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채소는 시금치 추천
채소는 제가 진료실에서 아이들과 부모님들께 꼭 먹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아주 중요한 음식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특히 채소가 더 필요하죠. 그러면 바로 다음 질문이 날아듭니다. “무슨 채소를 먹이면 좋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제 첫 번째 답이 바로 시금치입니다. 물론 시금치 이외에도 다른 좋은 채소들이 많지만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 먹기도 비교적 쉬운 채소가 바로 시금치입니다.
실제로 시금치는 이유식을 시작할 때부터 먹일 수 있어서, 아가일 때는 부모님들이 미음이나 죽 같은 형태로 섞어서 자주 먹이시다가 돌이 지나 고형식으로 넘어가면서부터 시금치 나물 같은 형태로 먹이려고 하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주 옛날 만화긴 하지만 시금치하면 저는 뽀빠이부터 떠오릅니다. 시금치를 먹은 뽀빠이가 갑자기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올리브를 구하는 장면이요. 이런 만화가 나오게 된 배경은 바로 1920년대 미국에서는 시금치를 채소의 왕으로 여길 만큼 좋은 식품이기 때문입니다.
시금치에는 눈에 좋은 비타민A와 루테인이 많이 들어있을 뿐 아니라 비타민C가 채소 중에 제일 많고 비타민B1, B2, B3, E, K같은 다양한 비타민과 함께 철분과 엽산이 같이 들어있어서 빈혈에도 좋습니다. 그리고 마그네슘, 망간, 칼슘, 칼륨, 구리, 인, 아연, 셀레늄 같은 미네랄뿐 아니라 단백질, 베타카로틴, 지방산과 함께 초록색소인 엽록소(클로로필)까지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돌 이후 아기들에게 자주 보이는 빈혈이 있을 때, 저는 아이들과 손가락 걸고 꼭 ‘소고기와 시금치 먹기 약속’을 하곤 합니다.
◇ 시금치의 약점
다 좋은 시금치에도 한가지 약점은 있습니다. 바로 시금치에는 수산(옥살산)이 많이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수산은 칼슘과 결합하면 수산칼슘이 되기 때문에 신장이나 요도결석의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금치 먹을 때는 우유나 멸치 같은 고칼슘 식품은 같이 먹지 말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위험은 시금치를 하루 500g 이상 거의 1kg 가까이 아주 많이 먹을 때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미리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그럼 이 위험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요? 우리가 보통 시금치 나물 무칠 때 끓는 소금물에 시금치를 1분 정도 살짝 데치는데 이렇게만 해도 시금치의 수산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살짝 데치면 비타민 파괴도 적기 때문에 더 좋습니다. 살짝 데쳐서 깨소금, 참기름 같은 고소한 식재료와 함께 만든 시금치 나물은 보기도 좋고 맛도 좋고 향기도 좋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금치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은 시금치를 아기 손톱만한 크기로 작게 썰어 먹여보세요. 볶음밥이나 비빔밥 같이 섞어 먹는 재료로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나물만 먹이지 마시고, 소고기와 함께 먹이시면 훨씬 수월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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