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보건복지부의 초청을 받아 아동수당법 제정 공청회에 참석하게 됐다. 아동수당은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0~5세의 모든 아동에게 매달 1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국가의 보편적 복지 서비스에 해당한다.
지정토론을 하신 분들은 아동수당의 지급이 늦은 감이 있다고 하면서 매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으로 아동 빈곤 탈출, 아동발달 도모, 아동권리 증진, 가구 간 소득재분배 효과, 미래 사회생산성 확보, 소득 계층 간 갈등완화, 사회 대통합 등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모든 아동들에게 똑같은 금액의 수당을 주는 것이 어떻게 소득 재분배가 되고 소득 계층 간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월 10만 원으로 어떻게 빈곤탈출을 시켜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동수당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박근혜 정부는 무상보육을 공약으로 걸어 소득에 관계없이 만 5세 이하 모든 영유아들에게 보육비 일부를 지원했고 가정양육수당도 확대했지만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드는 비용이 2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아동수당은 월 10만 원을 꽉 채워 받아봐야 720 만원에 불과하다. 자녀들의 양육비 부담으로 허리가 휘는 현실에서 매월 10만 원을 받고자 아이를 더 낳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도 아동수당 10만 원 지급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울산계모 사건을 계기로 결성돼 지난 4년간 울산계모 살인죄 적용,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어린이집 CCTV 의무설치 조항이 포함된 영유아보육법 통과 등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의 회원들은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원들을 대상으로 아동수당에 대해 투표한 결과,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육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받지 않아도 좋다는 의견이 70%가 넘었다.
보육시설에서의 아동학대 사건이 연일 터져 부모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매년 13조 원이나 되는 아동수당을 지급할 여유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아동학대 관련 예산은 2016년 기준으로 전년의 26.5%가 삭감된 185억 원으로 책정됐다.
개인에게는 별 효능감이 없는 월 10만 원의 수당 지급보다는 매년 13조 원의 예산으로 질 높은 보육교사를 양성하고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해 아이들을 안전하게 기를 수 있는 보육시스템을 조성해준다면, 그리고 출산 휴가와 육아휴직 제도를 눈치 안보고 쓸 수 있고 근무시간탄력 운용제를 실시해 일과 양육을 양립할 수 있게만 해준다면 아동수당제정 공청회에서 쏟아냈던 아무 말 대잔치 같던 어마어마한 주장들보다 출산율을 올리는데 훨씬 효과가 있을 것이다.
아동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양육될 수 있는 바탕 위에 아동수당 지급을 통한 아동복지가 구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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