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정지’ 보육교사는 왜 소송을 걸었나
‘자격정지’ 보육교사는 왜 소송을 걸었나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7.11.21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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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시간에 창문 넘은 자폐아동...보육교사 자격정지 2년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아동학대 신고 → 경찰과 검찰의 조사 → 자격정지 처분.’

 

수원의 한 공립 어린이집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일어난 일들이다. 여기까지는 그저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평범한(?) 처리과정인 것 같지만 약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무슨 이유일까?

 

지난해 12월 해당 어린이집에서 교사의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이어졌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3개월 분량의 CCTV를 분석한 결과, 세 명(A, B, C)의 교사에 대해 아동학대 의심상황을 포착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수사 이후 검찰은 A 교사 ‘기소유예’, B 교사 ‘무혐의’, C 교사 ‘기소유예’를 각각 결정했다. 수원시는 이를 근거로 A 교사에게 자격정지 2년, C 교사에게 자격정지 1년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B 교사에게는 아무런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자격정지 1년의 행정처분을 받은 C 교사는 해당 어린이집을 그만뒀다. 하지만 자격정지 2년의 행정처분을 받은 A 교사는 이에 불복했다. 지난 10월 1일자로 해직된 A 교사는 우선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10월 16일 복귀명령서를 받아 다음 날로 복귀한 A 교사는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3개월 분량의 CCTV를 분석한 결과, 세 명(A, B, C)의 교사에 대해 아동학대 의심상황을 포착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수사 이후 검찰은 A 교사 ‘기소유예’, B 교사 ‘무혐의’, C 교사 ‘기소유예’를 각각 결정했다. ⓒ베이비뉴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3개월 분량의 CCTV를 분석한 결과, 세 명(A, B, C)의 교사에 대해 아동학대 의심상황을 포착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수사 이후 검찰은 A 교사 ‘기소유예’, B 교사 ‘무혐의’, C 교사 ‘기소유예’를 각각 결정했다. ⓒ베이비뉴스

 

◇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대 의심”...검찰은 “무혐의”

 

우선 A 교사는 검찰이 본인에 대해 기소유예를, B 교사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는 무엇일까. 경찰이 수사 결과를 담아 수원시로 보낸 ‘행정처분 대상 어린이집 통보’ 문서를 살펴봤다. B 교사의 위반내용에 대해 ▲아이의 머리를 바닥을 향해 두 차례 밀치고 오른쪽 귀를 꼬집은 후 재차 일으켜 복도로 밀쳐 내보내 약 20분간 방치하고 ▲엉덩이를 오른손으로 1회 때렸으며 ▲누워 있는 아이를 이동시키던 중 아이가 울며 뒤척이자 두 차례에 걸쳐 이불을 얼굴까지 덮어 겁을 줬다고 적시돼 있었다.

 

이는 아동복지법 위반, 즉 신체적 학대 및 방임행위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A 교사의 위반 내용은 어떨까. 문서에 따르면, A 교사는 보육시간에 서류작업을 하느라 아동이 창문을 넘어 어린이집 외부로 나가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고 동료교사가 건물 밖에서 울고 있던 아동을 데리고 들어올 때까지 약 7분간 방치했다. 이 역시 아동복지법 위반, 방임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CCTV 영상을 직접 분석한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의 의견은 어떨까. 관계자는 지난 1일 베이비뉴스와 한 통화에서 “내부회의, 전문가 회의를 거쳐 세 명(A, B, C)의 교사 모두 아동학대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B 교사의 행동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된 것에 대해서 “아이가 웃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장난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아이를 복도에 방치했다기보다는 보육과정의 실수로 볼 수 있는 등 학대의 애매모호한 경계선상에 있었다”며, “아동 진술, 교사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수사기관에서 나온 결과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를 판단하는 곳이고, 수사기관은 범죄 사실 여부에 중점을 두는 곳으로 서로 역할이 다르다”고 선을 긋는 한편, “(본 기관은) 수사기관의 결과에 수긍하는 편이고 의견이 불일치할 경우가 많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B 교사는 ‘무혐의’라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근거로 행정처분을 면했다. 해당 어린이집 측은 베이비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B 교사는 검찰에서 무혐의로 나왔으니 근무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고, 수원시 관계자도 “수사기관에서 무혐의로 나와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 7분간의 아동 방임…‘자격정지 2년’ 처분은 가혹한가

 

또한 A 교사는 자신에게 내려진 자격정지 2년의 처분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A 교사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통해, ‘피해아동에 대해 아무런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아동학대라고 하기에는 경미한 사안으로 2년간의 자격정지는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에 대한 수원시의 답변서에는 뚜렷한 입장차가 드러난다. 수원시 측은 ▲사건 발생일이 12월 29일로 아동은 실내에서 입는 얇은 옷을 입고 외부로 나갔다는 점 ▲자폐장애가 있는 아동인데도 서류작업을 이유로 보호에 소홀한 점 ▲해당 어린이집은 대로변에 위치해 아동이 외부로 나갈 경우 교통사고 확률이 높고 유괴 가능성도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반박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역시 베이비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법적으로 아동복지법 관련 처벌을 받은 경우 교사 자격을 취소할 수 있다”며, “법원 판결 전이라도 적극 행정처분을 실시하라는 입장”이라고 밝혀 수원시의 조치가 정당했음을 뒷받침했다.

 

반면 피해아동의 학부모는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학부모는 베이비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선생님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며, “처벌 불원서를 썼는데 자격정지 2년이라니…”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법원은 A 교사가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고, A 교사의 손을 들어줬다. A 교사가 별도로 제기한 행정소송에 대해서는 오는 12월부터 변론이 시작된다.


◇ “학부모에 교사 해직 동의서 받았다” vs “사실무근”
   
이 사건으로 인한 갈등은 또 있다. A 교사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 판결에도 불구하고 10월 16일 해당 어린이집 측이 긴급 학부모 간담회를 열어 A 교사를 해직시키기 위한 학부모 ‘동의서’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의서’에는 “사회적으로 아동학대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절대 용납돼서도 안 되며 보육교사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교사는 근무할 수 없도록 조치를 구하는데 동의를 부탁드린다”고 돼 있다. ⓒ제보자
‘동의서’에는 “사회적으로 아동학대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절대 용납돼서도 안 되며 보육교사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교사는 근무할 수 없도록 조치를 구하는데 동의를 부탁드린다”고 돼 있다. ⓒ제보자

 
베이비뉴스가 확보한 ‘동의서’ 사진 속에는 “A 보육교사는 영유아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영유아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하며 아동학대(기소유예) 판결을 받고 행정처분 효력정지 처분을 신청하고 결정이 나면 판결이 나올 때까지 다시 출근을 한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아동학대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절대 용납돼서도 안 되며 보육교사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교사는 근무할 수 없도록 조치를 구하는데 동의를 부탁드린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어린이집 측은 ‘A 교사의 해직과 관련한 학부모 동의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며 “간담회는 대체교사가 있다가 다시 A 교사가 돌아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어린이집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입장에서 아동학대 건은 예민한 부분”이라며, “수원시와 A 교사 간에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고 어린이집 측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해당 어린이집의 정원은 45명. 현재 30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으며, 교사는 8명(대체교사 포함)이 근무하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베이비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이들에게 이로운 보육환경을 만들고자 수사기관에서 온 내용을 근거로 행정처분을 내린 것”이라며 “행정소송과 관계없이 철저하게 어린이집을 점검하고 대체교사 투입 등을 통해 아이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고 말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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