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구나무도 서보고, 염소도 먹어보고..." 어느 웹툰작가의 난임극복기
"물구나무도 서보고, 염소도 먹어보고..." 어느 웹툰작가의 난임극복기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8.03.26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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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 집에 아이가 산다’ 글·그림 우야지 작가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결혼 5년 차 부부의 난임극복기, '우리 집에 아이가 산다' 글·그림 필명 우야지 (랄라북스) 작가를 지난 24일 만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결혼 5년 차 부부의 난임극복기, '우리 집에 아이가 산다' 글·그림 필명 우야지 (랄라북스) 작가를 지난 24일 만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왜 나한테만 아이가 생기지 않는 걸까?’ 아무리 저출산 시대라고 하지만 밖에 나가보면 아이들이 천지인데, 저한테만 아이가 없는 것 같았어요. 의사로부터 ‘축하드립니다, 임신입니다’라는 말을 듣기까지 얼마나 많은 마음고생을 했는지…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간 아기가 생기겠구나’ 하는 희망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결혼 5년 차 부부의 난임극복기를 다룬 ‘우리 집에 아이가 산다’(글·그림 필명 우야지, 랄라북스) 우야지 작가의 말이다. SNS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우 작가의 웹툰이 최근 책으로 발간돼 많은 난임 부부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

난임 부부는 20만 명이 넘어선 실정. 난임은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했는데도 1년이 넘도록 임신되지 않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늦은 결혼으로 여성의 임신 시기가 늦어진 데다 부부 모두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을 주된 원인으로 본다.

우야지 작가를 지난 24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서울역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나 난임극복 과정과 관련해 그동안의 겪은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자연임신 실패→인공수정 실패→시험관 시술 세 번째 성공"

우야지 작가는 임신하기까지 우여곡절 많았던 과정을 이야기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우야지 작가는 임신하기까지 우여곡절 많았던 과정을 이야기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우야지 작가는 임신하기까지 우여곡절 많았던 과정을 전했다. 우 작가는 “결혼 1년 지나고 아기를 가져야겠다고 마음먹고 보니 아이가 안 생겼어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나팔관 조형술 검사에서 괜찮다고 했고 딱히 이상이 없다고 했는데 자연임신에 2번 실패하고, 인공수정 2번 다 실패했어요. 이후 시험관 시술을 시도 했는데, 당시 호르몬 수치가 16.7이 나왔어요. 이 수치면 착상은 된 거라고 하더라고요. 착상이 된 거면, ‘임신은 되겠구나’하고 희망이 생겼죠. 난자를 채취해 배아 5개 중 2개를 이식하고, 3개를 냉동을 해뒀었어요. 세 번째 냉동배아를 해동해 이식해서 성공한 겁니다.”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을 하기 위해서는 난자 채취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직접 주사를 놓아야 한다. 우 작가는 “인공수정을 하기 전에 2일에 1번씩 3차례 난포 키우는 주사를 맞고 시술을 해요. 주사를 맞으면 여러 개의 난자가 만들어진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시험관 시술 때도 “5~6일 정도 주사를 매일 같은 시간에 2번씩 맞는다. 난포가 다 자랄 때쯤에는 3번씩을 맞기도 한다. 주사가 끝나면 병원 가서 초음파를 통해 난포 크기를 보고, 약물 치료에 들어갔다”고 우 작가는 기억했다. 

‘직접 주사를 놓는 게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자가 주사를 맞을 때, 남편은 근처도 못 오고 숨어있고 그랬어요.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불쌍하고 안됐었다’고 그러더라고요”라고 말하는 우 작가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어 우 작가는 “자가 주사보다 나팔관 조형술, 자궁내막술, 자궁내시경과 같은 검사가 생리통의 몇 천 배는 더 아팠어요”라고 회상했다. 우 작가는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건 실패했을 때, ‘안 되나 보다’, ‘왜 나만 안 될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실패했다는 결과를 들으면 첫날은 울고, 둘째 날부터는 또 뭘 해야 할까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우 작가가 아이를 포기하지 않았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다음번에는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었어요. 한 번만 하려고 했는데, 착상까지 됐으니까 ‘다음엔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시험관 세 번째까지 시도 했었고 그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도전했어요.”

◇ "내가 이 아이 엄마구나… 아직은 꿈꾸는 것 같다"

우야지 작가는 같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에게 포기하지 마시라고 희망을 전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우야지 작가는 인터뷰 중에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지만 같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에게 포기하지 마시라고 희망을 전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당연히 (아이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생기니 집착했던 것 같아요. 애기 있으면 애기 있는 사람끼리 잘 친해지더라고요, 회사에서도 그 대화에 낄 수가 없었어요. 빨리 애기 낳아서 같이 얘기하고 싶은데, 제가 아이가 없으니까 주변 사람들이 얘기 나누다가도 제 눈치를 보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더 애가 갖고 싶었던 것 같아요.”

우 작가는 임신테스트기를 통해 임신을 확인했던 선명한 두 줄을 잊을 수가 없다. “제 눈에만 보이는 줄 알았어요. 자기 눈에만 보이는 두 줄이 있다고 ‘매직아이’라고 하거든요. 그때의 기분은 잊을 수가 없어요”라며 미소를 머금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냉동배아는 5일 배양한 거라 바로 착상한다고 해서 임신테스트기를 하루에 두 세 개씩 확인해봤어요. 선이 흐려지면 유산이라고 해서 걱정도 됐고요, 테스트기도 회사별로 다르지 않을까 해서 종류별로 다 사서 확인해보고 그랬었어요(웃음)”라고 덧붙였다.

아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 우 작가는 “물구나무도 서봤고요, 염소도 먹었고요, 어미 흰 닭에 흰 도라지꽃을 넣어 삼계탕처럼 끓여 먹으면 임신된다고 해서 그것도 먹어봤어요. 아, 애기 신발도 사놨어요. 신발을 두면 신으러 온다고 들었거든요. 그리고 다산한 사람 속옷을 입으면 아이가 생긴다면서 친구가 속옷 구해줄까 묻기도 했는데 그것까진 차마 못하겠더라고요”라고 말했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남편이 가장 큰 도움이 됐어요. 남편도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선뜻 같이 병원가고 담배도 끊고, 둘만 살아도 된다면서도 아이 얘기는 하지 않고 제가 해달라는 건 불평 없이 다해줬어요. 지금은 되게 좋아해요, 안 낳았으면 어쩔 뻔 했냐면서….”

우 작가는 “아이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면서도 ‘엄마’라고 부를 때, 가장 행복하다며 “21개월 된 소망이(태명)가 밤에 잠결에 엄마를 찾다가 제가 손을 잡으면 다시 잠들 때 ‘내가 이 아이 엄마구나’ 아직은 얘가 제 아이인지 꿈꾸는 것 같아요. 다른 난임이었던 분들도 눈 뜨면 사라질 것 같다고 하셨는데, 공감이 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우 작가는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난임부부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포기하지 마셔라. 언제 (임신이) 될지 장담을 할 수 없지만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포기하면 생긴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그런 말에 상처 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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