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별 칸막이 안에서는 ‘살충제 달걀’ 못 막는다”
[현장] 인체적용제품 위해성 평가에 관한 법률 입법공청회

“부처별 칸막이에서 벗어나 인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제품에 대해서 지속적이고 종합적인 위해성 평가 계획을 수립, 추진할 것을 제안합니다. 또한 소비자단체를 비롯해 일정 숫자 이상의 국민들의 요청이 있다면 정부가 책임지고 해당 제품에 대한 위해성 평가를 실시하도록 해야 합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기 부천 소사구)은 정부가 국민의 안전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부처별 칸막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체적용제품 위해성 평가에 관한 법률’ 입법공청회 인사말을 통해서였다.
공청회는 김상희 의원실이 주최하고, ‘인구정책과 생활정치를 위한 의원모임’의 주관 하에 개최됐다. 공청회 제목은 '살충제 달걀, 발암물질 생리대, 사전 예방은 불가능한가?'. 살충제 달걀, 발암물질 생리대 사태를 통해 본 대한민국 안전 불감증의 현실을 진단하고, 인체적용제품에 대한 위해성 평가를 상시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 국회,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입법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현재 인체에 직접 사용하는 제품이나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들은 식품·의약품·위생용품·공산품 등은 각 부처별 소관 법률에 따라 각 제품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평가·관리되고 있다. 이는 특정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위해성을 판단하기 어렵고 사전에 예방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김상희 의원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인체적용제품 위해성 평가에 관한 법률’ 입법을 준비해왔다.

◇ 식약처·환경부 등으로 나뉜 위해성 평가… “통합적 평가 필요”
토론의 좌장은 이종태 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 환경역학연구실 교수가 맡았다. 먼저 한국독성학회 회장인 권훈정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인체적용제품 위해성 평가에 관한 법률안 검토의견’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화학물질의 잠재적 위험성이 실제 인체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노출되는지에 대한 양적인 문제와 얼마나 오랫동안 혹은 얼마나 자주 노출되는지에 대한 노출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단일 경로가 아닌 여러 제품, 즉 식품, 의약품, 위생제품, 대기, 물 등 환경을 통해 여러 경로로 인체에 들어오게 된다면 안전한 노출량 또는 사용량을 추정하기는 매우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권 교수는 개별 제품에 대해서 식약처,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의 여러 부처가 나누어 관리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과연 이것들이 사람 위주로 잘 묶이고 있느냐 하는 것에 조금 부족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개별 위해성 평가가 아닌 통합 위해성 평가의 필요성을 설명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실행할 국무총리 산하 위해성평가정책위원회의 실효성에는 의문을 표했다. 권 교수는 해당 위원회가 의결 기능을 가지는 점, 국무총리가 공동 위원장을 맡는 점은 위원회의 위상을 높이는 것으로 긍정적이라 평가했다. 하지만 공동 위원장 포함 모든 위원이 비상임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열정과 시간을 얼마나 들여서 일할 수 있을지 실질적인 역할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리고 해당 법안이 규정하고 있는 ‘위해성평가 등 전문기관 설립·운영’이야말로 “굉장히 절실하고 실제로 효율적인 일”이라 강조했다. 권 교수는 독일의 연방위해평가원 BfR를 예로 들었다. BfR은 식품, 화장품, 담배 등 일상생활 속 다양한 제품에 관한 화학물질 위해평가를 담당하는 전문기관으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권 교수는 “전문기관의 설립은 전문성뿐만 아니라 효율성 측면에서도, 신뢰성 확보 면에서도 바람직하다”며 “지금 우리나라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힘줘 말했다.

◇ 국무총리 산하 위해성평가정책위원회 설치… 실효성 의문도
이어진 패널 토의 시간에는 ▲권호장 단국대 예방의학과 교수 ▲임무혁 대구대 식품공학과 교수 ▲백대용 소비자시민모임 부회장 ▲김양중 한겨레 의료전문기자와, 정부 부처를 대표해 참석한 ▲옥기석 식품의약품안전처 소비자위해예방정책과 과장 ▲안세창 환경부 화학제품관리과 과장 ▲임헌진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과 과장이 각자의 의견을 밝혔다.
권호장 교수는 ‘소통’ 문제를 꼬집었다. 권 교수는 “살충제 달걀 처리 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국민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것”이라며 “정부에서는 전수조사, 판매중지 및 회수, 위해성평가 등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취했으나 국민들을 안심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위해소통의 책임을 명확하게 하고 위해소통 역량이 축적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무혁 교수는 전문가 집단의 역할과 언론의 보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근 일련의 사태 가운데 “위해성 평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언론 보도를 통해 국민들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오히려 혼란을 야기한 점은 다소 아쉬웠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좀 더 선진화된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서 전문가들 간의 자유로운 소통의 장이 마련되어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시민모임 부회장을 맡고 있는 백대용 변호사는 관점의 변화를 요구했다. 백 부회장은 “입법 취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소비장 입장에서 봤을 때 간과하거나 배려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과거 정부 정책이 산업중심적, 산업친화적으로 이뤄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정부 정책도 시급히 소비자 중심, 시민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것이다.
백 부회장은 “가장 실효적인 개선방안은 정부 차원의 규제 강화가 아니라 민간 차원의 규제 강화”라며 “위해성 평가 법안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기업에게 1차적인 위해성 평가 및 보고와 공개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집단소송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된다면 기업의 자율규제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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