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유년기 보장해야 건강한 국가"
"행복한 유년기 보장해야 건강한 국가"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6.09.19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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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대담] 신의진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 회장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아동, 여성을 포함한 모든 사회적 약자는 학대와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생후 50일 딸 골절 학대사건', '락스 고문으로 숨진 원영이 사건', '대전 연립주택 배우자 살인사건', '염산 테러로 이어진 데이트 폭력'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관계 내 폭력, 학대 사건으로 점점 얼룩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 이렇게 험악한 곳이 돼버렸을까. 보호받아야 마땅한 사회적 약자들은 왜 폭력과 학대로 마음과 몸이 고통스러워야 할까.

폭력과 학대가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난 6월 사단법인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KAVA, 회장 신의진)가 출범해 주목받고 있다.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는 국회사무처 소속 사단법인으로 정신의학과 교수이자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신의진 회장을 필두로 한다.

협회는 관련전문 의료인, 법조인, 기업인, 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계층의 후원자들과 함께 폭력과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교육, 입법지원, 정책제언을 하는 한편, 피해자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행복한 유년기를 보장해야 건강한 국가"라는 신념으로 협회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신의진 회장을 지난 7일 오후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에서 만나 협회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신의진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장.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신의진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장.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Q. 지난 5월까지 국회에 계셨다. 임기를 마치고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를 설립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A. 1998년부터 성폭력 피해 어린이를 도으면서 이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학대, 성폭력 등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을 위한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다. 보통의 다른 진료와 달리 법적인 문제가 엮이는 등 현실적인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큰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정작 사람의 삶을 돌보는, 폭력의 피해자를 돌보는 시스템조차 마련되지 못했다. 실제 4년간 정신과 레지던트 트레이닝을 받는 동안 성폭력이나 학대 피해자를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사람들이 병원으로 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현실이 너무나 슬펐다.

하지만 1996년 소아정신과 연수를 위해 콜로라도에 갔을 당시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었다. 학대, 폭력 피해 영유아를 위한 정신 클리닉 시스템이 굉장히 잘 돼 있었다. 그들은 이미 KEMP 등 폭력학대예방센터를 갖추고 선진적인 시스템 아래 피해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반면 다시 돌아온 한국은 달랐다. 피해자들은 정상적인 치료도 받을 수 없는 끔찍한 환경이었다. 피해 아동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를 몸소 체험하면서 이 길이 내 운명이란 걸 알았다.

Q. 정부도 폭력, 학대 피해자를 위한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따로 민간단체를 꾸린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A. 2010년 여성가족부가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 여성을 위한 '해바라기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폭력, 학대 피해자를 위한 제도에 기대를 걸었다. 선진적 시스템을 들여와 인력풀을 갖추고 폭력, 학대 예방 활동을 전반적으로 콘트롤 할 수 있는 중심이 생기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부의 칸막이 시스템에 깜짝 놀랐다. 피해자, 특히 성폭력 피해 아동의 3분의 1은 성폭력과 학대가 겹친다.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한 딸이 학대도 받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 아동성폭력은 여성가족부에서, 아동학대는 보건복지부에서 다루고 있다. 학대와 성폭력 처사는 아이를 보호하는 방법부터 법적인 대응, 치료 등이 비슷하다. 하지만 두 부처는 통합하지 못하고 있다. 어느 선진국에도 아동학대, 성폭력을 따로 떼어 놓고 관리하는 시스템은 없다.

두 곳이 합치되지 않으니 피해 아동은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로 인해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구조적인 문제로 진짜 피해자를 도와주지 못하는 정부에 더 이상 기대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공부할 때부터 키웠던 꿈(피해자들을 돕는 일)을 협회 설립으로 이루기로 했다. 협회는 민간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이러한 정부 관리 체계의 제약에서 떨어져 있을 수 있다. 언젠가는 정부도 두 분야를 합치해야 할 것이다.

Q.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가 어떤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지 자세한 설명 부탁드린다.

A. 지난 6월 창립총회를 갖고 활동 한 지 3달째 접어들었다. 할 일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었다.(웃음)

국회를 나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피해자 쉼터, 해바라기센터 등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관련 기관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종사자들의 애로사항이 뭔지 살펴봤다.

그 결과, 뜻은 장하지만 이들 기관의 전문성이 너무 약하다고 느꼈다. 특히 기관 직원들은 트라우마에 빠진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치료해야 하는지 조차 교육 받지 않고 있었다.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피해자를 직접 대면하는 직업인 만큼 종사자들은 정신적 충격을 받은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교육받아야 한다. 따라서 협회는 관련 기관 직원 및 경찰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경찰청과 MOU를 맺었고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와도 협약을 추진중이다.

또한 쉼터에 머무는 피해자들을 위한 복지 사업 확장도 추진하고 있다.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 여성을 위한 쉼터는 전국에 단 4개다. 게다가 이 쉼터는 딱 밥만 먹고 공부할 수 있는 돈과 공간만 준다. 문화 지원은 하나도 없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합창단 구성, 연극치료 등 의학적 치료 외에도 피해자들의 상처를 뿌리 뽑아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문화, 예술, 복지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Q. 우리사회에서 관계 내 폭력, 학대 사건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아동학대, 가정폭력 가해자의 60%는 어릴 때 학대를 당했던 사람이다. 학대, 폭력 문제는 어린시절에서 기인한다.

유영철 등 범죄자들의 공통점은 어린시절 모지게 학대를 당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유년기 학대를 당할 때는 모두 뒷짐지고 봐 놓고 이제 그들이 범죄자가 되니까 '때려 죽여라'고 질타한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 초기에 학대 가정을 빨리 알고 아이를 구해내는 것이야 말로 제일 중요한 예방이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유년기를 보장해주는 안전한 나라가 돼야 폭력 안전국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협회는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때리지 않고 기를 수 있는 학대 교육 등의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Q. 폭력과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개인, 단체, 국가는 각각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A. 개인은 자녀를 존중해서 양육해야 하고, 다른 사람의 아이가 비명을 지르거나 폭력을 당하고 있다면 빨리 신고해야 한다. 신고자 보호의무가 있기 때문에 신상 노출 등은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정신과, 심리학 등과 관련된 단체들은 폭력, 학대 피해자들을 잘 치료하고 교육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언론사도 실효적인 기사만이 아닌 보다 전문적인 기획기사로 관련 사안을 대중에게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

국가는 우선 아동학대만 보더라도 부처 간 칸막이를 그만둬야 한다. 또 가족과 아동을 위한 복지 예산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GDP(국내총생산) 중 아동을 위한 예산이 0.6%에 그친다. OECD 국가의 평균은 2.6%다.

Q. 앞으로 협회가 나아갈 방향, 계획 등은 어떤게 있나.

A. 구체적으로 방향과 계획은 계속 논의 중이다. 우선 어린이와 청소년을 보호하면서 폭력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나가지 않을까 싶다.

또 피해자는 심리 및 약물치료 뿐만 아니라 운동, 미술, 전기회로 치료 등 엄청나게 많은 치료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보다 많은 전문가를 양성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Q. 우리사회에서 일어나는 학대,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회장님의 개인 행보도 궁금하다.

A. 50대 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 삶은 불투명하게 열려있다.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 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아이와 청소년을 전문적으로 보호하는 임무를 맡을 계획이다. 최신 치료 기법 강의를 듣는 등 계속 노력을 하고 있다.

나중에는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해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폭력·학대 예방 연대를 반드시 꾸릴 것이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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