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머리 좋은 아이로 키울 수 있나요?
어떻게 하면 머리 좋은 아이로 키울 수 있나요?
  • 칼럼니스트 이기선
  • 승인 2018.05.1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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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어떻게 이해할까] 두뇌발달 편

30대 중반에 첫 출산을 한 비교적 노산(老産)의 엄마가 물었다. “저는요, 정말로 똑똑한 아이를 낳고 싶었어요. 임신 중에는 정석으로 수학 공부도 하고, 영어 회화도 배우러 다녔어요. 그래서 공부도 잘하고, 영어도 잘 하고, 컴퓨터도 잘하고, 잘하고, 잘하고... 등 뭐든지 잘하는 영재를 키우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되나요?” 영재 육아의 논의를 펼치는 초보엄마 앞에서 필자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보통의 산모들은 우선 아이가 건강하기만을 기도하는데, 이 엄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인지적인 우수함만을 소망하고 있었다. 초보엄마는 뭔가에 쫓기는 듯이 아이의 차후 20년 계획을 설명했다.

“아이를 영재로 키우고 싶은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필자의 질문에 대뜸 말을 이었다. “그럼요, 공부는 당연히 기본 아닌가요? 그렇죠, 그렇죠? 공부는 기본이죠. 요즘은 공부만 잘해서는 안 돼요. 거기에 예체능 재능도 갖춰야 하구요, 그리고 이제는 21세기 인재 조건까지 두루 갖춰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당연히 남보다 더 일찍 더 많이 더 치열하게 달려야 하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해요. 다들 얼마나 열심히 하는데요.”

세심하고 정성어린 부모의 양육행동 하나하나가 모이고 쌓여서 그 결과로 인지적인 성취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세심하고 정성어린 부모의 양육행동 하나하나가 모이고 쌓여서 그 결과로 인지적인 성취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초보엄마의 21세기 육아론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요즘 젊은 엄마들의 대세인가? 그건 아닌데'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들은 ‘그런 게 아니라고,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라고, 부모 사랑 듬뿍 받은 아이들이 공부도 잘한다고’ 한결같이 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들의 뇌리에는 ‘남보다 더 일찍 더 많이 더 빨리’라는 문구만 살아 움직이는 것일까? 참으로 실망스럽고 걱정스럽다.

자녀가 영특해서 공부에 예체능 재능에 21세기 재능까지 갖춘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그 전에 선행돼야 하는 필수 전제조건이 있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부모, 특히 엄마의 애정적인 양육이다. 21세기 새로운 '엄친아'의 탄생을 보고 싶다면, 두뇌발달의 과정을 염두에 둬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이의 두뇌발달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세심하고 정성어린 부모의 양육행동 하나하나가 모이고 쌓여서 그 결과로 인지적인 성취가 나타나는 것이다. 인지적 성취를 목표로 아이의 오늘을 담보하여 미래만 추구한다면 아이의 오늘은 고통스럽고, 그 고통스러운 하루하루가 쌓여 정작 인지적 성취는 멀리 도망가고 만다. 아이들은 오늘 하루하루 일거수일투족이 행복해야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고, 그 결과로 인지적인 성취를 이룰 수 있다. 초보엄마들은 이 중요한 순서를 잊지 않기를 당부하고 싶다.

인간의 두뇌는 수정되는 순간부터 태내기에 가장 급격한 발달을 이루고, 출생 후 2세까지 영아기에 뇌의 크기와 무게가 급등하여 5-6세경에는 성인 두뇌의 90% 정도로 성장한다. 이 때의 두뇌발달은 해부학적으로 외형을 갖추어 성장하는 것을 의미하며, 실제로 엄마들이 생각하는 지능발달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진정한 지능발달은 시냅스(synapse)의 발달로 이어지고, 시냅스가 정차 정교해지고 그 밀도가 높아지면서 인지적 전략을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발달하는 것을 말한다. 정교한 시냅스의 발달은 해부학적인 두뇌발달에 후차적인 수순으로 이루어진다.

