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경영 표방해 온 유한킴벌리... 리니언시 두고 논란
윤리경영 표방해 온 유한킴벌리... 리니언시 두고 논란
  • 김윤정 기자
  • 승인 2018.02.23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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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킴벌리 "외부에 비친 것과는 조금 다른 면 있다"

【베이비뉴스 김윤정 기자】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수많은 펄프용 나무를 베어 얻는 종이로 화장지, 티슈, 기저귀, 생리대 등을 제조하는 기업이 홍보 및 광고에서 사용한 카피다. 아이러니하지만 해당 카피는 소비자들에게 기업을 친환경적이고 정직한 이미지로 인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여전히 기업은 ‘숲’과 ‘나무’의 용어들을 사용하며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를 외치고 있다. 담합 사실이 드러난 최근에도 변함은 없다. 나무를 잘라 위생용품을 만드는 기업이 친환경적인 카피를 사용하는 아이러니가 ‘윤리경영’을 추구한다는 기업의 담합 사건과 묘하게 닮았다. 유한킴벌리 얘기다.

하기스, 굿나이트, 더블하트, 닥터마밍, 화이트, 좋은느낌, 크리넥스, 뽀삐, 그린핑거 등의 유명브랜드들을 갖고 있는 유한킴벌리가 입찰 담합을 주도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유한킴벌리가 지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자사 23개 대리점과 함께 정부입찰 담합을 벌인 사실을 적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유한킴벌리는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자진신고를 하면 과징금을 100% 면제받는 리니언시 제도로, 대리점들만 죗값을 받게 만든 상황은 상생 및 윤리경영을 외치던 유한킴벌리를 향해 더욱 따가운 눈초리를 던지게 만드는 이유가 됐다.

부정적 이슈에 잇따라 휘말리면서 기업 이미지가 실추된 유한킴벌리.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부정적 이슈에 잇따라 휘말리면서 기업 이미지가 실추된 유한킴벌리.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유한킴벌리는 독립운동가인 유일한 박사가 1970년 세계 최대 위생제지 업체인 킴벌리와 함께 만든 기업으로, 그가 추구한 정직과 신뢰의 가치관으로 운영돼 각종 조사에서 존경받는 기업, 입사하고 싶은 기업으로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최초 경영인인 유 박사가 일군 깨끗했던 기업의 이미지가 점차 깎이는 모양새다. 특히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이사이자 사장이 취임한 2010년부터 회사의 이미지를 좀먹는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현재 유한킴벌리 수장인 최규복 대표이사는 지분 30%를 보유한 유한양행의 추천으로 임명된 케이스다. 1983년 유한킴벌리 마케팅부에 입사한 최 대표는 이후 신시장개발, 신규사업개발 등을 맡았다. 2003년부터는 킴벌리클라크 북아시아 유아용품사업 책임자를 겸임했고 2007년에는 유아·아동용품사업 총괄 부사장을 지냈다.

유한킴벌리는 2016년 생리대 가격 인상으로 논란에 휩싸였고, 이듬해엔 하기스와 그린핑거 아기물티슈에서 메탄올이 초과 검출돼 회수 조치하는 일도 겪었다. 해당 사건으로 유한킴벌리는 새로운 아기 물티슈 닥터마밍을 내놓는 등 브랜드를 바꾸는 과정까지 겪어야했다. 지난해엔 생리대 유해물질 사건으로 또 한 번 곤혹을 치렀다.

‘갑을관계’로 얽혀있는 이번 담합 사건과 비슷하게 이전에도 갑질 논란이 있었다. 2013년부터 유한킴벌리와 대리점주협의회 간의 갈등이 시작됐는데, 대리점주협의회가 3년 후인 2016년에 다시 공정위에 신고를 하며 유한킴벌리의 갑질 논란이 재점화되기도 했다.

논란이 일 때마다 유한킴벌리의 ‘착한’ 이미지는 계속해서 추락하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기업인으로 이름을 알린 유 박사의 윤리경영과는 점차 멀어지는 형국이다.

이번 담합 사건으로 소비자들도 유한킴벌리의 경영에 아쉬움을 나타낸다. 유한킴벌리 제품을 자주 사용한다는 소비자 A 씨는 “요즘의 유한킴벌리는 유 박사의 기업 이념과 동떨어져 보인다”며 “무엇보다 또 다른 소비자라 할 수 있는 대리점주들과의 대립이 아쉽다”고 전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이번 일은 내부적인 절차를 따라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공정거래법과 관련해 놓친 부분이 있어 발생한 문제다. 외부에 비친 것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는 것 같아 아쉬운 점이 있지만 잘못된 부분에 대해선 깊이 반성한다”며 “유한킴벌리의 원칙은 변한 게 없다. 그 원칙들을 지향하며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 측에서는 공정위 발표 다음날인 14일 신혼부부 나무심기 참가자를 모집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 보도자료 속에는 여전히 ‘35년간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진심,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표현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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