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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나오지 않은 초기 임신부는 서러워요"

초기 임신부 배려하는 사회 분위기 정착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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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7시 서울 지하철 7호선 온수역은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붐볐다. 임신 11주째인 류가윤(36) 씨는 심한 입덧 때문에 길게 늘어선 줄에 끼지도 못한 채 벤치에 앉아 전동차를 기다렸다. 전동차 문이 열리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바쁜 걸음들이 앞 다투어 밀고 들어갔다. 류 씨 역시 놓칠세라 빠르게 걸음을 옮겨보지만 ‘임신부 배려석’ 두 자리는 이미 젊은 남성과 머리가 희끗한 중년 여성이 차지한 뒤. 결국 류 씨는 목적지까지 서서 출근해야 했다.

류 씨는 “서서 가다보면 사람들한테 치여서 입덧이 더 심해질 때가 많다. 심할 때는 내려서 쉬었다 가기도 한다”며 “배가 부른 임신부가 와도 본체만체 하는데 나 같은 초기 임신부한테 비켜주기나 하겠나”라고 토로했다.

지하철에 마련된 ‘임신부 배려석’은 대표적인 임신부 배려 정책 중 하나지만 류 씨처럼 외관상 표시가 나지 않는 초기 임신부에게 배려를 기대하기 어렵다. 출퇴근 시간은 물론 평상시에도 ‘임신부 배려석’이 비어있는 경우가 거의 없고, 비워져있다고 해도 임신한 티가 나지 않아 눈치가 보이기 때문.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2016년 임신부 배려 인식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주 이상 임신부의 58.4%가 배려를 경험한 반면 12주 미만의 임신부는 47%에 그쳤다.
 

임신부를 위해 마련된 임신부 배려석을?남성들이?차지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임신부를 위해 마련된 임신부 배려석을 남성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수도권 지하철 1~8호선 1차량 당 2좌석, 총 7140좌석을 임신부 배려석으로 운영하고 있다. 초기에는 좌석 위쪽에 ‘임신부 먼저’라는 스티커를 붙여 표시하던 것을 작년 7월부터 좌석과 등받이, 바닥까지 핑크색으로 바꿔 표시해 임신부 배려석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핑크색으로 좌석을 바꾼 뒤 임신부 배려석에 대한 인지도는 크게 높아졌지만 임신부, 특히 초기 임신부들이 느끼는 불편은 여전하다.

임신부 배려석을 차지하고 있는 일반 승객 대부분이 잠을 자거나 스마트폰을 보느라 임신부에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육안으로는 분별이 어렵다보니 이미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양보해달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임신부가 대중교통 이용 시 배려 받을 수 있도록 제작된 ‘임신부 배지’도 배포하고 있지만 임신부들이 부담을 느껴 잘 달지 않거나, 임신부 배지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 그마저도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임신 28주인 김은지(34) 씨는 “입덧이 심해 지하철이나 버스 탈 때마다 멀미가 심하고 어지러울 때가 많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 처음에 부끄러워 잘 달지 않던 임산부 배지를 달기도 해봤지만 양보 받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24일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임산부 배려 캠페인' 행사가 진행된 국회의사당역 승강장 안전문에 부착된 임산부 배려석 포스터가 시선을 끌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24일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임산부 배려 캠페인' 행사가 진행된 국회의사당역 승강장 안전문에 부착된 임산부 배려석 포스터가 시선을 끌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초기 임신부에게 배려가 필요한 이유

임신 초기는 갑작스런 몸의 변화로 인해 임신 기간 중 가장 힘든 시기로 손꼽힌다.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입덧이나 어지럼증, 두통, 불면증 등 갖가지 증상들이 임신부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적인 증상인 입덧은 임신부의 70~80%가 겪을 정도로 흔하지만 심한 경우 체중이 10kg 이상 급감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임신 초기에 쏟아지는 졸음도 임신부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 중 하나다. 이로 인해 피로를 쉽게 느껴 밤에는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아침엔 몸이 무거워지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이렇듯 먹고 자는 일이 원만치 않으니 체력적 무력감도 크다. 호르몬이 왕성해지면서 이유 없이 눈물이 나거나 우울함이 증가하기도 하다보니 직장에 다니는 초기 임신부의 경우 사회생활 스트레스로 이중고를 겪기도 한다.

또 14주까지는 태반이 온전히 형성되기 전이라 약한 자극에도 유산 위험성이 높아 유산에 대한 정신적 부담 역시 크다. 대한산부인과 학회에 따르면 전체 임신부의 10~15%가 유산을 경험하고, 임신부의 80%는 임신 12주 이내에 유산 위험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최근 5년간 자연유산 비율이 3.6%에서 4.3%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처럼 초기 임신부가 감당해야 할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은 한 두 개가 아니다. 그럼에도 겉으로는 일반 여성과 차이가 없다보니 가장 조심해야 하고 가장 배려를 받아야 하는 시기에 충분한 배려를 받지 못하고 있다. 

◇ ‘임신부 배려’ 문화로 정착되는 것이 우선
 

24일 국회의사당역에서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임산부 배려 캠페인' 행사가 진행된 후 9호선 일반열차에 탑승한 승객들이 곰인형이 놓여진 임산부 배려석을 비우고 앉아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24일 국회의사당역에서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임산부 배려 캠페인' 행사가 진행된 후 9호선 일반열차에 탑승한 승객들이 곰인형이 놓여진 임산부 배려석을 비우고 앉아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임신부들은 임신부를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해야한다는 인식이 있다면 굳이 임신부 배려석을 따로 설치할 필요도, 임산부들이 눈치를 볼 일도 없다는 것.

류 씨는 “사실 임신하기 전까지 임신부들이 얼마나 힘든지 전혀 몰랐다. 임신부 배려석이 잘 시행되기 위해서는 임신부가 배려의 대상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배려석만 휘황찬란하게 꾸며놓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임신 18주째인 권태현(31) 씨도 “임신이 얼마나 육체적으로 힘든지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야 말로 임신부 배려석이 확산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임신부 배려석 설치보다 임신 초기부터 임신부를 배려하는 분위기가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홍승아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여전히 임신과 출산이 개인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다보니 왜 배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낮을 수 밖에 없다”며 “단순히 임신부 배려석을 배치할 것이 아니라 임신부 배려석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시민들을 이해시키고, 임신부 배려에 관한 캠페인이나 다양한 홍보를 통해 사회적 배려 문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여전히 임신부 배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이를 위해 임신부를 나타내는 엠블럼 보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임신부 배려에 대한 다양한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꾸준한 홍보 활동을 통해 임신부 배려 인식 확산을 도모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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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3월, 서울도시철도공사가?서울 5호선 광화문역사에서 임산부 배려 캠페인을 연 가운데, 시민들이 임산부 배려에 대한 다짐을 담아 '임산부 배려 약속 나무'에 붙이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해 3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서울 5호선 광화문역사에서 임산부 배려 캠페인을 연 가운데, 시민들이 임산부 배려에 대한 다짐을 담아 '임산부 배려 약속 나무'에 붙이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초기 임신부 배려 캠페인] 베이비뉴스는 "배가 나오지 않아서 더 배려가 필요해요" 초기 임신부 배려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임신 초기는 가장 배려가 필요한 시기이지만, 우리 사회의 인식은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해피빈X포스트 공감펀딩(https://goo.gl/tPzB7h)을 계기로 초기 임신부 배려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이번 캠페인은 한국솔가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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