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숫자 배우는데 단 4쪽…선행학습 부추겨"
"1~9 숫자 배우는데 단 4쪽…선행학습 부추겨"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6.08.23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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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 1~2학년 수학교과서 문제점 지적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2017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한글 기초교육은 아이들의 언어발달 능력을 고려해 현행 27차 시에서 60여 차시로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국어 교육과정에 발맞춰 초등학교 저학년 수학교과서도 아이들의 언어, 인지능력에 적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현재 교육부가 개발 중인 초등학교 1, 2학년 수학교과서는 개정 국어 교과서 수준과 전혀 맞지 않고, 아이들의 언어, 인지 발달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3일 오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3층 대회의실에서 '초등학교 1, 2학년 개정 수학교과서 현장검토본 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개발중인 초등학교 1, 2학년 수학교과서의 시정을 촉구했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현재 개발 중인 수학교과서는 내용이 축약되고 생략된 불친절한 교과서"라며 "초등 입학 전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내용과 빠른 진도로 기술돼 있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초등 1, 2학년에 사용할 수학교과서(현장검토본)가 2015 개정 수학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맞게 개발됐는지, 초등 저학년의 인지발달뿐만 아니라 언어발달에 적합하게 구현됐는지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는 한편, 개정 교과서가 올바르게 나가야 할 방향을 제언했다.

1, 2학년 개정 수학교과서 현장검토본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수학 교과서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유주 기자 ⓒ베이비뉴스
1, 2학년 개정 수학교과서 현장검토본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수학 교과서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유주 기자 ⓒ베이비뉴스


◇ "국어 교육과 맞지 않는 어려운 문장 다수"

 

먼저 국어교과서와 달리 수학교과서에 나오는 단어 및 문장이 1학년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수학교과서 1단원은 수가 '많다', '적다'의 개념을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이 수를 세고 비교하고 표시를 하려면 그 글자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시기의 국어 수업 시간에는 1학년 학생이 한글 자모를 배우기 전이다. '여우' ,'나비' 등 이미 쓰여 있는 단어 위에 글자를 따라 써보는 활동이 있을 뿐이다.

최 대표는 "단순한 낱말을 따라 적는 수준의 학생들이 수학교과서에서 '많습니다', '적습니다'를 읽고 그 글자에 답을 할 수는 없다"며 "더구나 갓 입학해 배우는 시기에 '많고 적음'을 구별하고, '적고 작음'도 구별할 줄 알아야 하고, 또 수를 직접 쓰게도 하는 매우 난도가 높은 과정을 밟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같은 교과서에는 조별로 만든 마을에 대해 적어보는 활동이 나온다. 정상적인 교육과정에서 1학년 1학기 초 아이들은 문장을 쓰는데 익숙지 않다. 최 대표는 "한글 자모를 배우고 있는 아이들에게 수학시간에 긴 문장의 글쓰기를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글 자모를 다 배우지 않은 상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한글 자모를 다 배우지 않은 상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익힘책도 마찬가지. 수학익힘책은 교과서와 달리 아이가 학교에서 배운 것을 집에서 혼자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채점하도록 돕는 책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1-1학기 수학익힘책은 처음부터 문장이 길고 지시문도 많아 학생 스스도 학습하고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최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로 수학익힘책에는 "여덟 살인 민수의 생일입니다. 민수의 나이에 맞는 만큼 초에 동그라미 표시를 하세요"와 같이 2가지 이상의 문장이 나오는가 하면 "그림을 보고 알맞은 수를 사용해 이야기를 만들어 보라"며 2가지 이상의 활동이 포함된 문제도 나온다.

뿐만 아니다. 수학교과서에는 '연결큐브', '행복랜드', '미션', '우즐카드', '퀴즈네어 막대', '속성블록', '배열표' 등 외래어와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용어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최 대표는 "부모와 함께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문장을 길게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한글로 대체 가능한 외래어, 어려운 수학적 용어도 초등학교 저학년이 이해하고 접근하기 쉽도록 언어를 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1∼9까지의 수 개념을 익히는데 단 4쪽"

또한 초등학교 입학 전 유치원에서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의 어려운 내용이 빠른 진도로 기술돼 있다는 지적이다.

초등학교 1-1학기 교과서 첫 단원은 '9까지의 수'로 초등학교에 처음 들어와 한자리 수의 개념을 배우는 단원이다. 초등 1학년은 직관적 사고(논리 없이 감각적으로 생각)를 하는 시기이기에 수에 대한 이해도 직관적 사고를 이용해 학습해야 한다.

그런데 '현장검토본'은 1∼5까지의 수 개념을 익히는 과정을 2쪽 분량으로 담고 있고, 직관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아무런 활동이 제시돼 있지 않다.

반면 같은 학년, 학기 일본 교과서(新しい數學(동경서적), 2009년 출판)를 보면 아이들의 직관적 사고를 위한 활동이 삽화와 사진을 통해 설명돼 있고, 우리나라의 6배인 12쪽 분량으로 1∼5까지의 수에 대한 개념을 가르치고 있다.

최 대표는 "우리나라 교과서는 1∼9까지의 수에 대한 개념을 익히는데 단지 4쪽 분량만을 할애하고 있다"며 "초등학교에 들어오는 아이가 이미 숫자에 대한 개념을 선행학습으로 배웠다는 것을 전제로 교과서를 만들었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수에 대한 개념을 배울 시간이 충분히 할애되지 않은 이유는 1~2학년군의 수학 교육과정이 6.5%정도로 감축됐는데 새로운 현장검토본 교과서는 이전 것에 비해 그 분량이 60~70%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교육과정이 줄었다고 해서 분량을 줄이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자세히 배울 수 있도록 늘여도 되는 문제"라며 "현장검토본은 매우 축약되고 생략돼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불친절한 교과서가 됐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 "학년에 맞지 않은 난도 높은 문제 출제 돼"

해당 학년 교과서에서 배우는 수준을 넘어서는 난도 높은 문제와 상위 학년에서 배우는 과정이 수학익힘책에 나오는 것도 문제로 제기됐다.

수학익힘책은 학교 수업시간에 교과서로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를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최 대표는 "수학익힘책 현장검토본의 경우 여러 군데 수업시간에 배운 교과서의 수준을 넘어서는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1학기 수학익힘책에는 '쌓기나무를 앞에서 본 그림이 무엇인지'를 묻는 문제가 나오는데, 이는 현재 수학교과서에서는 5학년에 나오는 내용이다. 초등학교 2학년 1학기 수학익힘책에 초등 5∼6학년군의 성취기준을 묻는 문제가 나오는 것은 국정교과서가 선행교육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다.

최 대표는 "특히나 수학익힘책은 학생이 가정에서 하도록 숙제로 제시되는 책이기에 학부모에게 노출된다는 측면에서 심각한 선행 사교육을 초래할 수 있다"며 "결국 수학익힘책을 풀기 위해서는 반드시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을 다 익혀서 가야 한다거나 선행 수학 사교육을 시켜야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있다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학부모들에게 전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최 대표는 교과서 속 그림과 삽화의 크기가 너무 작고,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 학생들의 이해와 흥미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 대표는 "현장검토본의 문제가 시정되지 않는다면 수학 선행 사교육 및 수포자 방지를 위한 2015 수학 교육과정 개정의 노력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교육부와 2015 개정 수학교과서 집필진은,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교과서와 수학익힘책을 아이들의 인지발달과 언어발달에 맞게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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