두뇌는 3층으로 구성되어 1-2-3층의 순차적인 발달을 이룬다. 순차적인 발달이란 생후 초기부터 성장함에 따라 필요한 욕구가 달라지듯이, 시기별로 그 욕구를 충족함에 따라 발달이 이뤄짐을 뜻한다. 즉, 뇌발달의 수순은 욕구의 발달 수순과 동시적으로 충족돼야 한다는 말이다. 1층이 발달하지 않고는 2-3층의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고, 계속 1층뇌의 충족만을 추구하려는 증상을 나타낸다.

1층뇌는 생명을 관장하는 뇌간으로, 이른바 ‘생명뇌’라고 일컫는다. 뇌간은 태내기에서부터 생후 초기에 급성장하는데, ‘생명뇌’라고 일컫는 이유는 자기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욕구가 충족돼야 비로소 건강하게 발달하기 때문이다. 태아 때부터 엄마의 사랑을 느끼고, 영양을 공급받으면서 1층뇌는 성장하고, 생후에는 엄마로부터 수유받고 재워지고 미소 띤 얼굴을 바라보면서 안정감을 느낀다. 이러한 안정감에서 ‘아, 내가 이 사람 옆에 붙어 있으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엄마는 아기의 생리적인 욕구와 생명존속의 안전한 울타리가 돼주기 때문에, 아기의 1층뇌를 발달시킬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엄마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수유와 수면을 편하게 못하는 아기는 ‘아, 내가 이 사람 옆에 붙어 있어서는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겠구나’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아기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에, 1층뇌는 부실해진다. 그 결과 아기는 1층뇌가 발달하는 연령이 지나서도 지속적으로 식탐을 드러낸다. 1층뇌에서 결핍된 욕구를 지속적으로 충족시키려고 강한 식욕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엄마가 아기를 따뜻하게 품에 안고 어루만지면서 먹이고 재우는 애정적인 양육행동이 있어야 1층뇌는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다.

2층뇌는 감정과 정서를 관장하는 변연계로, 이른바 ‘감정뇌’라고 일컫는다. 변연계는 감정을 조절하는 뇌로, ‘감정뇌’라고 일컫는 이유는 엄마로부터 정서적 지지와 칭찬, 격려 등의 공감이 충족되어야 비로소 건강하게 발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엄마와 눈빛교감을 하고 옹알이를 시작하면서 아기는 엄마와 정서적 교류를 시도한다. 엄마와 애정적인 교류를 나누면서 아기는 ‘아,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구나. 내가 이 집에서 소중한 존재구나’ 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아기는 온몸으로 엄마를 부른다. 그러면 엄마는 곧장 아기에게 다가와서 아기의 필요를 채워주고 사랑해주기 때문에, 2층뇌를 발달시킬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엄마가 아기의 정서에 교감해주지 못하면 아기는 슬퍼진다. 아기가 울어서 달려가보니, 아기가 심심하다고 칭얼댄다. 엄마랑 놀고 싶은 아기의 마음은 무시하고, “왜 울어? 시끄럽게, 엄마 힘들어 죽겠는데, 조용히 하고 자” 라면서 휭 하니 자리를 떠나버린다면, 아기는 두려움을 느낀다. ‘아, 이 사람은 나를 싫어하는구나. 나는 이 집에서 쓸모없는 존재구나’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아기의 정서적 지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에 2층뇌는 부실해진다. 그 결과 아기는 이기성과 공격성을 드러낸다. 아무도 나를 챙겨주지 않기 때문에, 내가 나를 챙길 수밖에 없고, 엄마에게 화가 난 심정을 또래에게 공격성으로 나타낸다. 그러므로 엄마가 아기의 정서적 표현, 특히 부정적인 감정에 공감하고 진정어린 스킨십을 나누는 양육행동이 있어야 2층뇌는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다.

3층뇌는 진정한 지능발달을 이루고 학습을 가능케 하는 부위로, 엄마들의 관심이 가장 많은 영역이다. 다음 글에서는 3층뇌를 지능발달의 차원에서 다루고자 한다.

*칼럼니스트 이기선은 동덕여대에서 아동학(학석박사)을 공부하고, 메가원격평생교육원 아동학과 교수, 동덕여대와 서울한영대학교 대학원 외래교수, 학교 밖에서는 부모교육전문가로, 함께하는아버지들의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자녀와 싸우지 마라」, 「꼬마영웅 레니」, 저서로는 「봄의 요정 보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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