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만족하지 않는 ‘맞춤형 보육’... 개선 방안은?
누구도 만족하지 않는 ‘맞춤형 보육’... 개선 방안은?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8.05.1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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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9일 초저출산 시대 수요자 중심 보육과 성평등적 돌봄을 위한 정책토론회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맞춤형 보육 정책 실태조사 결과, 부모·원장·교사 모두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고 임신·출산 등으로 인한 여성 경력단절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부모의 취업 여부가 어린이집 이용시간 및 비용지원 다양화의 주요 기준으로 고려한다는 것은 또 다른 차별적 요인이 될 수 있다.”

9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도서관에 열린 ‘초저출산 시대 수요자 중심 보육과 성평등적 돌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김송이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도입 당시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던 맞춤형 보육 정책의 실효성을 진단한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권미혁·자유한국당 신보라·바른미래당 최도자 국회의원과 국회입법조사처가 공동주최하고 육아정책연구소가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초저출산 시대 육아정책 패러다임의 전환과 향후 과제’라는 주제로 연중 이어지는 ‘2018년 육아정책 심포지엄’의 두 번째 자리였다.

이날 오후 2시부터 네 시간 가까이 진행된 토론회는 두 세션으로 구성됐으며, 1세션에서 이재희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의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에 따른 양육지원 요구와 정책과제’라는 주제발표와 김송이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의 ‘맞춤형 보육의 효과성 제고와 개선 과제’라는 주제발표가 있었고 각 주제에 대한 토론도 진행됐다. 

◇ ‘맞춤형 보육’은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김송이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맞춤형 보육의 효과성 제고와 개선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송이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맞춤형 보육의 효과성 제고와 개선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보육료 지원을 누구에게, 어느 정도, 어떻게 지원하는 것이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2016년 7월 1일 만 0~2세 영아를 대상으로 도입한 ‘맞춤형 보육’은 오랜 시간 어린이집 이용이 필요한 경우(맞벌이 가정)에는 12시간 종일반 보육을 지원하고, 그 외에는 일일 6시간 맞춤반 보육과 월 15시간의 긴급보육바우처를 지원하는 제도다.

이는 도입 논의 당시부터 전업주부에 대한 이중적 차별이라는 논란을 야기했다. 유자녀 여성들이 일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에서 일하지 않으니 어린이집을 제한적으로 이용하라는 것은 또 다른 사회적 차별이라는 논리였다.

김송이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맞춤형 보육 운영·이용 실태와 정책효과를 분석한 결과, “맞춤반·종일반 어린이집 이용시간 현황을 보면, 맞춤반은 일일 평균 6시간 12분, 종일반은 7시간 55분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어 약 1시간 40분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정책에서 그 차이를 최대 6시간 둔 것에 비하면 실 이용시간의 거의 차이가 안 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초 맞춤형 보육의 취지는 가정 내 양육이 가능한 아동에 대해 적정시간 어린이집 이용을 유도하고 부모와의 애착을 증진시키겠다는 것이었으나 맞춤반 아동들의 긴급보육바우처 남용, 종일반 증빙서류 조작 등의 폐해에 관한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맞춤형 보육 실시와 관련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보육 현장에 맞춤형 보육이 도입되면서 원장과 교사들은 행정 업무량이 늘었고, 낮잠과 하원 시간이 겹치는 경우가 종종 있어 효과적인 일과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맞춤형 보육 정책의 개선 필요성 조사 결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까지 포함해 부모 77.4%(폐지 22.6%)와 교사 65.5%(폐지 34.5%)는 현행 맞춤형 보육 정책이 유지돼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원장은 ‘맞춤형 보육을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66.8%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맞춤형 보육 정책이 필요하지만 개선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어떤 점을 고려해 개선해야 할까.

김송이 연구위원은 ‘수요에 따른 다양한 보육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전제로 맞춤형 보육 및 보육료 지원체계 개선 방안 논의 시 고려해야 할 점으로 ▲어린이집 12시간 운영제 유지 및 운영 및 지원 방안 마련 ▲보편적 보육정책 패러다임 유지 ▲보육정책의 주된 목표 중 하나인 부모, 특히 모의 취업 및 사회참여 지원 ▲육아휴직제도 등 노동시장 영역에서 추진될 수 있는 정책을 고려한 보육료 지원체계 개편방안 논의 ▲긴급바우처와 같은 추가 시간에 대한 무상지원 폐지 등을 제안했다.

