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의료진 피의자 신분 소환 반대"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피의자 신분 소환 반대"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8.02.06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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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신생아학회, 이대목동병원 사건 성명서 발표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대한신생아학회는 이대목동병원 사고와 관련해 6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주치의와 전공의, 간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수사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대한신생아학회는 이대목동병원 사고와 관련해 6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주치의와 전공의, 간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수사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신생아중환자실에서 환자를 진료하던 의료진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소환 조사를 하는 것에 대해 의료계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대한신생아학회는 이대목동병원 사고와 관련해 6일 성명을 내고 “지질 주사제 오염의 역학적 경로가 의료진 과실로 확인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주치의와 전공의, 간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수사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신생아학회는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 경로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질 주사제 감염이 주사제 소분 과정에서 의료진 과실로 발생했다는 주장은 아직 추정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의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해당 병원 경영진은 배제한 채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을 참고인도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는 것은 그간의 유사 사건에 비춰 형평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건 발생 초기, 가장 면역에 취약한 아기들의 공간에 그것도 역학 조사를 위한 적절한 사전 조치도 없이 마치 범죄의 현장인 양 수사팀의 강제 수색이 진행된 것은 신성한 진료권에 대한 침범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환자 진료와 소생술에 최선을 다했던 담당 주치의를 비롯한 의료진의 신상이 수사과정에서 너무나 쉽게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이번 사건이 의료진의 법적 처벌로 이어진다면 중환자 진료 의료 인력의 연쇄적 이탈과 함께 국내 중환자 진료 근간의 붕괴라는 국가적 재난 사태로 파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신생아학회 성명서 전문은 다음과 같다.

<전문> 이대 목동 병원 사건 관련 대한신생아학회 성명서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네 명의 어린 생명들이 지질 주사제 오염에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하였다. 오염 경로가 역학적으로 확인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기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의료진은 범죄자로 간주된 채 조사를 받고 있다.

우리는 아기들의 임종 순간을 가장 자주 직면하는 의사들이다. 이번 사건의 담당 의료진이 겪었던 아비규환 같았을 심폐소생술 상황의 허망함을 그 누구 보다 생생하게 느낀다. 울부짖는 부모와 가족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우리는 모든 아기들을 살릴 수는 없었다. 그래도 건강을 회복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더 많은 아기들을 품에 안은 부모의 감사 인사에,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의 재롱에 하얗게 지샜던 모든 밤의 기억을 잊어버리곤 했다.

미숙아를 치료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신생아 중환자실 중 의료 관련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 없는 곳은 전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미숙아는 엄마에게 면역항체를 충분히 받지 못한 채 태어나므로 패혈증 위험이 높다. 출생체중 1,500g 미만 미숙아의 대략 10-20% 정도는 적어도 한 번 패혈증에 걸린다. 문제가 된 시트로박터 균의 신생아 중환자실 집단 발생은 전례가 없다. 특히 이번과 같은 항생제 내성 그람 음성균에 의한 패혈증은 미처 손 쓸 겨를도 없이 갑작스런 악화와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신생아 중환자실 신규 간호사의 사명감은 오래 가지 못한다. 성장 중인 아기들이라서 그런지 어쩌면 이렇게 매일 수액 조성과 주사 처방이 바뀌는지 놀랍다. 전부 다른 조성의 정맥 영양제를 네 명의 미숙아에게 연결하느라 정신이 없다. 700 g 몸무게 아기에게 시간 당 0.15 cc 주사 세팅을 확인했지만 혹시나 기계 오류로 약이 한번에 밀려 들어갈까 불안하다. 작은 아기들을 위한 더 작은 주사제 포장은 왜 없지? 한번에 주사기로 눈금을 재기 조차 어려운 소용량 약물은 병원 약국에서 미리 만들어 환자 별로 나누어 주면 좋겠다. 하지만 병원에서 지금도 부족한 약사 인력을 조제 수가 조차 받지 못하는 그런 업무에 우선 배정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영양제 주사를 연결 하기 전 멸균 가운을 입고 일회용 장갑을 낀다. 이런 감염 방지 재료 대부분은 의료 수가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 쓰면 쓸수록 병원에 손해다. 주사약을 다 주고 아기들에게 우유를 먹이니 또 점심 시간이 지나 버렸다. 그래도 밥 먹듯 점심 식사를 거르는 주간 근무 시간의 허기가 경력 간호사가 한 명도 없는 야간 근무 시간의 심폐소생술 악몽보다는 낫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일단 몇 년간 여기에서 경력을 쌓고 병동이나 외래로 발령 받는 것이 희망사항이다.

