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둘째는 언제 낳을 건데?”
[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둘째는 언제 낳을 건데?”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6.07.21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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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 5가지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연재]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꼬물꼬물 신생아였던 아기가 벌써 10개월이 됐다. 날씨가 더워 시원하게 머리를 잘라주니 언뜻 어린이 모습도 난다. 요즘 나는 아기의 재롱에 푹 빠져 산다. 아기는 “엄마~~”하면서 내 품에 쏙 안기는 능력을 보여주기도 하고, “빠빠이~”하면 열심히 손도 흔든다. 기분이 좋으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박수를 치는 아기.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엄마 잘됐다 싶다. 가슴을 부여잡고 모유 한 방울 먹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아기가 성장하는 만큼 아기를 향한 내 사랑도 점점 커져가고 있다. 육아에 흠뻑 빠진 것이다.

 

요즘 걸음마 연습에 한창인 아들. 아기가 성장하는 만큼 아기를 향한 내 사랑도 커져가고 있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요즘 걸음마 연습에 한창인 아들. 아기가 성장하는 만큼 아기를 향한 내 사랑도 커져가고 있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요즘 주변에서는 둘째 계획에 대한 질문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둘째는?” “그래도 딸은 하나 있어야지?” “애 혼자는 외로워서 안 돼. 형제가 있어야 엄마가 편해.” “키울 때 같이 키워야 좋아.”

 

애써 외면해왔는데, 아기가 자랄수록 그 질문의 횟수는 많아지고 있다. 우리 부부가 둘째를 낳을 계획을 갖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둘째는 첫 아이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혹은 부부의 노후보장을 위해, 더 나아가 상을 당하는 등의 가족의 경조사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게 주변의 말이다. 물론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그러나 지금 아기와의 시간에 집중하기도 모자를 판에 여기저기서 둘째 이야기를 꺼내면 갑자기 앞이 막막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둘째 계획을 묻는 것만큼 곤란한 말을 들을 때가 많다. 난처할 때도 있었고 화가 날 때도 있었고 육아할 맛이 뚝뚝 떨어질 때도 있었다. 엄마의 기분을 가라앉히는 말들은 사실, 아기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런 말들을 최대한 삼가는 게 엄마, 아기 모두를 위한 것이다. 지금부터는 내 경험을 벗 삼아 엄마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정리하겠다. 주변에 아기 엄마가 있다면 알아둬야 한다.

 

첫 번째는 앞서 말했듯이 “둘째 언제 낳을거야?”라는 말이다. 나도 안다. 하나보단 둘, 둘보다는 셋이 좋다는 거, 낳고 키울 때야 힘들지, 좀만 키워놓으면 아이들끼리 잘 놀아서 덜 힘들다는 것도 어느 정도 공감한다. 하지만 첫째 낳은 지 1년도 안됐는데 자꾸 둘째 계획을 묻고 또 물으면 지금의 육아가 즐거울 수 없다. 괜히 압박감이 들어 스트레스만 쌓인다. 친척들이 많이 모이는 명절, 제사에 가기 싫은 마음이 마구 들기도 한다. 낳으라면 낳을 수 있다. 허나 누가 키워줄 것인가? 곧 복직해야 하는 나는 벌써부터 걱정이 많다.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게 나을지, 부모님의 도움을 얻는 게 나을지. 내가 내 아기를 키우는 게 가장 마음 편하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경제적 상황에 놓여있으니 아기 맡길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저절로 생긴다면 또 잘 키워야겠지만, 지금으로선 둘째를 상상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 제발 “둘째” 묻는 말은 거두자.

 

두 번째, 출산한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았는데 “살 좀 빼라”는 말도 절대 하지 말자. 출산한 지 5개월 쯤 됐을 때 집안 어른으로부터 “이제 살 좀 빼야되지 않겠냐”는 말을 들었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이야 ‘출산 전 몸매’로 돌아가는 게 쉽겠지만, 일반적으로 엄마들이 출산 전 몸매로 돌아가는 건 정말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다. 특히 모유수유하고 아기 돌보다 보면 칼로리 소모량이 굉장히 크다. 그걸 먹는 걸로 보충해줘야 엄마도 튼튼, 아기도 튼튼하게 자랄 수 있다. 또한 이미 엄마들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달라진 몸매를 보면서 슬퍼하고 있다. 그나마 아기 얼굴 보며 그 슬픔을 견뎌내고 있는데, “살 빼”라며 불 난 집에 기름 부으면 엄마 가슴에 대못 박힌다.

 

세 번째, “배고파서 우니 젖 줘라”는 말이다. 아기가 울 때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배고프거나 기저귀가 젖었거나 잠이 오거나, 심심하거나. 그런데 주변에선 아기가 울기만 하면 “젖(혹은 분유) 줘라”며 압박이 들어온다. 아기가 왜 우는지, 아기의 수유패턴이 어떻게 되는지는 엄마가 가장 잘 아는데도 주변, 특히 어른들은 “울면 무조건 젖 물려야 된다”며 강요한다. 여기에 남편까지 가세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밤중수유를 끊기 위해 아기를 안아 달래고 있는데, 눈치 없는 남편은 자꾸 “아기가 배가 고픈 것 같다”, “젖 물려야 될 것 같다”며 답답한 소리를 했었다. 그럴 때마다 의지가 흔들려 젖을 물리다보니 계획보다 늦게 밤중수유를 끊은 기억이 있다. 아기가 우는 모습이 안쓰럽다고 “젖 물려라”고 압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가 다 알아서 한다.

 

네 번째는 “우리 때는 다 그렇게 키웠다”는 말이다. 아기 키우다 보면 이 말 정말 많이 듣는다. 아기 몸에 땀띠가 올라온 걸 본 집안 어른은 “소금물로 닦으면 낫는다”며 소금물 샤워를 추천했다. 잘못된 민간요법이라 안 된다는데도 “우리 때는 다 그렇게 키웠다”며 막무가내다. 또 아기 성장 시기에 맞춰서 이유식 재료나 과일을 가려 먹이면 “우리 때는 다 먹이며 키워도 아무 탈 없다”며 아기 입에 먹이지 않은 과일을 들이밀기도 한다. 푹푹 찌는 더위에도 “우리 때는 따뜻하게 키웠다”며 양말 신기기를 권하기도 한다. 몇 번의 실랑이를 거치다보면 기운이 쫙 빠진다. 과거에는 과거만의 방식, 현재는 현재만의 방식이 있다. 그리고 어른들의 방식이 아니라 엄마만의 철학으로 아기를 잘 키우고 있으니 “우리 때는~”이란 말은 넣어두자.

 

마지막 다섯 번째, “순하다”는 말이다. 하루 종일 엄마랑 둘만 있던 아기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신이 나는지 울지도 않는다. ‘어라, 나랑 있을 때는 그렇게 울고불고 하더니’라며 배신감이 들 찰나에 “아기가 참 순하네. 이렇게 순하면 열 명도 더 키우겠어”라는 말이 들려오면 괜히 서럽다. 엄마는 아기 키우느라 힘든데, 다른 사람 눈에는 마치 쉽게 아기 키우는 것처럼 보이나보다 싶어 힘이 빠지기도 한다. 엄마가 아닌 사람들이야 잠깐 아기를 볼 뿐이다. 아기의 순한 모습에 현혹되지 말고, “순하다”는 말은 속으로만 생각했으면 한다.

 

육아는 엄마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남편, 주변 가족들의 배려와 공감이 필요하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게 잘 자랄 수 있는 만큼 육아의 적이 아닌, 편이 되어주는 배려가 많아지면 좋겠다. 그 배려는 작은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다는 것도 알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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