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모유수유 지표는 C등급..."영아의 기본권으로 챙겨야"
한국모유수유넷, 1일 세계모유수유주간 기념행사 개최
8월 1일부터 7일까지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UNICEF)가 지정한 세계모유수유주간(World Breastfeeding Week, WBW)이다. 유니세프의 협력기구이자 전 세계 모유수유권장 기구들의 협의체인 세계모유수유연맹(WABA)은 1992년부터 매년 8월 1~7일 1주일간을 세계모유수유주간으로 정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세계모유수유주간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각종 행사와 이벤트가 열린다. 가장 대표적인 행사는 바로 한국모유수유넷(회장 조애진)이 진행하는 '세계모유수유주간'(WBW) 기념식이다. 올해 행사는 지난 1일 오후 2시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국회의원회관 2층 제9간담회장에서 열렸다. 올해는 한국모유수유넷과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국회의원이 함께 준비했는데, 크게 제9대 한국모유수유넷 홍보대사 위촉식과 2017 세계모유수유주간 기념 토론회로 구성됐다.

조애진 한국모유수유넷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모유를 먹이면 산모는 유방암 발병률이 획기적으로 떨어지고, 산후 신체 정상화가 빠르다”며 모유수유가 가진 장점을 강조했다. 지난 7월 취임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전국 76개 도시에 지정한 ‘여성친화도시’를 언급하며 “일상적인 삶에서 여성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이 행복하고 모성이 보호되는 사회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권미혁 의원은 환영사에서 “자칫 행사가 우리나라 직장여성들이 모유수유를 못하는데 부담 주는 것 아닐까 염려한다”며 “직장여성도 모유수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모유수유주간의) 의도”라고 밝혔다. 또한 “얼마 전 호주 연방회의에서 최초로 모유수유를 했던 국회의원의 모습이 모유수유주간의 원래 취지”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국모유수유넷은 제9대 홍보대사로 신정민(41) 씨를 선정해 위촉장을 전달했다. 신 씨는 장남 반석(14) 군을 비롯해 4남 3녀 모두를 모유로 키웠다. 여섯 아이 모두 최소 15개월에서 최대 18개월까지 모유수유를 했고, 현재 8개월인 일곱째 예빛 양 역시 모유수유로 키우고 있다. 그는 “아이를 키우면 어려울 때가 있었는데 그동안 애썼다, 고생했다고 격려해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고 송구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 “한국, 모유수유동향지표 C등급”…정책 마련 시급
2부에서는 2017 세계모유수유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모유수유 관련 지침과 한국모유수유정책 현황 및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이어졌다. 송보경 서울여대 명예교수의 진행으로 김선희 대구가톨릭대 교수, 신한미 인천가정법원 부장판사, 김윤미 가천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김선희 교수는 ‘세계모유수유동향지표(WBTi) 트렌드에 근거한 한국의 모유수유현황’에서 한국의 모유수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국가별로 모유수유를 포함한 최적의 영유아 음식섭취를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이 있는데, WBTi는 정책과 이들 운영에 어떤 강점과 약점이 있는지 확인하는 평가도구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은 총 150점 만점에 85점, C등급이다. 15개의 지표 중 ‘임산부 및 모유수유모를 위한 지역사회 차원의 지원’이 한국 모유수유 정책이 가진 강점으로 조사됐다. 김 교수는 “비상시 영유아음식 섭취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비와 실행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에 대한 정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시했다.
신한미 부장판사는 ‘모유수유 관련 법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주제의 발제를 시작하며, ‘모유수유는 권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제2대 모유수유 홍보대사로 활동하기도 했던 신 판사는 “모유수유를 권리로 보면 엄마 신체 자유권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데, 영유아에게 모유를 먹이는 것은 생존권의 문제로, 기본권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국가 또는 엄마의 의무보다는 아이의 권리라는 입장으로 접근해 영유아의 모유 먹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신 판사는 UN아동권리협약과 세계보건총회 결의안 ‘모유대체품 마케팅에 관한 국제규약’ 속 7가지 권고사항을 살펴보고, 이와 비교해 국내법은 모유수유 및 유아식품 판매에 관해 정비가 잘 돼 있는지 짚어주기도 했다. 그는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모유대체품 및 영유아식품의 판촉행위 규제와 관련한 국내 관련 법규(축산물위생관리법, 식품위생법,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의료법 등)를 WHO의 지침을 반영해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모유대체품 제조사의 보건의료계 지원·협찬 경계해야
김윤미 가천대 교수는 ‘보건의료 관련 기관과 모유대체품 제조사간의 이해관계 상충 현황과 제언’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유아식품 제조사와 보건의료 기관 사이에 재정적·비재정적 연결고리가 있는지를 전했다. 김 교수는 “1980년대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시모)’ 활동으로 유아식품 제조사와 보건의료 관련 기관이 거리를 둬야 하는 부분에 시동을 걸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조사가 연구비를 지원한 연구가 3건이나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연구비 지원이나 전시협찬 등의 증거는 나타나지 않지만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한상배 식약처 과장, 이옥기 대한조산협회 회장 등이 ‘한국 모유수유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모유수유 권장을 위한 건의서를 낭독한 뒤 행사는 마무리됐다. 건의서에는 ▲모유수유증진 위한 법제와 정책 마련 ▲모유대체품 제조·판매자의 보건의료계 지원과 협찬 중단 촉구 ▲모유대체품 생산·유통·판매자의 국제규약과 지침 준수 ▲근로여성의 유급수유 시간 제공과 공간 확보 ▲모유수유증진을 위한 협력 호소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번 행사를 개최한 한국모유수유넷은 의료전문가단체, 소비자단체, 시민 등 15개 회원단체로 구성된 모유수유권장 연대기구로, 세계모유수유연맹(WABA)이 제정한 세계모유수유주간(8월 1~7일)을 기념하는 행사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세계모유수유주간 주제는 ‘지속적인 모유수유 증진 방안’(Sustaining Breastfeeding Togethe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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