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데이 지나니 빼빼로데이...엄마들은 괴롭다
핼러윈데이 지나니 빼빼로데이...엄마들은 괴롭다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7.11.07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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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어린이집에 과자 보내기 '여전'...김영란법 사각지대 '엄존'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그런 날 좀 없었으면 좋겠어요."


7살 딸을 키우는 육아맘 윤희정(가명·서울) 씨는 오는 11월 11일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빼빼로 과자를 어떻게 얼마만큼 보내야 할지 예산을 짜야 하기 때문이다.


윤 씨는 "이번 달도 카드를 많이 써서 아껴야 하는데…. 이런 날 저런 날 다 챙기기 너무 힘들다. 다같이 안 하면 모를까 다른 엄마들은 챙기는데 저만 안 하면 아이가 괜히 기죽을 것 같다"며 "어떻게 해야 저렴하게 챙길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한 엄마가 빼빼로 과자를 고르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한 엄마가 빼빼로 과자를 고르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11월 11일은 친구나 연인 등 지인들끼리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는 날인 '빼빼로데이'. 이번 기념일을 앞두고 유치원,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과업계가 만든 상술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미 유치원, 어린이집에서는 익숙한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와 같이 빼빼로데이도 반드시 챙겨야 할 기념일로 이미 굳어져 버린 것이다. 특히 사탕이나 젤리 등을 주고받는 핼러윈데이가 지난 지 열흘이 채 되지 않은 터라 부모들의 심리적, 경제적 부담은 더욱 큰 상황이다.


학부모들은 육아 커뮤니티 게시판에 "빼빼로데이도 챙겨야 하냐", "선생님 것도 챙기냐", "얼마나 준비해야 하냐"는 등의 질문 글을 올리며 서로 고민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4살 아들을 키우는 육아맘 박정윤(가명·대전) 씨는 "이번 기념일은 주말인데 굳이…. 제발 안 챙겼으면 좋겠다. 뭐 좋은 거라고 애들한테 초코과자를 나눠주냐"며 "최근 핼러윈데이라고 젤리를 몇 봉지나 보내서 짜증 났다"고 넋두리를 했다.


13개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이민지(가명·영월) 씨도 "선생님과 아기반 아이들에게 (빼빼로를) 돌려야 하냐. 반 아이들은 9명이고, 선생님은 전체 8~9명 되는데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 부정청탁금지법 있어도, 선물 준비하는 건 여전


지난해 9월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학부모들이 기념일에 대한 마음의 짐을 덜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엄마들 다수의 의견이다.


'부정청탁금지법'에 따르면 유치원 원장 및 교사와 공공기관의 권한을 위임·위탁 받은 어린이집 대표자(원장)는 모두 공무수행자로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자다. 학부모, 아이에게 작은 간식도 받아선 안 된다. 반면 공공기관으로부터 위탁받은 어린이집의 원장을 제외한 보육교사나 정부 위탁을 받지 않은 가정 등의 어린이집 원장, 보육교사는 청탁금지법이 적용되지 않아 학부모, 원아로부터 간식 등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청탁금지법의 효력이 닿지 않거나 청탁금지법 대상에서 비켜가는 보육기관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는 기념일 챙기기의 사슬을 아직 끊어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청탁금지법이 적용되는 유치원, 국공립어린이집에 다녀도 기념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보육기관의 재량에 따라 기념일을 챙기는 분위기는 제각기 다르다. 여러 엄마들의 말을 종합하면 원아가 가져온 기념일 간식은 교사를 제외한 원아들끼리 나눠먹기도 하고, 교사도 나눠먹는 경우가 있다. 물론 아이가 가져온 간식을 그대로 집에 돌려보내는 곳도 있다.


3살 딸을 키우는 황지영(가명) 씨는 "김영란법 때문에 다 없어진 줄 알았는데 아직도 많이 챙겨야 하나보다"며 "아직 어린이집 보내기 전인데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고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이벤트는 좋으나, 과한 소비 패턴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호 전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낭만이나 꿈이 부족한 삭막한 사회에서 이러한 이벤트는 (긍정적) 변화를 줄 수 있고 아이들도 다함께 즐길 수 있어 좋으나, 소비주의, 상업주의는 주의해야 한다"며 "기념일을 없앨 수는 없기 때문에 학부모와 아이들은 무조건 남의 소비 패턴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분수에 맞게 조절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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