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이런 말도 안 되는 나라에서 내 자식을 낳고 키워야 한다는 현실이 슬프다.”
‘최순실 게이트’로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시민들의 분노, 특히 아이 부모들의 분노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더 이상 대한민국을 믿을 수 없다며 나라에 대한 실망감과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커지자, 정계는 물론 대학가, 일반 시민들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하야 등을 요구하며 박 대통령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5일 박 대통령이 의혹과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최 씨의 국정개입이 단순히 연설문에 그치지 않고 외교, 안보, 인사정보에까지 깊게 관여된 정황이 나오자 국민들의 불신만 커지고 있다.
이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찾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대한민국을 못믿겠다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엄마들이 자주 찾는 네이버 육아카페 맘스홀릭베이비에서는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연일 올라오고 있다. hg******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엄마는 “엄마가 되고 나니 아동학대, 지진, 학교폭력, 방사능, 북한, 환경문제까지 걱정인데, 최순실, 박근혜 뉴스를 보니 내가 이런 나라에서 우리 새끼들을 키워야 하나 싶은 마음에 괜히 눈물이 난다”고 토로했다.
am****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다른 엄마는 “걸핏하면 이민, 이사 생각하고 밤에 잠든 애들 얼굴 보며 눈물 짓는다”며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야 할 수장들은 중국에 끽 소리도 못 하고 이런 내부 문제나 일으키니, 진심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고 호소했다.
엠보***이라는 작성자는 “내란과 내전으로 식물정부가 된 나라도 지금 우리와 같을까? 조선시대 대리청정 때도 이러지 않았고 아파트 부녀회장도 이러지 않을 것”이라며 큰 실망감을 내놓았다. 천사***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엄마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아바타다. 그런 나라에서 내 자식을 키운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분노는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6일 저녁 서울 종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대학생들이 청년총궐기 '박근혜 하야하라' 필리버스터를 펼치며 박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하기도 했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서 박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행동도 서슴치 않겠다는 목소리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2살 아이의 아빠인 정서준 씨(33, 가명) 씨는 “내 아이와 내 가족이 살아갈 대한민국이 이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분노한다”며 “이젠 아빠, 엄마들이 나서서 정부에 책임을 요구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절대 정부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내는 집회가 있다면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현 사태에 대한 관심과 행동을 촉구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ruse***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엄마는 “너무 화가 나고 울컥하고 헛웃음만 나온다. 정치에 관심을 안가지면 내 아이, 내 후손이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게 된다. 정치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연관 있는 만큼 관심을 갖자”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엄마도 “이번 일을 계기로 할 수 있는 행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보는 게 세상의 진리인 것 같다. 주어지는 대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 정치권 곳곳에서는 대통령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성토하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도 대통령은 통렬한 반성이 없고, 새누리당 지도부는 민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박 대통령의 인물론에 대한 통렬한 반성, 대국민사과, 그리고 당적을 정리하고 거국중립내각을 빨리 구상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28일 “이미 대통령이 아닌 박근혜, 제 발로 안 나가면 강제로 끌어내야지요.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 행동할 때가 되었다. 당신의 존재가 불안하다”는 글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며 국민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의당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하야 촉구 행동에 돌입했다. 심상정 상임대표는 “헌법 수호 관점에서 대통령직 유지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며 “지금은 박 대통령이 사실상 통치 불능 상태에 빠져 있는 만큼 여야는 얄팍한 계산은 접어 두고 탄핵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국가 정상화에 힘을 모을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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