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만 내려오면 누군가 알아서 잘한다? 천만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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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12.08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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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인터뷰]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TF 장하나 팀장

【베이비뉴스 이정윤 기자】
 

 [특집기획] 굿바이 헬조선, 헬로우 헤븐조선

 

지옥에 비유될 정도로 희망이 없는 대한민국을 일컫는 신조어 ‘헬조선’(Hell 朝鮮). N포세대로 규정되는 20대 젊은이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헬조선이라는 말은 대한민국의 중심축을 이루는 2040세대들의 처참한 심정을 정확히 드러내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아이 낳는 것조차 두려운 세상이 되고 말았다.

2040세대들은 최근 ‘박근혜 게이트’를 통해서 또 한 번 확인된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면서 절망감과 좌절감,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지옥 같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헬조선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헤븐조선(Heaven 朝鮮)을 만들 수 있을까? 어디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에게 지옥 같은 대한민국을 물려줄 수는 없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헤븐조선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 작은 발걸음이라도 한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좌절을 넘어 희망을 찾고 있는 사람들, 헤븐조선을 만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을, 베이비뉴스가 찾아 나선다.

 

 

장하나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TF 팀장.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장하나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TF 팀장.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대한민국 대통령 퇴진 결정의 날이 다가왔다. 전국의 촛불이 "박근혜 퇴진"을 외칠 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을 봐야 한다고 말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제19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청년비례대표로서 맹활약을 펼친 장하나 전 국회의원이다. 국회를 떠난 그녀는 현재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TF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7일 오후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장하나 팀장을 만나 환경운동가로 활동하게 된 배경과 함께, 현 정부 정책의 문제점, 우리나라 정치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현재 활동

 

-본인 소개 부탁한다.
 

21개월 딸 두리 엄마이며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TF 팀장이다. 19대 국회의원이기도 했다. 국회의원을 한 번 하고 나니 다들 날 '의원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제는 '장 팀장'으로 불러달라고 많이 요구한다.

-국회의원의 길을 걷다가 20대 국회의원 선거 경선에서 탈락 후 시민단체에서 활약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에서 제2의 도약을 꿈꾸게 된 이유를 듣고 싶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환경, 노동 문제를 다뤘다. 고래류의 포획을 금지하는 법, 동물원법 발의 등 환경 문제도 많이 다뤘다. 사실 환경문제 외에도 일자리 문제, 인권, 인권운동 파트 등 관심 가는 분야가 많다. 하지만 생태나 환경보전은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큰 분야다. 제주도에서 초·중·고를 나오며 천혜의 자연을 관광자원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급속도로 파괴시키는 것을 많이 봐서 그런 것 같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이 400조다. 그중 상당수가 불필요한 토건사업으로 지출되는데 국회에서 예산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다. 4대강 사업, 신고리 원자력발전 5,6호기 등 대규모 토건사업은 다 재벌들이 맡아서 하는 일이다. 국민들의 요구를 중재해야할 정부 부처가 완전히 기업 편에 서 있다. 국회는 그런 부처들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국민들은 불만족을 가질 수밖에 없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런 각각의 불필요한 사업들을 반대하는 역할을 한다. 지역환경연합은 피해 당사자인 지역주민들과 함께 반대 운동을 펼치기도 한다. 근본적으로는 초반에 아예 이런 사업들이 진행되지 않도록 막는 일을 한다.

각 분야에 전문성을 띈 사람들이 많아 여기 와서 배운 점이 많다. 나는 국회에서의 경험을 살려서 이분들을 돕는 역할도 한다. 시민단체에서는 일상적으로 보지 않던 자료들, 구하기 힘든 고급정보를 국회 분들을 통해 입수해 공유하고 있다. 또한 (사회현안에 대해) 국회, 정부부처를 압박하고 로비하는, 일종의 로비스트 역할까지 하고 있다. 

-현재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TF 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생활환경 팀, 본인이 맡은 팩트체크팀은 어떤 일을 하는가?

