙트럼으로 보면, 화학물질이 개발되고 환경부에 등록된 후 제품이 사용됐을 때 사용여부를 허가하고, 각 부처로 나뉘게 된다. 관리주체가 없는 생활용품은 관리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 화학물질이 참사를 일으킨 것이다. 이것은 국가가 시스템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가습기살균제 사태 전에도 화학물질 사고는 있어왔다"고 지적한 박 교수는 "그동안 대한민국에는 화학물질이 가진 집단성과 유사성을 지켜보는 시스템이 없었다"며 "역량을 가진 공무원들도 막지 못한 화학물질의 큰 구멍은 국가 차원의 시스템이 구축돼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국민이자 소비자, 노동자로서의 입장을 전한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 최명선 국장은 "정부부처는 기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책임감을 갖고 나아갈 것인지를 확실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학물질 사고가 일어나면, 기업들은 사건을 조작하기 시작한다. 옥시도 그랬고 화학물질로 인한 노동자 사고 때도 그래왔다. 그동안 국민들은 화학물질에 대한 최소한의 알권리조차 없었다. 앞으로 화학물질에 대한 제도가 진지하게 논의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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