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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배려석 비워두는 게 낭비라니요?"

[심층인터뷰] 대중교통 이용이 두려운 임신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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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김고은 기자】

이가영(31) 씨가 첫 임신을 했던 건 2013년 초반의 일이다. 당시에는 지하철에 임신부가 마음 편히 앉을 공간이 노약자석뿐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는 가영 씨 같은 임신부에게 이미 성역 같은 곳이었다. 노인이 아니면 감히 넘볼 수 없는 자리처럼 느껴지는 곳. 버스에는 핑크색으로 꾸며진 임신부배려석이 있었지만 그것 역시 늘 만원이었다. 임신 초기 유산기와 하혈이 심해 운신이 쉽지 않았던 가영 씨는 출퇴근을 하며 단 한 번도 양보나 배려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어느덧 4년이 흘러 셋째를 임신한 가영 씨가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은 어느 날. 두리번두리번 설자리를 찼던 차에 마침 방송이 나왔다. "임신부가 아닌 분은 임신부배려석을 양보해 달라." 이 말에 가영 씨는 용기를 얻었다. 그래서 그 칸에 딱 하나인 임신부배려석에 앉아 있던 중년 남성에게 다가가 말했다. "임신부인데 자리를 양보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양보는 흔쾌히 이뤄졌다. 하지만 곧 가시방석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배가 나오지 않아 임신부처럼 보이지 않으니 누군가 흉을 보지 않을까?' 앉아 있는 내내 눈치가 보였다.

가영 씨가 겪은 일들은 우리나라 임신부라면 누구나에게 예사로운 일이다. 무거운 몸으로 지하철을 타면 임신부배려석은 늘 다른 사람들로 만원이고, 노약자석은 언감생심 바라지도 못한다. 안 그러던 성격도 소심해지고 눈치 보는 일도 몸에 밴다. 지난 4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열린 제267회 맘스클래스에서 만난 세 명의 임신부들도 한결같이 이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임신 전에는 결코 몰랐던 사실, 눈칫밥 신세인 임신부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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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신해보지 않고는 모를 임신부의 고된 현실

'배가 나오지 않아 더 배려가 필요해요' 초기 임신부 배려 캠페인 인터뷰에 동참한 임신부들. 왼쪽부터 이가영, 이형미, 김은지 씨. 장경호?PD ⓒ베이비뉴스
'배가 나오지 않아 더 배려가 필요해요' 초기 임신부 배려 캠페인 인터뷰에 동참한 임신부들. 왼쪽부터 이가영, 이형미, 김은지 씨. 장경호 PD ⓒ베이비뉴스

"마침 여기 오는 길에 험한 꼴을 당했어요."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이형미(29) 씨가 말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뭉친 배를 쓰다듬는 손이 분주했다. 

"서울메트로 1호선을 타고 인천에서 신도림에 오는 길이었어요. 별안간 한 할아버지가 크게 소리를 치며 다그치더라고요. '아가씨 애 뱄어? 자리 양보할 줄 몰라?' 이렇게요. 정말 너무 놀랐어요. 노약자석에 앉아있어서 그런 건가 싶은데 제가 못 앉을 데 앉은 건 아니잖아요. 몇 개 없는 임신부배려석 찾아가자니 자리가 다 차있어서 앉기 힘드니까, 다른 노인분들께 죄송하지만 정말 힘들어서 앉았는데…."

임신 중기에 접어든 김지은(29) 씨는 지하철을 이용하다가 "임신한 게 죄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씁쓸해했다. 임신부배려석 앞에 서서 자리에 앉은 중년 남성과 눈이 마주쳤는데, 곧바로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는 그를 보며 서러운 마음과 죄책감이 들었다는 것이다.

"지하철에 사람들이 많으니까 배가 눌리는 게 걱정되기도 하고, 괜히 나쁜 일을 겪지는 않을까 걱정돼서 입구 바로 앞자리에 서서 다녔거든요. 사람들에게 부담 주고 싶은 마음도 없었어요. 그런데 막상 그렇게 외면을 당하고 보니 울컥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이제 지하철은 이용하지 않으려고 해요. 몸도 마음 다치는 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차라리 택시나 버스를 이용하고 있어요."

