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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절 허용 사유에 사회·경제적 사유 포함해야"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의료인 처벌 형법 개정 및 피임 실천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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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안은선 기자】

낙태법을 폐지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3만 건을 돌파하면서 청와대가 내년에 임신중절 관련 실태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이에 인공 임신중절을 금지하는 현행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이충훈)는 28일 “태아의 생명 존중과 동시에 여성의 자기결정권 및 건강권 또한 보호받아야 마땅하다”며 “이번 기회에 모성 건강을 보호하는 의학 전문가인 산부인과 의사들의 권고 방향대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법 개정을 위한 노력이 시작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신중절 여성과 시술 의료인을 동시에 처벌하는 현 모자보건법 및 형법 개정은 물론, 태아의 생명권도 보호하려면 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피임 실천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모자보건법 및 형법 개정… 쌍벌죄 폐지해야

현행법에서 인공임신중절(낙태)은 형법으로 처벌되는 중대한 범법 행위로, 임신중절을 한 임신부와 시술 의료인 모두를 처벌하는 쌍벌죄이다. 인공임신중절로 임신모가 기소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최고 200만 원까지의 벌금형에 처해지는데, 이때 배우자나 상대 남성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인공임신중절 시술 산부인과 의사에게는 해당 조항에 벌금형이 없어 기소될 경우 징역형을 면하기 어렵고 의료면허자격도 취소되는 등 2중, 3중으로 처벌되는 가혹한 법이기도 하다.

이와 달리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조건 없는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한 시한을 정하거나, 정당한 인공임신중절 사유로 ‘사회·경제적 사유’를 허용하고 있다. 임신 및 출산을 직접 겪고, 출산 후 수년간 아기를 직접 양육해야 하는 여성의 임신 지속 여부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주는 것이다.

미국은 만 23주, 영국은 만 24주까지 허용하고 있고, 해당 주수 이후라도 임신부의 건강이나 생명 보호를 위한 인공임신중절은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는 만 12주 미만은 전면 허용하고, 6개월까지는 임신부의 건강이 위협받는 경우 허용하고 있다. 낙태를 원칙적으로 처벌하는 독일의 경우도 12주 미만은 의사 상담 후 요건을 갖추면 허용하고, 12주 이후에는 의학적 정당성이 있으면 허용하며, 22주 이내에는 임부의 상담과 동의를 거치면 의사의 처벌을 면제하고 있다. 한국의 모자보건법과 가장 유사한 일본의 ‘모체보건법’도 ‘사회·경제적 사유’를 정당한 인공임신중절 사유로 허용하고 있다.

◇ 인공임신중절 허용 사유에 사회·경제적 사유 포함시켜야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조병구 전문위원은 “현재 모자보건법에서 허용하는 인공임신중절의 정당한 사유가 지나치게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합법적 인공임신중절은 ‘임신부, 배우자의 우생학적 장애나 전염성 질환, 강간 또는 준강간으로 인한 임신,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 임신, 임신 지속이 모체의 건강을 심하게 해치는 경우’만 허용되고 수술을 선택하는 가장 흔한 원인인 사회·경제적 이유는 정당한 사유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불법적 인공임신중절의 상당 부분은 10대 청소년 임신, 미혼모 임신, 다출산 기혼여성처럼 낳더라도 양육하기 어려운 조건의 ‘사회·경제적 사유’에 해당된다. 임신부가 미혼이고 가정의 도움을 받지 못할 경우 고학력 여성이라도 임신·출산·양육 기간 중 경제적 활동에 제약이 크고, 임신 및 출산 전에 비해 사회·경제적 지위가 급격히 떨어져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2005년 보건복지부의 관련 조사에서도 응답 여성의 84.6%가 ‘낙태죄로 처벌 받더라도 낙태를 하겠다’고 응답한 점을 볼 때 인공임신중절을 둘러싼 현실과 법 집행 사이의 괴리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서 아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미성년 여성이나, 현실적으로 출산이 어려운 여성에게 무조건 아기를 낳으라고 강제하는 것이 그 여성과 태어날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이처럼 모자보건법에서 허용하는 인공임신중절에 ‘사회·경제적 사유’를 배제하는 것은 일부 여성들에게만 불리한 법 조항으로 국민의 평등권과 여성들의 행복 추구권을 저해하는 등 헌법에 위배되는 법 적용이 될 가능성도 크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조병구 전문위원은 “보건당국이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여성들과 산부인과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는 모자보건법과 형법 규정들을 바꾸고, 모자보건법에서 허용하는 인공임신중절 사유에 ‘사회·경제적 사유’ 조항을 추가하는 전향적인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뿐만 아니라 너무 낮은 피임 실천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노력과 동시에, 비혼여성들도 마음 놓고 출산해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도록 국가가 실질적인 혜택을 준다면 인공임신중절 예방 및 저출산 해소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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