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나도 아동학대 피해자, 하지만 가해자가 되지 않았다”
표창원 “나도 아동학대 피해자, 하지만 가해자가 되지 않았다”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7.11.2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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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가해자, 우리와 다른 괴물일까?’ 주제 특강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첫 아이가 생기고 저도 모르게 학습효과가 나타나 엄청난 고민과 갈등을 했습니다. 부모기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부모로서의 태도를 갖추게 됐어요. 둘째아이에겐 고함 한 번 지른 적 없습니다. 저의 학대 피해가 (아이에게) 반복되지 않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 부분만큼은 자랑스러워요.”

 

이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기 용인정)이 체벌근절 캠페인 대중 강연에서 한 말이다. 표 의원은 세이브더칠드런 주최로 23일 오후 7시 서울시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 50주년 기념홀에서 열린 ‘체벌근절 캠페인 대중 강연 시리즈’ 네 번째 ‘아동학대 가해자, 우리와 다른 괴물일까?’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표 의원은 어릴 때 많이 맞고 자랐고, 부모님이 다투시는 모습을 보고자라 “절대로 커서 내 아이를 때리지 않겠다”, “절대 부부싸움을 하지 않을 거야라는 다짐을 했었다”고 고백했다. 그런 강박적인 의식은 성장하면서 성격적 결함을 낳았고 아내의 도움으로 비로소 극복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학대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국가가 개입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기 용인정)은 23일 오후 7시 서울시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 50주년 기념홀에서 열린 '체벌근절 캠페인 대중 강연 시리즈' ‘아동학대 가해자, 우리와 다른 괴물일까?’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기 용인정)은 23일 오후 7시 서울시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 50주년 기념홀에서 열린 '체벌근절 캠페인 대중 강연 시리즈' ‘아동학대 가해자, 우리와 다른 괴물일까?’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아동학대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기 전에 막아야 한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돌변하기 전에, 피해자 신분일 때 도움을 청해야합니다. 전제는 도움 청할 곳이 있어야 하고 이는 국가가 만들어야 해요.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이 문제는 가해자 처벌은 당연하고 왜 그 상태에 왔는지 원인을 찾아 끊어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아동학대의 가해자는 이전 피해자였으니까요.”

 

표 의원은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경찰 등 공공의 개입을 통해 피해상태를 중단시키고, 피해의 악영향이 고착화되기 전에 피해자들이 호소할 장소, 사람, 기관이 존재해야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일탈행위, 자살행위, 초기 정신적 장애 등 경미한 문제를 야기 시킬 당시 빨리 포착해서 도와야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법체계는 아동학대 가해자가 그 전에 피해자였다고 해서 그 행위를 정당방위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해와 피해 사이 시간 차이가 발생하고, 피해를 당했던 가해자에게 행위를 가한 게 아닌 다른 약자에게 행위를 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 그들은 왜 아동학대를 하는 것일까?

 

아동학대 가해자, 그들은 왜 아동학대를 하는 것일까?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포착해서 돕는다면 아동학대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지 않을까.

 

이영학, 조두순, 유영철 등 이들은 괴물이라는 용어가 따라 붙었던 사람이다. 공통점은 이들 모두 아동학대 피해자였다는 것. 아버지의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로부터 학습돼 온 것이다.

 

표 의원은 “인간은 학습의 동물”이라는 점을 들어 우월한 지위를 가지게 되면 그것이 무엇이건 보고, 듣고, 학습한대로 한다고 했다. ‘아버지를 미워하고 싫어하지만 결국 닮게 되는 것처럼’ 겪고, 느끼고, 두려워하면서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분노할 만한 일이 생기면 학습한 것이 행동으로 나타난다.
 
대부분 아동학대 상황에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서 원인을 찾는다. 그러나 해당 행위자를 관찰해보면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 사실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피해자 행동’이 중심이 돼야 한다. “피해자의 행위는 일률적이거나 규칙적이지 않음에도 학대가 발생한 것을 보면 결국 원인은 가해자에게 있는 것”이라고 표 의원은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해자는 가해자의 부정적 감정, 정서, 열등감, 분노 등이 직장에서나 부부, 친구, 운전자, 자녀가 빌미를 제공했을 때, ‘네가 잘못했기 때문이야’라는 피해자 책임론, 원인론을 늘어놓는다. 인간에게만 있는 자기합리화. ‘이건 과거의 아빠가 한 것과는 달라’, ‘이 상황과 그 상황은 달라’, ‘나는 그때 안 맞아도 됐던 것이지만 이 아이는 맞아야해’를 인정하는 순간, 결함 있는 사람이 된다”고 지적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경찰 등 공공의 개입을 통해 피해상태를 중단시키고, 피해의 악영향이 고착화되기 전에 피해자들이 호소할 장소, 사람, 기관이 존재해야한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경찰 등 공공의 개입을 통해 피해상태를 중단시키고, 피해의 악영향이 고착화되기 전에 피해자들이 호소할 장소, 사람, 기관이 존재해야한다"는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표 의원 강연 후 시민들의 열기는 더욱 달아올라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 시스템이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표 의원은 “복지적 개입과 사법적 개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양쪽 다 미온적이고 부족해 사회가 극단적 개입을 해야 한다”며 “관련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폭력에 대한 민감성이 매우 낮다는 의견이 나왔다. ‘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경찰을 만나면 경찰이 제2의 가해자가 된다’는 지적에 “문제 해결을 위해 법 개정, 매뉴얼 수정, 인력과 재원의 문제 등을 개선해 가고 있다.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마법처럼 한 순간에 이뤄지지 않겠지만 좋아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근무했다는 한 질문자는 ‘가해자들에 대한 사법적 차원의 접근이 어렵다. 예방적 차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표 의원은 “해답은 공교육에 있다. 자연스럽게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타인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 ‘함께 어떻게 어울려 살아갈 것인가’ 등 배워나가야 하는데 우리나라 공교육에서 무시되고 있다. 해답은 교육개혁으로 쏟아 내야할 것 같다”고 답했다.

 

한 학부모는 ‘학력만으로 평가된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도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냈다. 표 의원은 “‘개인적으로 경찰대 교수 시절부터 교수양성 과정, 교육대, 사범대 교사 자격 과목 중에 필수 과정으로 넣어 달라’는 의견을 낸 적이 있으나 교육부에서 추가 과정 신설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것은 교총, 전교조를 포함한 단체가 동의해주지 않으면 어렵다. 학교 폭력 등 문제에 대한 공감대는 있으나 교사들의 자존심에 반하는 접근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매일 학대 부모를 만나는 일을 한다는 한 질문자는 ‘내가 내 자식 키우는데 왜 참견하느냐’는 부모에게 사이다 발언을 대신 좀 해달라고 주문하자, 표 의원은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할 때는 강력한 사법적 개입밖에 없다. 이미 스스로 알고 죄의식이 있다. 느끼지 않으려고 억누르고 있는 것인데 알량한 자존심 버리고 끄집어내 용기 있는 분이 되시라”고 조언했다.

 

끝으로 표 의원은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어떤 부모가 한 번도 폭력적인 행동을 안 할 수 있겠는가. 전반적 흐름에 있어 의도치 않게 (행동)했더라도 인지하고, 반성하고, 피해 자녀에게 상쇄하고자 노력하는 등 불완전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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