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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세대는 누가 만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 마음 헤아려 줄 청년 정책이 필요한 때

ke.kim@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김고은 기자】

지난 19일 이화여자대학교 최경희 총장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간의 문제와 상관없이 미르·K스포츠 재단의 불법 자금 유용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 논란 때문이 아니냐는 게 여론의 지적이다. 정유라는 이화여대 체육과학과 15학번 학생이다. 특례 입학, 학점 특혜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인물이다.

수저론. 지난해 말 국내 주요 대학 게시판을 휩쓸었던 담론이다. 부모의 지위가 자녀의 계급을 결정한다는 명제 아래 청년 스스로 다이아수저,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중 자신의 소속을 확인하고 공유하게 하는 유행을 일으켰다. 그 시기 정유라의 페이스북에는 트렌드를 짐작게 하는 글 하나가 게시됐다.

“능력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
 

지난 8개월 간 베이비뉴스는 대학생 12명과 진행한 'N포세대는 누가 만드나' 기획을 진행하며?대학생들의 현실과 고민을 마주할 수 있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학가 카페에서 시험 공부에 한창인 대학생들의 모습.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8개월 간 베이비뉴스는 대학생 12명과 진행한 'N포세대는 누가 만드나' 기획을 진행하며 대학생들의 현실과 고민을 마주할 수 있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학가 카페에서 시험 공부에 한창인 대학생들의 모습.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요즘 젊은 것들이 마주한 현실

지난 9월 방영된 SBS 스페셜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에서는 청년 세대가 직면한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그려졌다. 팩트는 다소 잔인했다. ‘대학 졸업 후 취업에 걸리는 시간 13개월’(인크루트), ‘2014~15년 첫 직장 근속기간 18개월’(통계청), ‘신입사원 100명 중 3년 안에 그만두는 직원 27명’(한국 경영자 총연합회).

이 통계의 장본인들은 모두 내로라하는 직장에 입사했던 이들이었다. 기성세대의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다”는 지적을 받기에는 이미 대입과 취업의 시험대에서 우수한 끈기를 증명한 이들이었던 것이다.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제 발로 걸어 나온 이유는 ‘절망’ 때문이라고 그들은 입을 모았다. “수능 공부하고 취업 준비한 20년이 ‘잃어버린 세월’로 느껴진다”는 고백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알면서도 피할 수 없는 대학생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고액의 등록금을 내고 과제와 자격증·공모전 준비로 점철된 학기를 보내야만 한다. 주말에는 소박한 시급이지만 용돈이라도 벌기 위해 알바를 뛰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취업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과 자책에 시달려야 하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다른 방법을 기성세대에게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 산적한 청년문제, 해법은 어디에

장기화되는 청년 실업이 국가 경제를 흔들고 저출산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지적은 이미 정부를 비롯한 많은 기관에서 되풀이돼 왔다. 수많은 정책이 만들어지고 수조 원의 비용이 낭비됐다. 매월 통계청 고용동향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9월 청년실업률은 9.4%(41만 6000명)로, 지난 11년 동안 나온 9월 통계 중 최고 기록이다. 올해 정부는 청년 일자리 정책에 15조 원 이상의 비용을 쏟아 부었다.

정부의 청년 정책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정부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사회 현상은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얽힌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청년 문제를 정말 잘 공감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지난 9월 현대경제연구원과 헤럴드경제가 함께 연 좌담회를 통해 고용노동부 측 인사는 이런 말을 남겼다.

“최저임금 인상은 청년문제의 해결책과 관계없다.”
“청년의 이직률이 높은 이유는 자신의 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취업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청년수당 제도는 정부와 청년층의 생각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취업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들을 지원하자는 의도로 서울시가 제안하고 지난 8월 첫 지급을 실시한 청년수당은 보건복지부의 지급 정지 명령으로 현재 제동이 걸린 상태. 보건복지부는 “서울시가 협의를 마치지 않고 진행한 것”이라며 강경한 반응을 보이는 중이고, 서울시는 “정부와 사회보장기본법상 협의 절차를 완료한 사안”이라며 반발 중이다.

그런데 별안간 경기도가 내년 6월부터 ‘경기도형 청년수당’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예고해 이목을 끈다. 서울시와 대비되는 점은 지원금을 ‘포인트 카드’로 준다는 점과 서울시 3000명, 경기도 5000명으로 인원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학원 수강료, 교재 구입비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 50만 원을 6개월 간 지급한다는 내용은 같다. 과연 다 된 밥에 재가 뿌려진 청년수당 제도가 경기도에서는 시행될지 주목되는 시기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 아닌 '희망'

베이비뉴스는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N포세대는 누가 만드나’ 대학생 통통(通通) 리포트를 진행하며 청년 12명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대학만 들어가면 장미빛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 꿈꿨던 청년들은 캠퍼스의 낭만은 즐길 틈도 없이 스펙 쌓기를 위한 공부에 매달려야 한다고 고백했다. 노력은 하고 있지만 과연 취업을 할 수 있을까, 취업하면 결혼은 잘 할 수 있을까, 조바심과 불안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불안은 단지 스스로의 힘으로만 해결해야 할 문제인 걸까. 돈으로 실력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돈이 실력이라는 말이 참이 되는 지금, 청년이 포기가 아닌 희망을 말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비용을 치러야 하는 것일까.

청년들의 요구는 대단치 않다. 빚더미에 앉게 하는 등록금부터 그런 등록금에 보태기에는 턱 없는 최저시급, 노력을 짓밟는 비정규직 처우, 노력해도 얻기 힘든 양질의 일자리까지. 정당한 비용을 치르며 공부하고 일하는 자신들이 처한 부당하거나 부족한 상황을 돌아봐달라는 것이다.

여기에 해답이 있다. 공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정책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현실에 공감하는 일. 그것이 다음 대선을 준비하는 정권이 청년들의 표심을 잡는 가장 빠른 길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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