생활환경 TF는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다룬다. 올해 가시적으로 많이 활동한 분야는 생활환경제품감시인데, 내년부터는 미세먼지, GMO 등 먹거리 문제까지 총 세 가지를 중점 사업으로 다룰 예정이다.
 
팩트체크는 소비자들이 궁금한 생활 속 화학 제품의 성분을 분석하고 안전성을 검증해 주는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제품 하나의 성분을 받는데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기업담당자와 우리 직원이 전화로 싸우는 소리가 하루종일 사무실에 들릴 정도였다. 제품의 전 성분을 밝히는 것이 법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과의 힘겨루기가 힘들었다.

환경운동연합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했거나 판매했던 업체를 대상으로 생활화학제품의 전 성분 공개를 요청했다. 초기에 롯데와 다이소는 전 성분공개를 하지 않겠다고 거절을 했다. 그런데 이것이 언론보도가 되며 여론의 압박이 들어오자 공개를 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렇게 성분을 밝히겠다는 기업들이 늘어나며 우리가 요청한 13개사의 기업 중 11곳에서 전 성분을 밝히겠다고 연락이 왔다. 약속을 성실히 지키는 기업도 있고 질질 끌며 아직 준비가 안됐다는 곳도 있는 등 진행상황은 모두 제각각이다.  

-팩트체크 활동 외에 환경운동연합에서 하는 일 중 시민들이 주목했으면 하는 한 가지만 꼽는다면?

환경운동연합 탈핵팀은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지난 9월에 발생한 경주지진으로 인해 수동정지된 월성원전이 규모 6.5보다 큰 지진을 견딜 수 없다는 내용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9월 12일 경주대지진이 나면서 원전문제에 대한 전 사회적 관심이 촉발됐다. 더불어 월성원전의 지진계측기가 2년이나 고장나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규제기관으로서 원전의 안정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 하고 있다. 원안위 김용환 위원장은 국정혼란의 틈을 타 충분한 내진설계가 반영돼 있지 않은 월성원전 재가동을 졸속적으로 승인했다.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안전하다고 하면 “아 그래 안전하구나”하고 재가동을 승인해주는 이런 상황이다.

-학창시절에는 아르바이트, 사회인이 돼서는 다양한 사회경험을 거쳐 국회로 입성했다. 그래서인지 일반 시민 신분으로 돌아와서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은 듯 하다. 지난달까지 한겨례 토요 커버스토리를 통해 많은 사회적 약자들과 만나고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우리 사회의 어느 집단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나?

어제(6일) 재벌 총수들 청문회가 열렸다. 이번 청문회는 박근혜 게이트가 중심이지 산재 피해자 문제가 메인 이슈가 아니었다. 여태 이재용 씨 면전에서 삼성 반도체 피해자 문제를 직접 물어볼 기회가 마련되지 않았는데 다행히 여러 의원들이 반도체 피해자 관련 질문을 던졌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분들에 대해 말해보고 싶다. 삼성반도체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백혈병, 온갖 희귀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지금도 고통받고 있다.

반도체 노동자들은 생명이 위험한 작업을 한 것만큼의 대가를 받지 않았다. 일터에서 부주의해서 사고가 생긴 것도 아니었다. 일터에서 어떤 물질을 만졌는지 알아야 병의 원인도 규명할 수 있는데 회사에서는 말도 안 해줬다. 노동관계법이 바뀌어서 한 일터에서 일하는 사람은 어떤 환경에 자신이 노출됐는지 알 권리가 있어야 한다. 누가 들어도 당연한 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삼성반도체 피해자가 다가 아니다. 한국은 OECD국가 산업재해사망율 1위다. 국민들은 여기에 같이 분노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로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장하나 팀장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가습기살균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장하나 팀장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가습기살균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가습기살균제 피해 대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해 국회의원 임기 내내 노력했다. 2013년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과거에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급성폐섬유화는 가습기살균제 때문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발표만 해놓고서는 책임은 지지 않고 피해자들과 업체가 소송만 하도록 4~5년간을 방치했다.