서너 정거장 간격으로 입덧 때문에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 한 자세로 서 있으려면 배와 몸이 굳는 느낌 때문에 힘에 부치는 것은 차라리 견딜만했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그로 인한 우울감이었다고. "임신하기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어요. 저도 겪어보지 않았으니까요." 형미 씨가 북받치는 감정을 누르며 말했다.

◇ 임신부배려석이 마련된 이유

임신부배려석은 버스에는 2012년, 지하철에는 2013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임신부배려석은 버스에는 2012년, 지하철에는 2013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버스에는 2012년부터, 지하철에는 2013년부터 핑크색 임신부배려석이 운영되고 있다. 기존 노약자석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임신부의 피해로 인한 잦은 민원이 발생했고, 저출산 현상까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임신부배려석을 마련해 현상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취지가 무색하게도 아직까지 임신부배려석은 임산부가 아닌 다른 사람을 태운 채 달리는 경우가 태반인 실정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실시한 임신부 배려 인식도 설문조사 결과 임신부 중 배려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열 명 중 네 명 꼴인 40.9%에 불과했을 정도다. 

그래서 지난해부터는 앞서 가영 씨가 말한 듯이 기관사가 직접 방송을 하기에 이르렀다. 임신부 먼저 스티커, 배지, 목걸이 배포에 이어 역사 내 현수막 홍보로도 임신부 배려 인식이 효과적으로 제고되지 않자 육성 홍보에 나선 것이다. 이를 객실 내 임신부 배려 캠페인 홍보영상 상영과 병행해 생생하게 보고 듣는 캠페인을 지속 실시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임신부배려석에 대한 갑론을박이 언제나 뜨겁다. 특히 '비워둬야 한다'는 권고에 '비워두는 것은 자리 낭비'라거나 '임신부가 보이면 자리를 양보하면 되지 않느냐'는 대립각이 세워진다. 그러나 수많은 임신부들은 "앉아 있는 사람이 배지를 보거나 불러있는 배를 보고 먼저 양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임신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임신부 커뮤니티에 하루에도 수십 건의 글과 댓글이 "양보는커녕 무관심만 받는다"고 이구동성으로 토로한다.

◇ 임신부 배려의 시작은 임신부배려석 비워두기

  어떻게 하면 임산부에게 관심을 갖고 배려하는 분위기를 확산할 수 있을까. 형미 씨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임산부는 배려 대상이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임산부를 배려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남편에게 어제 물어봤어요. 지하철 이용하면서 임산부들이 힘든 사실을 아느냐고요. '이동이 힘들면 엘리베이터 타면 되고 자리는 노약자석에 앉으면 되잖아'라고 말하더라고요. 누군가 알려주지 않아서 무지한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몸이 하루하루가 다르고,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는 모든 지하철마다 이용하기 편한 동선에 있는 게 아니고, 자리는 비어있을 때가 거의 없고 있어도 눈치 보여서 앉기 어렵다는 얘기를 해줬어요. 듣고 나니 '아 그럴 수 있겠구나' 하더라고요."   시민들은 기관사의 목소리로 임신부 배려 메시지를 듣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반응이다. 서울메트로의 경우 역사 내 안내방송은 하루 6회, 열차 내 안내방은 수시로 실시하고 있는데, 이를 듣고 임신부배려석을 인식하는 사람이 있더라는 반응이 온라인에도 다수 올라온다. 형미 씨는 "아직 듣고도 모른척하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방송이 꾸준히 나와야 서서히 인식이 바뀌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가영 씨는 임신부를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지하철에서부터 시작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배가 많이 부른 임신부든 배가 나오지 않은 초기 임신부든 평범한 사람과 몸 상태가 다른 약자로서 비어있는 자리를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 분위기가 점점 남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방향으로 흘러가다보니 약자에 대한 배려 인식도 안 좋은 쪽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우리는 모두 한 엄마의 아이였잖아요. 우리 엄마라는 생각으로, 또 우리 아이라는 생각으로 배려해주신다면 임신부들에게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조금만 배려 받아아도 크게 감동하게 되거든요. 대한민국의 아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조금만 바꿔주시면 좋겠습니다."   [초기 임신부 배려 캠페인] 베이비뉴스는 "배가 나오지 않아서 더 배려가 필요해요" 초기 임신부 배려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임신 초기는 가장 배려가 필요한 시기이지만, 우리 사회의 인식은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해피빈X포스트 공감펀딩(https://goo.gl/tPzB7h)을 계기로 초기 임신부 배려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이번 캠페인은 한국솔가와 함께합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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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민2018.01.01 10:24