전문의에 합격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신생아 전임의 원서 접수를 망설인다. 손바닥만 한 아기들이 갖은 고생 끝에 퇴원 후 외래에서 만나면 씩씩한 어린이가 되는 것을 보며 신생아 분과를 지원하기로 했다. 신생아 중환자실 전임의 힘든 건 알지만 그래도 큰 대학병원에 지원하면 버틸 만 할 것 같다. 안 좋은 쌍둥이 미숙아라도 갑자기 태어나면 젊은 교수님이 새벽이라도 병원에 나오신다고 들었다. 그런데 나중에 내가 우리 병원처럼 신생아 전문의 한 명 밖에 없는 곳에 근무하게 되면 어쩌지? 게다가 전공의 근무시간 상한제가 정착 되면 작은 규모의 신생아 중환자실 교수는 아마도 지금보다 더 힘들어 질 것이 뻔하다.

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담당 조교수는 오전 외래에서 마음이 착잡하다. 잘 지내던 미숙아가 새벽에 갑자기 상태가 위독해져서 연락이 온 것이다. 부랴 부랴 병원에 나와 보니 괴사성 장염이 몇 시간 만에 진행해서 수술이 필요했다. 동료 신생아 교수들에게 전화를 돌려 소아 외과 전문의가 있는 다른 병원으로 겨우 아기를 옮겼다. 고위험 주산기 지역 센터 지정 후 다섯 병상을 더 늘리고 새 장비도 많이 구매해서 의욕이 넘쳤었다. 그런데 2년차 전공의 한 명이 그만 둔 후 야간에는 환자 상태도 잘 모르는 다른 병실 전공의들과 함께 당직이 운영되니 잠이 오지 않는다. 매일 대기 상태인 것도 하루 이틀이니 차라리 전문의들끼리 교대로 당직이라도 서면 좋겠는데 신생아 전문의는 혼자 밖에 없으니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다. 외부 입원 환자가 늘어서일까? 로타바이러스 양성 아기들이 점점 늘어난다. 일단 모든 외부 환자를 격리실에 두고 감염 스크리닝 결과 확인 후 새로 병상 배정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작년 신생아중환자실 증축 공사 때 격리실을 더 만들어 달라고 했지만 경영진은 인큐베이터 속에 들어 있는 아기들에게 무슨 격리실이 그리 많이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신생아 중환자실이 이제 만성 적자 부서는 아니라 병원 눈치는 덜 보이지만 당연히 병상수를 늘리면 전담 간호사랑 전문의는 더 뽑아 주었어야 했다.

이대목동병원 사건은 환자 유가족에 대한 보상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감염 경로를 명백히 밝히고 이의 배후에 얽혀 있던 중환자실 진료 체계의 문제점들을 하나씩 풀어내야 한다. 이번 사건 이후 제안된 전문가들의 의견을 귀담아 보다 향상된 중환자 진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이 의료 감염 관련 사망 사고라는 본질은 그대로이다. 특히 사건 발생 초기, 가장 면역에 취약한 아기들의 공간에, 그것도 역학 조사를 위한 적절한 사전 조치도 없이 마치 범죄의 현장인 양 수사팀의 강제 수색이 진행된 것은 신성한 진료권에 대한 침범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환자 진료와 소생술에 최선을 다했던 담당 주치의를 비롯한 의료진의 신상이 수사 과정에서 너무나 쉽게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 경로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본 사건의 감염 경로가 지질 주사제 소분 과정의 의료진 과실이라는 주장은 아직까지는 추정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에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해당 병원 경영진은 배제한 채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들을 참고인도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여 조사하는 것은 그간의 유사 사건에 비추어 형평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 및 일련의 수사과정을 각각 우리나라 중환자 의료 시스템의 총체적 문제와 진료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규정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천명한다.

하나. 신생아 중환자들과 항상 함께 해 온 우리는 이번 불의의 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하나. 지질 주사제 오염의 역학적 경로가 의료진 과실로 확인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주치의, 전공의 및 간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수사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

하나. 이번 사건이 의료진의 법적 처벌로 이어진다면 중환자 진료 의료 인력의 연쇄적 이탈과 함께 국내 중환자 진료 근간의 붕괴라는 국가적 재난 사태로 파급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다.

하나. 신생아 중환자 진료의 질 향상과 직결되는 신생아 전문의와 경력 간호사 등 전문 의료인력의 양적 확보와 이들의 인간적 근무 환경을 보장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하라.

하나. 신생아 중환자의 감염 관리 시스템을 보완하고 안전과 직결되는 특화된 의료 기기 및 약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하라.

2018. 2.5
대한신생아학회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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