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흡연? 강제흡연!] "아이 방으로 담배 연기가" 층간흡연 몸살
집 안에서 태운 담배, 이웃집까지 간접흡연 피해
【베이비뉴스 윤지아 기자】
[기획연재] 간접흡연? 강제흡연!
“간접흡연을 하는 아기는 흡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간접흡연에 노출된 아기는 1~2개비를 피운 흡연자를 웃도는 니코틴 수치가 검출될 뿐만 아니라 성장 등 건강에 다양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아이들은 담배연기를 피할 길이 없다. 집 안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심지어 뛰어 놀아야 하는 공원에서 조차도 간접흡연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간접흡연을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금연구역을 확대 지정하고 있지만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담배연기와 지나다니며 피우는 담배연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흡연자의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 속에 아이들은 간접흡연으로 고통 받고 있다. 금연 구역 또는 가정 내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 아이들을 공격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본다.
<기사 싣는 순서>
① 길거리 흡연, 아이 엄마들 "담뱃불 무서워"
② 아빠 옷에 담배부산물, 공포의 '3차 흡연'
③ "아이 방으로 담배 연기가" 층간흡연 몸살
④ [카드뉴스] ‘간접흡연은 강제흡연!’ 아이 지키는 방법

“흡연자들도 집에 담배 냄새 배는 게 싫어서 아파트 복도, 아니면 1층에 내려와서 피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그 연기는 다 어디로 가겠어요. 옆집, 윗집, 아랫집으로 다 갑니다. 흡연권만 주장할 게 아니라 이웃에게 간접흡연 하지 않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걸 알아야합니다. 빨래를 넣어놓아도 냄새가 배고 아이들도 담배냄새가 난다고 이야기합니다. 흡연자가 없는 집에서 왜 담배냄새를 맡아야 할까요?”
국민생각함에 층간흡연의 고충을 남긴 한 아이 아빠의 질문이다. 사연을 올린 아이 아빠는 흡연자가 없는 집안에서 이웃의 흡연으로 인한 담배냄새가 들어와 괴롭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아빠는 “이웃이 당신의 흡연으로 인해 온갖 스트레스와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받아도 괜찮으십니까? 간접흡연이 직접흡연보다 건강에 더 나쁘다는 점,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제발, 당신의 흡연으로 인해 주변인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십시오”라는 당부 글을 남겨두기도 했다.
층간흡연, 공동주택이 많은 우리나라 주거 특성 상 이웃 간 층간흡연 문제는 층간소음 문제를 뛰어넘은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특히 아이를 키우거나, 임신부들은 이웃의 흡연으로 집 안에서까지 간접흡연을 당하고 있는 상황. 공동주택 간 흡연 문제, 어떤 점이 피해자들을 괴롭게 하고 있을까.
◇ 층간흡연, 이웃집을 미세먼지 가득한 방으로 만드는 데 ‘5분’
국가금연지원센터가 지난달 발표한 ‘층간흡연 현황’에 따르면 공동주택 내 층간흡연은 2011년 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3년 10개월 간 1025건의 피해사례가 접수됐다. 주된 층간흡연 피해 유형은 아파트가 96.7%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고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 등이 3.3%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접흡연 피해를 야기하는 장소로는 베란다, 화장실 등 집 내부로 53.7%를 차지했다. 이어 계단, 복도 등 건물 공용부분이 31.9%, 건물 밖의 단지 내 놀이터 등 저층 근거가 12.6% 순이었다.
흔히 층간흡연 피해는 창문을 자주 여는 여름만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피해자들은 계절에 상관없이 화장실, 베란다 등에서 환풍기를 타고 올라오는 담배연기를 고스란히 맡고 있었던 것.
층간흡연은 단순히 연기가 올라오고 담배 냄새가 배는 것에 그치는 걸까? 국립환경과학원 심인근 연구사의 흡연으로 인한 미세먼지 층간 확산 정도 연구결과에 따르면 실내 흡연으로 인한 층간흡연 피해는 흡연자의 집보다 세대 간 확산 속도가 빠르고 흡연 담배 개수에 따라 오염물질 발생량이 비례해 발생한다.
심 연구사는 “124제곱미터 크기의 신축 공동주택 내에서 실험한 결과 흡연에 의한 오염물질이 5분 내에 다른 세대로 전파됐고 미세먼지 크기에 따라 위 세대뿐 아니라 아래 세대에도 유해물질이 확산됐다”며 “흡연세대 위·아래 세대들이 중 일부 세대만 환기시설을 작동시킨 경우 위·아래 세대 모두 미세먼지가 5분 이내로 실내공기 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무심코 아파트 복도, 베란다, 화장실 등에서 피운 담배 연기가 불과 5분 이내에 옆집을 미세먼지가 가득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층간 흡연 문제는 건축물 환기 시스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공동 주택과 아파트에서 각 세대의 실내공기가 서로 연결돼 있는 유일한 통로인 화장실 환기구를 통해 특정 세대의 냄새나 담배연기가 이웃 세대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다.
◇ 층간흡연으로 집안에서 간접흡연 피해 입는 아이들
“현관 화장실에서 담배 냄새가 진동합니다. 집에 아이가 있는데 그 냄새를 다 맡아야 됩니다. 소중한 내 자식이 아침, 저녁 담배 냄새 맡게 할 수는 없습니다. 간접흡연이 건강에 얼마나 나쁜지 아십니까? 아이들 유전자까지도 바꾼다고 합니다.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시는 분,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참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SNS를 뜨겁게 달군 한 아파트의 층간흡연 경고문 일부다. 아이 엄마가 작성한 듯한 경고문에는 아이에게 고스란히 가고 있는 간접흡연 피해에 대한 분노가 담겨있다.
그러나 층간흡연은 금연아파트 지정 외 마땅한 규제 방법이 없다보니 이웃 간 소통, 배려 등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법적 규제가 마련되기까지 영유아나 임산부는 이웃의 배려 없이는 간접흡연 피해를 입어야만 한다.
실제 2014년 1월부터 2016년 5월 층간소음 및 간접흡연 민원은 1196건 중 간접흡연(57.5%, 688건)이 층간소음(42.5%, 508건)보다 많았다. 그 중 영유아 양육자, 임산부로 신분을 밝힌 민원 접수자는 16.3%로 249건에 달했다.

