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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사기꾼 '그린워싱'] 친환경, 소비자는 모른다

"근거 댈 수 없는 친환경 주장 만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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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윤지아 기자】

[특집기획] 친환경 사기꾼 '그린워싱'

2016년 대한민국에는 친환경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큰 이슈가 되면서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가 확산된 탓도 있지만, 일상생활 용품인 치약, 샴푸, 에어컨 살균제, 차량용 필터 등에서도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함유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안전한 친환경 제품을 찾기에 혈안이 된 것.

하지만 친환경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그린워싱’에 대한 우려 역시 크다. 그린워싱이란 기업이 친환경경영을 하고 있지 않으면서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을 말한다. '천연 제품'이라고 광고 하지만, 천연 성분은 1% 남짓 담겨 있는 경우를 ‘그린워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실 예로 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지난해 총 110개 제품에 대해 '그린워싱'으로 적발했지만 시정명령이 전부 이행되지 않아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그린워싱’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자리 잡았다.

친환경의 탈을 쓴 '그린워싱'은 내 옆에, 그리고 아이 주변에 맴돌고 있다. 베이비뉴스는 친환경 사기꾼 그린워싱이 어떤 형태로 자리하고 있는지, 그 숨겨져 있는 진실을 파헤쳐본다.

<기사 싣는 순서>
① '천연'을 믿지마세요
② 이거 진짜 '유기농' 맞아요?
③ 친환경 제품은 상술이다?
④ ‘ECO’ 그린마케팅의 진실
⑤ 믿고 살 수 있는 천연 제품, 언제쯤 탄생할까

마트에만 가 봐도 ‘친환경’을 주장하는 생활용품과 먹거리들은 셀 수 없다. 심지어 가구나 아파트 등 주거환경 안에서도 ‘친환경’ 용어가 사용된다. 생활 전반에 쓰이고 있는 ‘친환경’ 마케팅이지만 그 속에 허위나 과장, 애매모호한 주장이 섞여있다면 가짜 친환경인 ‘그린워싱’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친환경 세제, 화장지, 화장품 등 7개 제품군 702개 품목의 그린워싱 실태를 조사한 결과 46.4%인 326개가 허위 과장 표현을 하거나 중요 정보가 누락돼 있었다.

친환경인 듯한 인상을 주는 포장 디자인과 근거 없는 도안으로 친환경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을 울리는 가짜 친환경, 그린워싱 제품들. 어떤 모습으로 소비자 곁에 존재하고 있을까.

◇ 친환경 제품, 정부인증과 자율규제 속에 소비자 혼란

정부는 지난 1992년부터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을 통해 친환경제품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제품의 환경성을 개선한 제품에 한해 환경마크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인증하는 친환경 마크의 예시.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인증하는 친환경 마크의 예시.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정부의 환경인증마크는 사무용기기, 건설용자재, 생활용품 등 120개 제품군에 대상 제품별 인증 기준에 적합한지 평가 후 부착되고 있다. 지난달까지 인증을 받은 제품은 총 6만 4552개.

친환경 제품군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정부는 탄소저감을 나타내는 ▲저탄소 ▲유기농 ▲무농약 등의 마크를 추가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자체 단위의 ▲우수 친환경마크 등의 법적인증마크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인정했다. 이러한 인증마크들은 정부 산하 법적인증마크이기 때문에 친환경제품으로 인정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제품에 표시된 마크를 보고 친환경 제품을 판단한 후 물건을 구입하고 있었다. 지난 8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환경마크 등 친환경 인증마크가 있는지를 보고 구입한다’는 답변은 74.9%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는 데 환경인증마크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친환경 제품에는 정부가 운영하는 인증마크만 붙는 게 아니다. ‘제3자인증 표시’가 붙기도 하고 기업들이 장점을 내세우기 위해 제작한 ‘자체 제작 도안’이 부착되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모르는 사이에 말이다.

◇ 제3인증, 구별하는 건 소비자 몫

우리나라 친환경 제품에는 정부의 환경인증마크 외에도 해외·민간 기업이 인증하는 ‘제3자인증 마크’를 부착할 수 있다. 정부가 기업들의 자율인증을 가능케 하기 위해 제3자인증 마크를 붙일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기 때문.

현재 정부가 허가하고 있는 제3자인증 마크는 해외·국내 마크를 포함해 총 42종. 정부는 제3자인증 마크를 사용하는 친환경 기업에 스스로 긴장감을 가지고 제품 정보를 공개할 수 있게끔 자율적 규제를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기업에 허용하는 자율 인증 가능 범위가 커지면서 이를 이탈해 부당한 이익을 보려는 경우가 생겨도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한 유아식기세트 업체는 제품에 제3인증 마크인 것처럼 'ECO baby label'을 만들어 부착했고 한 유아용기저귀 회사는 한국아토피협회 회원증을 '아토프리' 인증으로 격을 높인 것처럼 표시 후 판매해 적발된 바 있다.
 

친환경 마케팅의 진실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친환경 마케팅의 진실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이러한 경우 정부는 기업에 시정조치밖에 내릴 수 없다. 자율적 규제 속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업이 조치에 따르지 않을 시에는 부당·표시광고 위반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이하의 벌금이 고작이다. 이것 역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기업을 상대로 고소해야만 가능한 처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품 구매할 때 인증마크와 기업이 만든 자체도안을 구별해야하는 것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다.

소비자들의 현명한 친환경 제품 구매를 돕기 위해 정부는 ‘녹색제품정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시스템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

이에 대해 환경부 측은 “환경인증마크와 관련해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인력 확대를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한국소비자원 배순영 선임연구위원은 “친환경 제품은 소비자들이 인증마크와 기업 자체도안을 구분해야 하는 만큼 제품에 부착된 QR코드와 검색을 통한 마크에 대한 정보 확인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은 ‘친환경’이라는 용어나 녹색으로 표현돼 있는 제품 겉면에 현혹되기 쉽다. 용어를 100% 수용하는 것 보다 비판적인 시선을 가져야 한다. 소비자는 친환경 용어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생긴다면 그린워싱으로 낭패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 건강한 친환경 제품 구입하려면…“친환경 상술에 속지말 것”

환경부는 지난 2013년 ‘그린워싱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데 이어 2014년 4월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같은 해 9월 시행하며 가짜 친환경제품에 대한 근절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짜 친환경 제품은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친환경 제품의 그린워싱 실태를 살핀 미국 글로벌 안전과학 회사 UL 환경사업부 리사 마이어 부사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친환경 제품에 대한 검증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그린워싱’은 좋게 말하면 위선이고, 정직하게 말하면 사기다. ‘지구를 살린다’거나 ‘환경을 보호한다’는 식의 모호하고 막연한 상술이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한국의 많은 제조사가 녹색 제품을 생산한다고 홍보하지만,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가짜 친환경 제품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주의해야 할까.

인천녹색소비자연대 양지안 사무처장은 "우선 소비자는 친환경 제품에 인증된 마크가 붙었는지 확인하고 친환경, 에코 등의 용어는 무작정 믿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는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에 과장된 표현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또 좁은 제품 표면에 친환경 증빙내용이 다 담길 수는 없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기업의 친환경 마케팅에 속지 않으려면 정부가 제공하는 친환경 정보나 마크 등에 관심을 가져 기업을 긴장하게 만드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양 사무처장은 “정부도 함께 노력해야 가짜 친환경 제품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친환경위장제품에 대한 미미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법적 처벌이 약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친환경 마케팅을 남발하면서 법을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법적 처벌 강화와 정부 주도하의 잦은 모니터링이 함께 이뤄진다면 그린워싱 제품은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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