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부담, 사회편견 힘든데 제도까지 차별”… 국회에서 눈물흘린 엄마
“비용부담, 사회편견 힘든데 제도까지 차별”… 국회에서 눈물흘린 엄마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8.03.29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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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희귀 질환에 대한 의료기기 관리제도 개선방안 토론회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지난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소아당뇨 등 희귀 질환에 대한 의료기기 관리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김미영 씨.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소아당뇨 등 희귀 질환에 대한 의료기기 관리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김미영 씨.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1형 당뇨를 앓는 아들과 다른 아이들을 위해 의료기기를 직구했다가 의료기기법 제26조 위반을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를 받게 된 김미영 씨. 이 사건은 지난 5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당뇨병을 갖고 있는 아들의 치료를 위한 엄마의 모정이 법률의 심판대 위에 오른 것. 

김 씨는 지난 28일 국회를 찾았다.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수민 국민의당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스타트업법률지원단이 주관하고 아름다운재단이 후원하는 '소아당뇨 등 희귀 질환에 대한 의료기기 관리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것이다.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는 김 씨의 사례를 짚어보며 희귀질환 관리에 필요한 의료기기 관리 절차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김 씨를 비롯한 희귀질환 환자 가족, 법조계·의학계·식약처까지 이번 사건의 모든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성춘일 변호사, 신준수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장이 발제를 맡아 진행했고, 김희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김정욱 스타트업법률지원단 변호사, 박주욱 당원병 환우회 회원,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가 토론을 벌였다.

◇ ‘누구든지… 아니 된다’는 조항은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 침해

지난 28일 열린 ‘소아당뇨 등 희귀 질환에 대한 의료기기 관리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성춘일 변호사가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는 의료기기법과 식약처'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8일 열린 ‘소아당뇨 등 희귀 질환에 대한 의료기기 관리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성춘일 변호사가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는 의료기기법과 식약처'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현행 의료기기법은 개별 사용자에 대한 허가 등 절차에 관한 규정이 없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김 씨 사건의 주심을 맡은 성춘일 변호사는 의료기기 해외 직접구매가 늘어나면서, 자가 사용을 목적으로 구입하는 개인사용자가 피해 입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특히, 성 변호사는 의료기기법 제26조 제1항과 제24조 제2항은 그 자체로도 문제가 있으며, 식약처가 김 씨에게 적용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해석을 했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기법 제26조 제1항은 ‘누구든지’로 시작해 ‘아니 된다’로 끝난다. 성 변호사는 “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어떤 목적이든지 다음의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국민 전체를 수범자(법적용대상자)로 만든다”며 “해당 법안은 헌법 제36조 제3항의 보건권, 제10조의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을 제한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자가 사용 목적의 신고·허가는 하부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 변호사는 식약처가 이번 사건을 다루는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수입과정에서 신고를 하지 않아 관세포탈 혐의로 관세청 조사를 받았다. 인천지방법원은 김 씨에 대해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는데, 신고를 하지 않고 수입했다는 점에서는 관세법 위반이 맞지만, 판매행위도 아니고 해외 구매절차를 모르는 사람을 위해 대행만 했다는 점을 참작한 것이다. 따라서 이미 수입된 기기에 대한 관세도 기기 소유자에게 부담하도록 했다. 

선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별도로 세 번의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했음에도 식약처는 의견서를 제출하기 전 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성 변호사는 “구매자들에게 법을 위반했으니 처벌을 받으라는 식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것은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국가 대신 아이 치료에 나선 엄마…“하겠다”고만 하는 정부

김미영 씨는 “한 아이를 치료하는데 온 국가가 필요하다. 여기서 온 국가는 정부는 물론 우리가 사는 이 사회, 의료진 등 모두를 말한다”며 희귀 난치성 질환 환자와 그들의 가족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발표 중간중간 눈물을 흘리기도 한 김 씨는 “경제적인 부담뿐 아니라 사회적인 편견과 싸워야 했고, 제도적으로도 병력 이외의 차별까지 겪어야 했다. 이번 고발건도 차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의료기기법 제24조와 제26조 개정 ▲의료기기 해외 직구 절차 간소화 ▲희귀질환 치료재·의료기기 국가 직접 관리제 도입 ▲1형당뇨 소모품 건강보험 지원 성인환자까지 확대 ▲정책 수립 시 환자단체 참여·의견수렴 등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저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28일 진행된 토론회에 신준수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장이 참석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8일 진행된 토론회에 신준수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장이 참석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식약처 측도 이날 토론회에 참석했다. 신준수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장은 의료기기법 논란에 앞서 의료기기허가관리제도의 정당성과 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제했다. 신 과장은 성 변호사가 앞서 지적한 의료기기법 제26조와 관련,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2014년 9월에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에 대해 판단한 바 있다”며 “(헌재의 판결은) 허가·신고를 받지 않은 의료기기의 제조·유통을 금지함으로써 달성하려는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의 보호라는 공익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발제 후 진행된 토론에서 신 과장은 “끝까지 챙기겠다. (의료기기법 개정 발의한) 김상희 의원실과 협력해서 의료기기가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27일 김상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기기법 일부개정안은 환자가 직접 사용하기 위한 의료기기(이하 자가사용 의료기기)’에 대해 국가가 주도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불편을 주는 의료기기법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신 과장은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고 답했으나, “개선이나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고만 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국민들이 바라는 만큼, 원하는 만큼 식약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 "안타깝지만 법규가 없어요"… 사각지대 놓인 희귀난치성 질환

지난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소아당뇨 등 희귀 질환에 대한 의료기기 관리제도 개선방안 토론회’.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소아당뇨 등 희귀 질환에 대한 의료기기 관리제도 개선방안 토론회’.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날 토론회에는 소아당뇨 외에도 당원병과 고인슐린혈증 저혈당증 환자단체도 참석했다. 당원병이 있는 아이를 키우는 당원병 환우회 회원 박주욱 씨는 국내에 수십명 정도에 불과한 당원병 환자와 신생아 5만 명 중 1명 정도만 앓는 고인슐린혈증 저혈당증 환자의 어려움을 소개했다.

박 씨는 “당원병 환자는 유형에 따라 혈당 이외에 혈중 케톤, 젖산, 요산 농도를 관찰해야 하는데, 이들 시험지는 혈당 시험지보다 훨씬 가격이 비싸다”고 말했다. 이어 “당원병 환자들은 매달 수십에서 수백만 원을 소모품 비용으로 부담하고 있다. 당원병은 유전자질환이므로 다자녀 가구의 경우 환자가 둘 이상인 경우도 있어 소모품 부담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보건복지부, 식약처, 심평원 등 지금까지 많은 도움의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안타깝지만 관련 법규가 없어 지원할 수 없다’였습니다. 부디 이번 토론회를 통해서 소아당뇨, 당원병, 고인슐린혈증 저혈당증 등 희귀질환자에 대한 의료기기 관리제도가 개선됐으면 좋겠습니다.”

박 씨는 소아당뇨 사례와 마찬가지로 당원병과 고인슐린혈증 저혈당증에도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한다”며, “이 기기에 대한 사용허가를 비롯해, 꼭 필요한 기기와 소모품이지만 정식으로 수입되고 있지 않은 필수 치료재료를 정부 주도로 공급해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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