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무더위 속 아이 엄마들에게는 내리쬐는 태양보다 무섭다는 그 기간이 찾아왔다. 어린이집, 유치원 등 보육기관에서 일주일가량 실시하고 있는 ‘여름방학’.
벌써 몇 주 전부터 엄마들은 ‘방학 때 뭐하고 놀아주지, 뭘 만들어 먹여야 하지’가 대화의 주 내용이었고 한참 극성수기인 아이들 방학 시기에는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가까운 워터파크 하루 놀러 가는 것조차 어렵다고 걱정하듯 말하기도 했다. 딱히 아이의 방학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던 나도 덩달아 긴장되는 것은 마찬가지. 올해 봄, 처음으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 시키고 종종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한 주씩 쉬어왔던 터라 그깟 일주일 함께 지내는 것이 무어 그리 어려우랴 생각했는데 지난달 아니 어제와 다르게 성장 중인 아이는 요즘 그 뙤약볕에도 나가 놀고 싶어 안달이다. 뿐만 아니라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니 사이사이 간식을 먹이는데도 불구하고 돌아서면 배고프다는 아이의 배꼽시계에 맞춰주려면 종일 부엌에 있어도 모자랄 정도이다. 말도 늘고, 고집도 늘고,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도 늘어버린 아이와 하루 종일 먹이고 놀아주다 보면 차라리 누워서 빽빽 울기나 하던 신생아 시절이 그립다 싶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이쯤 되니 나도 방학이 슬슬 두려워진다.
물론 주말, 공휴일을 제외하면 힘들어도 제대로 쉴 틈 한번 없이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보육 교사 분들께 분명 일주일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라 한없이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나도 힘든 내 아이를 돌봐주시는 선생님들의 노고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아이의 방학 기간 공지와 동시에 엄마들의 어쩔 수 없는 한숨 또한 늘었다. 표현이 조금 과장되었을지 모르겠지만 하필 그 방학이라는 시기가 대부분 같은 기간이어서 아이들과 갈만한 전국의 모든 곳은 이미 포화 상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쩌다 자리가 나거나 예약 가능한 상황이 발생하면 평소에 두 배가 훨씬 넘는 돈을 지불하고라도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잘은 모르겠지만 유독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문제인 것 같아 언젠가 반드시 제도적인 정리가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방학이 두려운 건 어쩌면 아이와 함께 보낼 긴 시간보다 그 시간을 위해 할애해야 하는 과소비, 교통체증, 기다림 등이 얽힌 복합적인 문제가 아닐지! 아이와 온종일 집에서 알차게 놀아줄 수만 있다면야 두말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한참 에너지 넘치고 호기심 많은 아이들을 방학 내내 덥다고 집안에만 둘 수도 없는 노릇인 부모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감한 사안이다.
등원하러 가는 길, 오늘도 아침부터 아스팔트 사이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열기가 예사롭지 않은 더위를 예고하는데 아이는 느닷없이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개미 관찰에 열중이다. 엄마의 시간은 늘 조급한데 아이의 시간은 왜 이리 더디게만 가는지. 그렇게 너는 기다리고 엄마는 두려운 여름방학! 내 아이를 내가 돌보는 것은 처음부터 당연한 일이었고, 방학을 통해 아이와 모처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건 사실 의미 있는 일이다. 다만 엄마도 아이도 방학을 무슨 행사 치르듯 쫓기지 않게 좀 더 여유 있는 선택의 시간, 그리고 기회로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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