이런 오랜 싸움에서 피해자 가정은 입원비, 폐이식수술, 약값, 간병과 죽음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담았던 것이 긴급구제지원이었고, 광범위한 역학조사, 재발방지대책 등을 넣었다.
 

한때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이 통과할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정부가 갑자기 법 없이도 피해자들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관을 만들어 역학조사를 하는 특별법 보다 그게 더 싸게 먹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새누리당은 국가에서 교통사고 피해자들도 다 지원해야 하냐면서 다른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등의 반대논리를 펼쳤다.

-임기 후에도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특위) 조사위원으로도 활약했다. 지난 7월 7일부터 10월 4일까지 약 세 달간의 현장조사로 얻은 성과와 한계는?

일단 특위에게 법 개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지 않은 것이 한계점이었다. 제도 개선은 각 상임위에 권한이 있으니 특위가 연속성이 없었다.
 

성과도 있다. 세 달간 조사결과 김앤장이 옥시 실험결과보고서를 조작했다는 것을 밝혔다. 옥시의 전(前)총수와 연구원장들이 제품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도 알아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정부에 호소한 민원이 제대로 수리되지 못한 것도 알아냈다. 시민들의 민원은 정부 홈페이지에 기록이 남게 돼 있다. 환경부, 산업부, 식약처, 복지부는 피해 민원을 자기 소관이 아니라며 8~9번씩 서로 돌리기도 했다. 문제를 계속 남에게 토스할게 아니고 어딘가 소관을 정해서 처리했어야 하는데 수년째 관리의 사각지대에 둔 것이다.
 
이전에는 정부가 이 사태의 책임을 기업에게만 씌우려 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정부가 문제의 공범이라고 지목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6일 특위에 속했던 야당 의원들이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을 발의한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특별법 주요내용은 ▲피해자 구제 급여지원,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센터 설립 ▲고의 또는 과실이 있는 가습기살균제 제조사 및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원료물질 공급업체로 하여금 손해발생액의 10배 이상을 피해자에게 배상 ▲관련 범죄행위의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 촛불시위 시국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근혜 대통령 퇴진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일이다. 하지만 박근혜가 자리에 내려오는 것만으로는 이 나라가 헬조선에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누가 집권을 하더라도 국민들을 만족시키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정치적 관심과 열망이 대통령 퇴진 때까지가 아니라 헬조선에서 벗어날 때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 우리는 ‘저 사람이면 믿고 맡기면 되겠지’라는 환상이 있다. 내 마음에 드는 정치인이든 아니든 누가 뽑히더라도 끝이 아니라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된다.

지금 국회는 주로 50~60대 법조인 남성으로 구성됐다. '사법고시를 패스할 정도면 똑똑하니까 나라를 잘 이끌 것'이라고 무작정 믿으면 안 된다.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인 사람이, 엄마 문제는 엄마가 절실할 수 밖에 없다. 제일 절실한 사람이 바꾸는 것이다. 

대한만국 정치는 엘리트 정치다. 좋은 대학, 변호사 자격증 등만이 그 사람의 똑똑함을 가를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난 사람, 나와 너무 다른 사람을 뽑는 것보다는 나와 비슷한 사람을 뽑는 것이 정치효능감이 확 느껴질 수 있다.

-다양한 이유로 아이와 동반해 촛불집회에 참석한 부모들이 많다. 아이와 함께 촛불집회에 참가한 적이 있나?

한 번도 못 나갔다. 아이가 21개월인데 감기도 있고 해서 지금까진 안 나가고 아이 아빠만 계속 나갔다. 아이와 집에 있었는데 정말 나가고 싶었고 매주 토요일만 되면 집회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뉴스닥 코너에서 지난 5일 “새누리당에서 탄핵을 부결시킨다면 당 해체까지 갈 것이다”고 주장했다. 탄핵 소추안 본회의 표결이 코앞(9일)이다. 어떤 전망을 갖고 있나?
 
