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뉴스] 무슬림 모녀의 비눗방울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폭염에 히잡이라니!"
폭염 경보가 발효된 지난 5일 오후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숨 한번 쉬기도 벅찬 더위에 얼굴만 수줍게 내어놓은 히잡 차림의 모녀는 기자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습니다.

히잡 때문에 더울 것이란 기자의 생각과는 달리 아이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엄마 주변을 나비처럼 날아다녔고 엄마는 그런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봅니다.

그러나 모녀를 스치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조금 달라 보였습니다. 우리와 다른 이목구비와 옷차림에 호기심을 보이면서도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과 무슬림에 대한 선입견이 뒤섞인 표정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혼자입니다. 물줄기가 시원하게 솟구치는 분수대 앞에서도, 재미난 놀이기구가 가득한 숲속 놀이터에서도 혼자 구경하고 혼자 말을 탑니다. 그리고 남은 나머지 공간은 이방인 꼬마에 대한 낯선 시선들만 가득 찹니다.


그 낯선 시선은 아이들이 많이 모인 인공 계곡에서 정점을 찍습니다.
계곡 한 쪽에 자리를 잡은 엄마는 아이가 물놀이하기 좋도록 옷을 갈아입힙니다. 아이가 히잡을 벗자 너무나 귀여운 얼굴이 드러납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아이의 얼굴이 그렇게 귀여울 수 없습니다.

엄마의 도움으로 시원한 계곡에 발을 들인 아이가 다른 아이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것은 당연했습니다. 앞서 겪었던 낯선 시선들이 커다란 원을 만듭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 역시 원 안으로 들어오지 않습니다. 작디작은 아이의 등이 너무 가여운 순간입니다.

그때였습니다. 아이의 엄마가 조심스럽게 물가로 다가가 비눗방울을 불기 시작했습니다.

생각처럼 비눗방울이 안 만들어집니다. 그러자 지켜보던 다른 아이의 엄마가 팔을 흔들어야 한다고 일러줍니다.

"휙~휙~"
예쁜 비눗방울이 생깁니다. 계곡에서 물놀이하던 아이들이 하나둘 원 안으로 들어옵니다. 아이들은 둥둥 떠다니는 비눗방울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손을 뻗습니다.



낯선 시선이 만든 커다란 원이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무슬림 모녀는 우리와 같은 엄마와 딸이 되어 함께 어울립니다.

카메라를 내리고 아이의 엄마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아이의 이름이 뭔가요?"
"재스민. 재스민꽃과 이름이 같아요"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난 재스민은 올해 세 살배기 아이였습니다. 수줍음이 많고 물놀이를 좋아하는 재스민은 이날이 두 번째로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날입니다.

자칫 상처로 기억될 뻔했던 재스민의 두 번째 어린이대공원 나들이는 엄마의 세심한 배려와 사랑으로 재스민의 꽃말처럼 '사랑의 기쁨'이 가득한 날이 됐습니다.
히잡 차림의 무슬림 모녀에 대한 낯선 시선들이 사랑 가득한 엄마의 비눗방울로 말끔히 사라진 것입니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는 성별, 나이, 출신, 직업, 생각, 인종 등이 다르단 이유로 여러 가지 사회적 갈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면 편견과 차별도 줄여갈 수 있습니다.

이날, 카메라에 포착된 인도네시아 모녀와 인공 계곡을 찾은 어린이 가족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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