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에 떠넘긴 아동보호...국가는 뭐하고 있나?
민간에 떠넘긴 아동보호...국가는 뭐하고 있나?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7.11.15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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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아동학대예방 세미나..."민간 위탁 체계 개선해야"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서울시 아동학대예방 세미나 '서울시 아동보호체계 공공성 강화방안'이 열렸다. 김재희 기자 ⓒ베이비뉴스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서울시 아동학대예방 세미나 '서울시 아동보호체계 공공성 강화방안'이 열렸다. 김재희 기자 ⓒ베이비뉴스


민간 위탁에 의존하고 있는 아동보호체계에 공공성 강화에 따른 민·관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민간 위탁으로 운영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국가가 나눠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봉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서울특별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국회의원 주최로 열린 서울시 아동학대예방 세미나 ‘서울시 아동보호체계 공공성 강화방안’에서 “대부분 아동학대는 가정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학대문제를 해결하려면 친권에 대한 개입이 있어야 한다”며 “아동복지 역사는 국가 개입에 대한 공공성 확보가 한 축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2000년 아동복지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우리나라는 처음 국가 차원의 아동보호체계를 갖추게 됐다. 이때부터 아동학대로 인한 보호체계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시작했다. 잇따라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사건이 발생하면서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됐고, 아동복지법이 시행되면서 아동학대사건 조사에서 검·경 공조, 사법체계 내 사건처리 등이 가능해졌다.


사법체계에 기반한 처벌 공공성이 강화됐지만, 예방이나 사후관리 등 서비스에 대한 공공성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 교수는 “실제로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예산과 인프라는 지원되지 않았다”며 “아동학대 예방과 사후서비스 중심으로 학대 위험을 줄이면서 아동을 원가정에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아동보호의 제1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법 개정 이후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지속적으로 늘어왔지만, 예산이나 인프라 등은 쫓아가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아동보호체계 예산을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서 72%를, 복권기금에서 19%를 편성하고 일반회계에서 나머지를 편성한다. 기금으로 예산을 편성하면 지급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생긴다.


백선희 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토론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역할이 늘어 인력도 확보하고 처우개선도 해야 하지만 현재 예산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며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은 강력사건 보호자 피해지원 등에 사용되기 때문에 아동학대를 위한 지원을 더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도 “아동보호와 같은 국가사무를 일반회계로 편성해야 사후관리 등의 서비스가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아동보호체계를 두고 “국가 책임은 희석된 체계”라고 평가했다. 한국 아동보호체계는 미국의 CPS(Child Protective System)을 따왔지만 실제 운용하는 내용은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아동보호체계에서 아동학대사건은 신고나 조사로 시작된다고 보는데, 이마저도 민간에 위탁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담당하고 있다. 아동보호체계 3주체는 아동, 가족(가정), 국가여야 마땅하지만, 국가 자리를 민간이 위탁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대체하고 있다. 신고조사는 민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공권력 확보에 취약하고, 자연히 사건 책임과 비난은 민간에 전가된다.


◇ 민간·국가·지역사회 함께하는 맞춤형 서비스로 공공성 강화 확보해야


아동보호체계에서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민간역할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이 교수는 “조사 부분을 공공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역할을 구분하고, 민간의 역할을 사후관리 등의 서비스를 전문영역으로 특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이 교수는 “현재 획일적이고 규격화한 체계는 다른 처지와 욕구, 위험도를 가진 가족들을 다루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맞춤형 서비스 체계로 바꿔나감과 동시에, 지역사회 기반의 아동보호 사례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지역사회의 자원과 서비스와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사회 위기 가족 발굴·지원 시스템으로 출범한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은 지역사회 기반의 아동학대 예방적 노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김주미 서울여성가족재단 가족정책실 과장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보다 2017년에 복지플래너 공무원이 아동학대를 발견한 건수가 28건에서 59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아동보호서비스체계가 포괄적이고 유연한 ‘랩-어라운드(Wrapped-around) 서비스’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고·조사·처벌 위주에서 전문적인 사례관리 서비스 체계의 허브기관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아동학대 전문 상담 기능을 강화해, 사건 발생부터 가족 재결합까지 아동이 되도록 원가정에서 자랄 수 있는 상황으로 바꿔주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아동 보호 체계의 전체적인 파이를 키우지 않고 가르기만 하는 것은 공공성 강화가 아니다”라며 “파이를 키우고 나서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가지는 것이 공공성 강화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동학대는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징후가 있는 사건이라고 정리했다. 이 교수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통일적으로 20~25%가 학대나 방임의 경험을 가진다고 응답했다는 점을 들며 “학대 위험에 노출된 아동을 위한 국가 주도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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