가결된다고 본다. 시민들의 열망, 정치적 요구가 너무 커서 야당도 새누리당도 부응할 수밖에 없다. 지금 비박계, 친박계 입장을 얘기하고들 있는데 부결났을 때 정치적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가. 6차 촛불집회 때 최대인원이 모였고 6번이나 이 인원이 나오고 있는데 바보가 아닌 이상 가결된다고 본다. 다만 가결 이후가 걱정이다.

'박근혜 퇴진' 구호만 갖고 광장에 나온 사람들이 헌재 판결, 특검수사가 남은 상황에서 '헌재, 특검 제대로 판결하라'는 목소리를 가지고 이만한 동력이 광장에 나올 것 같지는 않다. 박근혜 퇴진만이 다가 아니다. 정당은 어떤 세상을 가져야 한다는 정치적인 비전이나 이념을 제시해야 하는데 현재 어디서도 그런 역할을 못 하고 있다.

퇴진 후에도 어떤 세상으로 가자는 비전이 없다면 사람들이 많이 허탈해하지 않을지 그 공백이 걱정이 된다. 박근혜만 내려오면 유능한 정치지도자가 알아서 잘 할 것이라는 생각만 하지 말고 지금 사회에 대한 불편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요구해야 한다.

◇ 엄마, 장하나

-출산 후 보이게 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 있다면?

세상은 엄마와 엄마가 아닌 사람의 세상으로 나뉘어져 있다. 일단 아이를 낳고 나서 아이의 문제는 모두 엄마의 문제다. 엄마,아빠의 문제가 아니라 엄마만의 문제다.

아빠가 육아를 안 하는 게 가장 문제다. 물론 제도적 문제도 있다. 여성들이 남성보다 임금을 적게 받으니까 함께 일을 해도 남편은 “내가 일을 쉬는 것보다 네가 쉬는게 금전적으로 낫지 않냐”는 말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남성과 여성의 임금을 일단 동일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 그래야 돈 때문에 내가 애기를 키우고 싶어도 못 키운다는 남편의 논리를 막을 수 있다.

남성의 육아휴직, 출산휴가의 보장도 문제다. 여자도 잘 안 지켜지는 상황인데 당연히 남성이 더 휴가를 갖기가 어렵다. 남성은 최대 5일간의 출산휴가를 갖는데 3일만 유급휴가다. 자기 새끼를 낳은 날이 명절보다도 못한 것이다. 이 제도 하나만 봐도 아빠는 애 키우는 사람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한 집안에서도 엄마의 세상, 아빠의 세상이 나눠져 있다. 이 상황에서는 아무리 지원을 해도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 국가적으로도 엄마 아빠가 함께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 것이다.

-국회의원 재직 당시에는 남편이 도맡아서 육아를 했다. 임신, 출산 과정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현재 양육은 어떻게 분담하고 있나?

내가 임신했을 때 의원으로서 꼭 고쳐보고 싶은 일이 초음파 진료였다. 내 임신기간 동안 병원에서는 10번 정도 초음파를 보러 오라고 했었다. 국회의원이야 월급이 따박따박 들어오니 초음파 비용 부담에는 별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그때도 내가 예전처럼 가난했었더라면, 돈이 없어서 초음파를 못하거나 안 하게 되면 얼마나 속상했을지 생각하곤 했다.
 

복지부는 왜 중립적으로 '그렇게 많이 할 필요가 없다'고 말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에서 권장되는 초음파 횟수가 현격히 많은데도 현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복지부에게 화가 많이 났었다.

우리는 출산 때부터 지금까지 천기저귀를 사용하고 있다. 의원 활동을 할 때는 남편 혼자 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처음에는 남편이 너무 힘들까봐 천기저귀 사용에 반대했었다. 그런데 남편은 '당신이 환노위 위원인데 기저귀 사용으로 환경오염을 시켜서는 되겠느냐'고 주장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엄마들은 집안일과 양육에 출퇴근도 없고 휴일도 없다. 거기에 기저귀 빠는 업무까지 하나가 더 추가되면 당연히 비교적 힘든 건 맞다. 하지만 처음에만 번잡하지 익숙해지면 할 만 하다.