    오죽하면 비워달라 할까요~
    뺏지를 보고도 모른척 하는 남.녀 분들..
    당신의 가족일수도 있습니다..

  • 양*철2017.12.25 23:20

    임산부 배찌 차고있어도 끝까지 양보 안해주시는분들 너무 얄미워요 ㅠㅠ

  • 원*신2017.12.25 23:12

    조금더 사회적인 아름다움을 서로 배려하면서 만들어나갔으면 하네요 ㅠㅠ

  • 송*나2017.12.25 22:06

    임신하고 나서는 만원지하철 탈 자신이 없어서 새벽같이 출근하기로 결심했네요...ㅠㅠ

  • 박*아2017.12.25 21:20

    임신초기에 임산부 배려석에 앉으면 괜히 눈치가 보여서 일부러 임산부 배지를 보이게 했어요.
    만삭일때는 임산부 배려석 덕분에 조금이나마 편히 앉아서 갈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자리를 비워두는 인식변화가 중요한거 같아요~

  • 은*김2017.12.25 18:23

    그렇게 많은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탔지만, 임산부 배려석이 비어있는 경우는 정말 드뭅니다. 진짜~~ 힘들어요..!! 초기 땐 태아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말기엔,, 숨쉬기도 힘들 만큼 몸이 고돼요.. 그런데,, 의자 하나 비워 두는 게 그렇게 힘들가요? 네~~ 하루 종일 일하셨으니 힘드실 수 있죠.. 그렇지만,, 만산만 한 배를 24시간 지니고 다니는 임산부만큼은 아니잖아요.. 그러니 양보해 주세요..~ 맘으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차후 저 역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비워주세요..~~ 임신해보지 않고는 절대 모르는 고된 현실,, 이제는 나누는 그런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강*진2017.12.25 09:59

    임산부 배려 꼭 필요합니다!! 본인의 가족이었으면 어땠을까 한번쯤 생각해 봤음 좋겠네요

  • 이*은2017.12.25 04:47

    첫째때 딱한번 배려받아본것 같네요 임산부배려석 옆에앉은아저씨가 임산부배려석에 앉아있는 청년한테 임산부니까 비키세요라고 말해줘서요ㅋㅋ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저씨 본인이 양보해주셨음 아마 더더욱 고마워했을것 같긴해요..어쨌건 그분덕에 편히갔던 기억이 나네요^^

  • 이*희2017.12.25 00:01

    임산부 배려석 정말 필요합니다~ 아직도 그 자리에 임산부가 아닌분들이 앉으시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임산부를 위해 배려해주세요!

  • 이*정2017.12.24 13:56

    만삭인 요즘은 다들 친절히 자리 양보 잘 해 주시는데, 임신 초기에 오히려 표가 안 나니까 양보도 안 해주시고 더 힘들었어요.

