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위해"···'유모차 부대'도 촛불집회로
"내 아이 위해"···'유모차 부대'도 촛불집회로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6.11.12 2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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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부모들 "아이들에게 조금 더 좋은 나라 만들어주고 싶었다"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박근혜 정권 퇴진 가자 2016년 민중총궐기(3차 촛불집회)가 1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이 '박근혜는 하야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등 다양한 피켓을 들고 거리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박근혜 정권 퇴진 가자 2016년 민중총궐기(3차 촛불집회)가 1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이 '박근혜는 하야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등 다양한 피켓을 들고 거리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12일 서울 도심은 시민들의 외침이 가득한 현장이었다. 이날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의 시민들이 운집했다. 100만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벌어진 일련의 일들을 지켜보며 '더이상은 지켜만 볼 수 없다'는 심정으로 거리에 나선 사람들이었다.

거리로 나선 시민들 손에는 ‘박근혜 퇴진’, ‘국민이 주인이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등의 손피켓이 들려있었다. 아이, 초·중·고등학생, 중·장년층, 노년층 등 다양한 시민들이 모였다. 쌀쌀한 날씨에 바람이 불고 인파들로 이리저리 치일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지만, 시민들은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내 아이를 위해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유모차 부대’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박 대통령의 책임을 묻고자 하는 부모들의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힘이 넘쳤다.

이소연(45), 박시영(48) 씨 부부도 아이 때문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유모차에 22개월 아이를 태우고 나온 이 씨는 “엄마로서 이 자리에 모인 분들과 같은 마음으로 나왔다. 어이없고 농락당한 기분이라 안 나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손피켓까지 직접 만들어 유모차에 붙이기까지 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보며)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여건들을 다 가로채는 모습들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것들을 우리가 막아줘야 아이들이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며 “지금처럼 이런 식으로 한다면 아이들이 커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결과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씨는 “아이가 있어서 이것저것 다 준비해서 나왔다. 늦게까지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며 “대통령이 몰랐다면 그건 식물 대통령이다. 당연히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와 함께 나온 가족들은 하나의 축제처럼, 나들이처럼 촛불집회를 즐겼다. 광장 곳곳에서 열린 집회와 문화제 등에 참여한 아이들은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박근혜 퇴진’이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흔들었다. 도로에는 닭꼬치, 어묵, 군밤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들도 판매되고 있어 축제 느낌이 물씬 나기도 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두 아들과 함께 온 박이선(35) 씨는 “조금 더 좋은 나라, 지금보다는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나왔다”며 “나들이 나온 기분이다. 모두가 평화적으로 참여해야 오래 할 수 있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 조금이라도 우리 아들들에게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세 아이의 엄마인 이소윤(36) 씨는 “아이들과 친정엄마와 함께 버스를 타고 12시 반쯤 도착했다”며 “세 아이의 엄마이고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입장이라 집에만 있을 수는 없었다. 오늘은 꼭 참여해야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렇게 나오니 속이 후련하다. 국민들과 한 몸이 되는 것 같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만삭의 임신부도 거리로 나섰다. 임신한 부인과 16개월 아이와 함께 나온 한 아빠는 “자식들은 커 가는데, 이런 나라에서 키워야 되나 싶고 능력은 안 되니까 이민은 못 가겠고 나라가 안타까워 나왔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쫓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집회에는 학생들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초·중·고등학생을 막론하고 많은 학생들이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거리로 나와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오후 2시 방송인 김제동의 사회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광장집회에 참여한 초등학교 5학년생인 김나교 양은  자유발언을 통해 “박 대통령은 최 씨가 써준 연설문을 꼭두각시처럼 그냥 읽었다. 금붕어에게 미안하지만 (박 대통령의 지능이) 금붕어 지능과 같은 것 같다”며 “대통령은 국민이 준 권력을 최순실에게 줬고,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아니다.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아무 잘못 없는 것처럼 최순실과 비서진들한테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양은 “저 같은 초등학생에게 시국선언이나 자괴감 같은 단어를 가르쳐주신 박근혜 정부에게 감사하다”며 “전국에서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이 여덟 글자를 말하고 있는데 왜 모르시냐”고 말했다.

특히 김 양은 “제가 여기 나와서 이런 얘기 하려고 초등학교 가서 말하기를 배웠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울 뿐”이라며 “박 대통령은 대통령 한 게 자괴감 들고 괴로우면 그만두세요”라고 일침을 가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오후 5시가 넘어 날이 어두워졌지만, 아이와 함께 한 가족들의 행진은 계속됐다. 가족들은 넘쳐나는 인파 속에서도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채 거리 행진에 나서기도 했다. 시민들이 많아 유모차가 이동할 수 없는 도로에서는 시민 행렬에서 빠져나와 손피켓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참여를 이어갔다.

중·장년층, 노년층의 시민들도 촛불과 손피켓을 들고 광장 곳곳을 누비며 함께 했다. 60대의 한 중년은 “냄비근성이라고, 오늘이 끝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려와야 끝이다. 시민들의 힘으로 진짜 끝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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