천기저귀를 쓰는 소수의 어린이집이 있다. 매일 기저귀를 수거하고 완전히 살균하고 균 여부를 검출하는 모든 과정을 전문업체가 처리한다. 이 업체를 사용하는 원장님 말씀을 들어보면 확실히 이곳 아이들이 기저기 발진이나 피부병이 없다고 한다. 지금은 일부 어린이집에서만 쓰지만 천기저귀 지원사업이 확대된다면 개인도 쓸 수 있게 돼 좋을 것 같다.

천기저귀 사용보다 엄마들에게 더 전도하고 싶은 것은 바로 모유수유다. 국회의원은 개인공간도 있고 유축할 만한 여건이 되지만 많은 엄마들이 여건이 안 돼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안다. 이런 이유 말고 다른 이유로 쉽게 포기하지는 말라고 하고 싶다. 물론 국가는 모유수유를 할 수 있게끔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환경연합운동 사무실에 나오는 월, 수, 금은 남편이 양육을 하고, 나머지 요일은 모두 내가 전적으로 돌본다. 일요일에도 아빠가 혼자 나가서 가족간의 시간이 별로 없다.

-현역 의원 처음으로 임기 중 출산을 했다. 시민의 일꾼이라는 신분과 엄마로서 책임감의 양립 조정, 국회 내 첫 번째 출산이라는 타이틀 등 부담스러운 점이 많았을 것 같다. 본인에 이어 두 번째로 출산을 하게 될 미래의 국회의원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당시에 임신 사실을 숨겨서 내가 임신했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청년비례대표로 뽑으니 국회에서 일하는 동안 임신하고 애 낳고 하면서 몇 달 쉬지 않냐는 매도를 당하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청년비례대표제도가 잘 안 될까봐, 가임기 여성정치인에게 불이익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임신이 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눈치를 봤다.

일하는 엄마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알리고 당당히 요구했어야 했다. 그런데 숨기는 방식으로 출산 전날까지도 일하고 출산 후에도 석달을 못 채우고 일했다. 다음에 출산하는 의원에게는 나처럼 바보같이 임신 사실을 숨기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남성도 마찬가지겠지만 국회의원, 전문직 여성에게는 부모 노릇을 못하더라도 자기 일에 전문적인 것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있다. 다른 어떤 직업보다도 정치인은 정말 그래선 안 된다. 정치하는 엄마는 다른 많은 엄마들을 대변해야 한다. ‘멋진 국회의원’이란 이미지로 아이에게는 소홀한다면 그 역할을 못 한 것이다.

정치인 엄마의 모성권을 지키는 것이 다른 엄마들의 모성권을 지키는 데도 의미가 있기 때문에 더욱 모성권을 지켜야 한다. 좋은 정치인이 되기 전에 좋은 엄마, 아빠가 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엄마 장하나가 딸 두리에게 물려주고 싶은 대한민국은?

 

홀어머니 아래 자랐고 집도 가난했다. 어릴 때 꿈이 정말 많았는데 특히 예체능계에 관심이 많았다. 국민학교 6학년 때는 음악도 하고 싶었다. 바이올린, 피아노는 돈 많이 드는 걸 아니까 지휘자는 악기가 필요 없겠다는 어린 마음에 그때 장래희망을 지휘자라고 쓰기도 했었다. 한국에선 돈이 없으면 하고 싶은 걸 못한다. 우리 아이는 어린아이가 자기 환경이나 조건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지옥같은 사회에서 살지 않길 바란다.

우리 경제수준과 사람들 삶의 질 간격이 너무 크다. 천국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는 세상이면 좋겠다. 우리 때도 그랬는데 30~40년이 지난 요즘은 오히려 돈이 없으면 못하는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든다. 꿈, 기회가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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