  • 김*향2017.12.24 10:54

    배가 나오면 그래도 알고 많이들 양보해주시던데 초기에는 모르니까 오해도 받고 그랫어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때가 빨리왔으면 좋겠네요

  • 김*주2017.12.24 05:19

    저도초기때진짜힘들어서앉고싶은데앉으면 왜앉냐고할머니들이뭐라하더라구요. . . 오히려아줌마들이더해못해줬어요. 자기들은 임신햇을때 빨래도하고 물도길러다녓다면서 요즘젊은애들은 임신이벼슬인줄아냐고하더라구요. 정만그때서러워서집에와펑펑운기억이나네요. . . 임신부석은 그냥비워두면좋겠어요. 그한자리양보한다해서 문제될거없는데. . .사회인식이좀빨리바뀌면좋겠어요

  • 김*다2017.12.23 22:49

    임신초기엔 배가안나오니 모르고 만삭이라도 겨울옷으로 가리면 안보일때가 많아서 양보받은적이 없었네요ㅠ 임산부들이 눈치안보고 배려받고싶네요

  • 문*라2017.12.23 16:29

    저도 첫째 임신했을때 양보받은 경험 거의 없었던것 같아요. 오히려 노약자석에 앉으면 할아버지들이 임신했냐고 물어보시고... 임신했다고 하면 더이상 뭐라고 안 하지만 제가 왜 임신했다고 대답하고 확인을 해줘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요즘은 유모차 갖고 전철타면 자리 좁다고 눈치 준답니다.ㅜㅜ 아이를 가졌을때도 그렇고 낳고 키울때도
    여전히 눈치봐야하는건 사실이예요. 언제쯤 임산부와 육아맘들을 배려해주는 대한민국이 될까요?

  • S*********k2017.12.22 11:35

    임신 초기엔 티도 안 나고 아기 낳고 나서 약해진 분들을 위하기도 한 자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비워둬야하는 필요성을 못 느끼는 분들이 많은 까닭은 누군가에게 양보를 하기엔 너무나 힘들고 피곤한 사회와 임신, 출산 그리고 그 과정 중에 여성의 몸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서이지 않나 싶습니ㅜㅠ

  • 유*슬2017.12.22 11:24

    임산부배려석..홍보가더시급한것같아요ㅠ 초기임산부는 겉으로 티도안나면서 유산의 위험한시기이죠! 임산부뱉지를 달고 퇴근지하철을타면 아무도 양보의손길이없어요.. 힘들지만 먼저비켜달라고 하기도뭐하고 결국 식은땀과 어지러움으로 정거장에내려서 쉬다가 다시타고가고.. 아직 임산부뱉지모양이나 임산부배려석을 인식을못하고 계시는분이많더라구요..버스에도 고작 1자리있는것도.. 양보를안해주시더라구요..많은좌석중 1자리.. 낭비라니요..배려해주고 알아주지않아서 임산부들이 대중교통을 이용을 꺼려한다는것도 알아주길바래요

  • 장*정2017.12.22 10:20

    체험해보지않으면 그 힘듦을 모르실듯해요 ㅠㅠ 배도 안나왔는데 초기엔 입덧으로 더 힘들어도 배가 안나와서 노약자서은 꿈도 못꾸죠... 임산부 뱃지라도 그나마 있어서 앞에 당당하게 꺼내놓고 눈치보며 앉았던 기억이나네요 ㅠ 우리나라 정말 인식개선 필요해요 ㅠㅠ

  • 박*영2017.12.22 09:28

    인식이 문제다. 배가 나와야만 임신부임을 증명할 수 있다는건가? 참 씁슬하다.

  • 서*영2017.12.22 00:03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에도 임산부배려석이 아니어도 나이드신 분, 아이,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게 몸에 베어 있었어요. 그런데 임신을 하고 나니 알겠더군요. 초기 임산부들은 자리 양보를 받기 힘들겠다는 사실을요. 임신 초기 때 티는 잘 안나지만 몸이 힘들어서 자리가 있으면 그렇게 반갑더라고요. 임산부 배려석은 정말 임산부들에게 필요한 곳이에요..

  • 권*중2017.12.21 23:29

    앞으로는 어떤 순간에도 임산부배려석은 임산부를 위해 바워두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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