직접 국민신문고에 피해 접수를 한 오다희 씨는 “매일 집안에 퍼지는 담배 냄새 때문에 너무나 괴롭다. 아침마다 담배냄새로 잠에서 깨고 지금 2세 계획 중인데 나쁜 영향이 없을지 걱정된다”며 “다세대주택이라 화장실 외 거실이나 방안에서도 벽을 타고 냄새가 퍼지는 것 같다. 출입구에 실내금연 요청하는 종이를 몇 번 붙여봤지만 소용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오 씨는 “현실적으로 세입자가 입주자 동의를 얻어 금연주택 만들기는 쉽지 않다”며 “법으로 강제로 규제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민원이 잦다보니 국가금연지원센터는 지난달 공동주택에서의 흡연피해가 산모와 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거 환경에 거주하는 산모와 태아가 단독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보다 환경흡연에 노출될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비흡연 산모의 제대혈에서 코티닌을 검출한 정도가 단독 주택에 살고있는 비흡연 산모보다 3.17배 더 높게 나타났던 것. 코티닌은 흡연자의 혈액, 소변, 타액에 존재하는 니코틴의 대사산물이다.
국가금연지원센터 박아현 부연구위원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시설이 환경흡연에 노출되는 여러 가능성 중에서도 우선 고려돼야 하는 장소라는 것을 나타낸다”며 “제대혈청 내 코티닌 검출은 층간흡연이 임산부를 비롯한 거주자들에게 간접흡연 피해를 끼치는 환경흡연이라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 층간흡연, 해결책은 이웃의 금연뿐?!
비흡연자, 특히 아이들과 임산부들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층간흡연은 전혀 막을 수 없는 것일까. 현재까지는 공동주택 주민들의 과반수 동의를 얻어 진행하는 ‘금연아파트’ 지정 수준이다. 그마저도 지난해 9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도입돼 아직 미미한 단계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주민 과반수 동의, 관리소장이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점, 내 집에서 왜 담배를 피울 수 없는지에 대한 사생활 침해 논란 등의 갈등이 유발되고 있다.

정부도 층간흡연에 대한 피해 접수가 늘어남에 따라 대처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 말 공동주택 입주자가 다른 입주자에게 간접흡연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하는 의무를 제도화할 예정이다. 환경부 역시 2017년 말까지 층간흡연 기준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2015년 이후 짓는 공동 주택은 층간흡연을 막기 위한 역류방지설비 의무화가 도입됐지만, 기존 주택은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된다는 입장만 나온 상황이기 때문.
선진국 사례를 예로 든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정훈 연구원은 “미국과 캐나다는 공동주택 내 간접흡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자발적 또는 지방정부의 법에 의해 금연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 개인 유닛을 포함한 100% 금연정책을 시행 중”이라며 “미국에서처럼 법규의 위반 시 벌금, 법적 소송 등 보다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리적 차단을 해서라도 집안에 유입되는 간접흡연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립환경과학원 심인근 연구사는 “층간흡연 방지에는 금연이 가장 좋은 예방 방법이겠지만, 금연을 강요할 수 없다면 신축 또는 기존 공동주택에서 개별세대의 화장실 환기구와 주 환기 통로 사이에 댐퍼와 같은 물리적 차단막을 설치해 담배연기의 유입을 막도록 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공동주택 옥상에 기계 환기설비를 추가해 화장실 주 환기구의 오염물질이 내부에서 정체하지 않고 건물 밖으로 배출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심 연구사는 “주기적인 실내 환기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통한 계몽도 필요하다”며 “층간흡연 피해에 대한 계몽을 통해 공동주택 내에서 건강한 실내 공기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금연지원센터 금연기획팀 선필호 팀장은 “공동주택 내 층간흡연에 관한 어떠한 정책도 흡연자와 금연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층간흡연 문제는 대다수 국민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더욱이 건강문제와 직결된 사안”이라며 “층간흡연으로 인한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금연에 대한 인식 확산과 금연노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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