김 위원은 “맞춤형 보육은 언뜻 보면 수많은 보육정책의 하나로 볼 수 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보육료 지원을 누구에게, 어느 정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라는 보육정책의 기본 설계와 관련된 이슈를 담고 있다. 맞춤형 보육을 재검토한다는 것은 지원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이슈와 맞닿아 있다”면서 “보육정책이 재구성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지금이 적기다.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 초등 방과후 돌봄서비스…근로시간 유연화 필요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에 따른 양육지원 요구와 정책과제’에 대해 이재희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이 발표를 맡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에 따른 양육지원 요구와 정책과제’에 대해 이재희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이 발표를 맡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초등학교 입학 시기의 부모들은 아동의 초등학교 적응에 대한 지원, 돌봄 공백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아동이 학교 적응에 실패하게 되면, 학교에 대한 공포감이 만들어지게 되고, 학교 내 친구들과의 관계, 선생님과의 관계 등에 문제가 발생하게 돼 장기적으로 초등학교 생활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재희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에 따른 양육지원 요구와 정책과제’란 주제 발표에서 초등학교 입학 시기 아동의 학교 적응의 중요성과 부모의 적절한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경력단절의 마지막 절벽이라 부르는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워킹맘은 돌봄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정규직 일자리에서 시간제 일자리로 옮기거나 직장을 그만두는 등의 선택을 하게 된다.

이재희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한국패널조사에 따르면, “어머니의 일-양육 갈등은 학교생활에 대한 관심 저하로 이어져 학교생활 적응, 또래 관계 적응을 포함한 아동의 학교 적응의 전반적인 부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는 아동의 성공적인 적응을 위해선 자녀에 대한 부모(특히 엄마)의 적절한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의미다.

현재 초등 학부모를 위한 예비 학부모 교육이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등학교, 지역교육청, 지역 학부모센터 등에서 제공하고 있다. 초등돌봄 공백 해소를 위해 다양한 부처에서 방과후 돌봄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 주요정책으로는 방과후학교, 초등돌봄교실, 지역아동센터, 다함께 돌봄, 청소년 방과후아카데미, 공동육아나눔터 등이다.

대부분 경제적 여건을 고려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일부는 맞벌이 가정에 입소 우순위가 있고 수익자 부담비용이 크지 않다.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직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지원정책에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있으나 활성화되지 못했다.

이재희 부연구위원은 “아동의 학교 적응 지원에 대한 역할이 여성에게 집중돼 있다”면서 “과거보다 노동시간이 줄고 노동환경이 개선되긴 했으나 한국과 스웨덴의 주당 근로 시간을 비교하면 한국이 주당 10시간 이상 긴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 공급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근로시간 단축과 남성의 육아참여가 확산돼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초등 학부모 지원 방안으로 ▲자녀 초등학교 입학에 대한 부모교육 활성화 ▲지역 학부모와의 멘토링 구성 ▲시간 지원 및 일·가정 양립 지원정책 확대 등을 제안했으면 방과후 돌봄 내실화를 위해 ▲방과후돌봄 서비스에 대한 통합·관리 행정전달체계 확립 ▲방과후돌봄서비스 공급에 대한 명확한 목표설정과 성과 관리 ▲방과후돌봄의 질 제고 ▲초등돌봄교실 등 방과후돌봄 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장시간 방과후돌봄 지양 등을 제안했다.

◇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분담 필요”

9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도서관에서 ‘초저출산 시대 수요자 중심 보육과 성평등적 돌봄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9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도서관에서 ‘초저출산 시대 수요자 중심 보육과 성평등적 돌봄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보육정책과 관련해 정부는 많은 비용을 지원하지만 수요자의 만족도는 낮은 실정이다. 어떤 문제 때문일까. 토론 때 객석에서는 중앙정부가 돌봄과 관련해, 과도하게 다 정해 놓고 지자체에 융통성을 주지 않는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토론 패널로 참석한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방정부의 역할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 꼭 필요한 서비스, 최소한 필요한 것은 중앙정부가 하고 지방정부는 빈틈을 메우는 역할을 하는 재량권이 필요하다”며 역할 분담을 주장했다.

반면, 정영모 한양대 교육복지정책 중점연구소 연구교수는 “너무 지방으로 이양을 하면 지자체 예산 상황에 따라 편차가 크게 발생한다. 큰 틀은 중앙정부에서 정해줘야 할 것”이라면서 돌봄 정책에 대해선, “교육의 질을 따지면 교사 대 학생 수가 작았으면 좋겠지만 돌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돌봄 교실에 걸맞은 환경 구축 마련을 제안했다. 

박선권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보편적 보육서비스를 이야기 한다면 맞벌이가 증가하고 취업이 어려운 가운데 취업 유무를 기준으로 보육서비스 차별은 옳지 않다. 가정 양육에 대한 인정을 보장함으로써 보육의 다양성 존중해줘야한다”면서 “기본 보육 8시간은 모두에 제공하면서 보편 보육으로 가고, 보육료나 등가화시켜 필요에 따라 지원해 시설이나 가정 양육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박선권 입법조사관은 "맞벌이 가구의 경우, 부모나 고용자가 비용을 분담하고 별도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본 보육이 끝나고 나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최영 교수는 “결국 12시간 보육이 필요한 것은 부모가 직장에서 늦게 마치기 때문이다. 공급 확대만 고민할 게 아니라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수요 조절이 가능하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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