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정가영·이중삼 기자】
‘하늘에 별 따기’, ‘로또 당첨’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국공립어린이집. 대기 순번이 기본 100번을 넘을 정도로 국공립어린이집은 부모들이 최우선으로 선호하는 곳이다. 하지만 그 비율이 전체 어린이집의 10%도 되지 않아 ‘운 좋은’ 아이만 입소할 수 있다. 질 좋은 보육 서비스로 공보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이 적어도 30%는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국공립어린이집을 ‘최소 30%’ 혹은 ‘최대 50%’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일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국공립어린이집 건립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동네 건립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 용산구가 한남동 응봉근린공원 내 국공립어린이집 건립을 추진하자, 일부 주민들이 반대 서명 운동을 하며 건립 저지에 나서고 있는 것. 대체 무슨 일일까?
서울시는 전국에서 대표적으로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계획을 실천하는 지자체다. 2012년 765개에 불과했던 서울시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은 지난해 1419개로 85.5% 늘었다. 전체 어린이집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2.3%로 증가했다. 전국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인 7%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서울시는 2020년까지 총 2154개, 전체 어린이집의 33%까지 늘린다는 계획 하에 국공립어린이집이 필요한 지역을 대상으로 우선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용산구 한남동은 대표적으로 국공립어린이집이 부족한 곳이다. 한남동에는 800여명의 아이들이 거주하고 있지만 어린이집은 5개(국공립 1개 포함)에 불과하다. 어린이집이 수용하는 인원이 159명이라 나머지 아이들은 다른 지역으로 ‘원정 보육’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에 용산구는 LG복지재단과 협력해 응봉근린공원 내 구립 북한남동어린이집(가칭)을 건립하기로 했다. LG복지재단의 16억 원 지원비와 시·구비 등 25억 2500만 원의 사업비로 지상 3층, 90명의 아이들을 보육할 수 있는 어린이집이 마련되는 것. 용산구는 당장 3월 착공에 들어가 올해 하반기 어린이집 개원을 목표로 두고 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공원 내 국공립어린이집 건립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다. 응봉공원지키기주민연대 소속으로 건립 반대 활동을 펼치는 이승근(60) 씨는 “공원 부지 내 국공립어린이집을 건립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펄쩍 뛰었다. 이 씨는 “한남동에는 어린이가 별로 없고 어르신들이 많이 살고 있다. 공원이 사라지면 어르신들은 어디서 운동하냐”며 “특히 유턴하기도 힘든 도로에 어린이집이 건립되면 교통 혼잡이 발생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공공의 유산인 공원을 개발 목적으로 파괴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를 포함한 몇몇 주민은 공원 입구 곳곳에 ‘국공립어린이집 건립 반대’, ‘응봉근린공원을 지켜주세요. 응봉공원 폐쇄 절대 반대!’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건립 반대 서명 운동까지 하고 있다. 국공립어린이집 건립을 지원하는 LG복지재단을 찾아가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씨는 “한남동에 어린이집을 짓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옮겨 건립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주민 조 아무개(64) 씨도 “다른 곳에 옮겨 짓는 것은 찬성하지만 이곳은 안 된다”고 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국공립어린이집 반대 이유는 크게 ‘교통 혼잡’과 ‘공원 폐쇄’다. 이에 대해 용산구는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공원을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공원 조성 계획을 변경하는 것이다. 도시공원위원회 등의 심의를 받았다. 이동동선을 유지하고 주변 건물과의 배치 관계나 시야 확보 등을 검토해서 건축물이 공원에 맞게 건립되도록 공원 조성 계획을 변경했다”며 “공원 내에는 어린이집과 주민 쉼터가 함께 재조성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우려하는 교통 혼잡 문제를 해결하고자 어린이집 차량운행도 계획 중이다. 관계자는 “어린이집이 혐오시설도 아니고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도 아닌데 일부 주민들이 반대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용산구청은 예정대로 국공립어린이집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이 부모들은 국공립어린이집 추진 소식을 반가워하면서도 일부 주민들의 냉랭한 반응에 씁쓸할 수밖에 없다. 한남동에 사는 한 엄마는 “어린이집이 부족해 첫 아이 키울 때 너무 힘들었다. 둘째 계획을 하고 있는데 어린이집이, 그것도 믿을 수 있는 국공립어린이집이 생긴다면 너무나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나라가 추진하고 아이 키우는 엄마, 아빠가 가장 원하는 정책을 ‘우리 동네는 안 된다’고 반대하니 속상하다. 많은 분들이 내 자식, 내 손주를 위해 짓는다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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