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교사들에게 가혹한 이 세상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가혹한 이 세상
  • 김소희 기자
  • 승인 2012.06.0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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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사 청책 워크숍...쌓아둔 불만 '폭발' 8시간 근로시간 보장 안되고, 월급도 쥐꼬리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보육교사들의 애로사항 및 건의사항 수렴을 위한 보육교사 청책 워크숍'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보육정보센터에서 직장, 국공립, 민간, 가정어린이집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보육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보육교사들의 애로사항 및 건의사항 수렴을 위한 보육교사 청책 워크숍'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보육정보센터에서 직장, 국공립, 민간, 가정어린이집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보육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지금까지 보육교사 처우개선에 대해 보육교사가 직접 나서지 못한 건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다. 보육교사들이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보육교사들도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보육교사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서울시가 직접 나섰다.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서울시 보육정보센터 회의실에서는 그동안 열악한 근무환경에서도 묵묵히 일만 해오던 보육교사들을 위한 ‘보육교사 청책워크숍’이 진행됐다. 이번 청책워크숍은 실제 보육 현장에서 일하며 느낀 어려움과 건의사항들을 보육교사들로부터 직접 들어보기 위해 서울시가 마련한 자리로, 국공립ㆍ민간ㆍ직장ㆍ가정 어린이집 교사 29명이 참석했다.

 

본격적인 토론 전에 조현옥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어린이집의 질을 높이는 것 중에 하나가 보육교사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다. 보육교사가 행복하고 편해야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며 청책워크숍의 취지를 밝혔다. 이어 “원장이 아닌 보육교사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으니 처우 개선은 물론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집 발전방향에 대해 함께 모색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 보람은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울상

 

이날 청책워크숍에 참석한 보육교사 모두가 경제적인 면에서 어려움이 크다면서 ‘업무에 부합하는 수당 지급’, ‘현실적인 호봉체계 마련’ 등의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보육교사들은 국공립어린이집, 민간어린이집 등 소속 구분없이 “안심모니터링단, 평가인증 등이 너무 많아 야근이 생활화됐다. 하지만 그에 대한 수당은 지급되지 않고 있다. 시간 외 수당이 지급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육교사 호봉 자체가 너무 낮게 책정돼 있다. 현실적인 인상이 필요하다. 이 때 호봉을 경력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한 보육교사도 있으니 다양한 평가지표를 마련해 책정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이외에도 보육교사들은 “이직을 하면 이직 2개월 후부터 처우개선비를 지원해주는데 그 공백이 상당히 크다.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원의 재량이라는 말이 많은데, 보육교사가 체감할 수 있도록 강제성을 가져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졌으면 한다”, “담당 연령에 따라 처우개선비를 다르게 주지 말고 동등하게 지급해줘야 한다” 등의 건의사항을 쏟아냈다.

 

◇ 보육시간과 근로시간의 괴리

 

근로기준법에는 ‘1일 8시간’으로 법정근로시간이 지정돼 있지만, 영유아보육법에는 ‘12시간 보육’이 명시돼 있다. 두 법률이 상충하고 있지만 초과근무수당도 지급하지 않는 등 정부 대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8시간과 12시간 사이에서 보육교사는 지쳐갈 수밖에 없는 것.

 

보육교사들은 “어린이집 교사는 시간연장 교사나 비담임 교사가 있지만 주 6일제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있는데 퇴근하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 혹시 사고라도 발생하면 다 담임교사의 책임이다. 보육시간 자체를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이구동성으로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 민간어린이집 보육교사는 “말로는 반일제, 종일제라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종일반을 기준으로 원을 운영하고 있다. 차등적으로 시간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비담임교사, 보육도우미 등이 있지만, 보육교사의 업무가 줄어들진 않아 더 지친다”, “보육교사 퇴직 시에는 근무하는 시간이 더 늘어나고 결국 1일 보육시간인 12시간도 초과하니 대체교사를 바로 배정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등의 의견들이 나왔다.

 

◇ 중구난방 서식과 허점 많은 체계

 

한 가정어린이집 보육교사는 “가정어린이집은 다른 유형보다 원장의 재량권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원장이 좋다고 생각하면 그에 따라 서식이나 체계를 바꾸는데, 보육정보센터에서 아동인원 또는 유형에 따른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보육교사는 “서류작성 및 보고체계가 너무 제각각이다. 원감이나 주임 등에 대한 호칭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서류작성 담당자를 배치해 총괄하든지 각 유형별로 통일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어린이집 대기등록도 무제한으로 돼 있어서 원아모집 때는 전화하고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갈 정도다. 등록제한을 주면 전화하는 시간을 아이들에게 더 투자할 수 있다고 본다. 제대로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건의했다.

 

◇ 보육교사의 인권(여성권) 보호

 

보육교사 중에 남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육교사의 대부분이 여성인 현실이다. 이날 참석한 보육교사 29명도 모두 여성이었다. 이들은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면서 여성의 권리를 누리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 직장어린이집 보육교사는 “보육교사이기 전에 여성이기도 하다. 매달 생리할 때마다 힘들다. 이에 대해 수당을 지급해주거나 휴가를 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한 국공립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왜 우리의 권리에 대해 원장이 배우는지 모르겠다. 보육교사가 직접 처우나 인권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보육교사들이 직접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제공해줬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 서울시에서는 앞으로 이렇게!

 

서울시 황요한 보육담당관은 보육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 “서울시의 보육정책 1순위가 보육교사 처우 개선이다. 그래서 예산을 대폭 증액했는데 앞으로도 예산을 많이 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 현장에서 느낀 애로사항을 서울시 홈페이지 내 ‘원순 씨에게 바란다’에 올려주면 바로 확인하고 답변을 드리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시간외 수당(원칙적으로 시간외 수당은 원에서 지급)의 경우, 예산이 한정돼 있어서 보육교사 처우개선비로 대체한 것이다. 무상보육 실시에 따라 만 3~4세 담임교사의 수당이 내년에 월 30만 원 인상된다. 서울시는 내후년까지 유형과는 상관없이 전체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대체교사의 임금을 현실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황 담당관은 “행정서식이 상당한 것을 알고 있다. 이에 원장 등 합의 하에 서식을 간소화하려고 모색하고 있다. 조만간 그 결과가 나오면 각 어린이집 유형별로 나눠 배포할 예정”이라며 “평가인증과 서울형 인증 등 평가과정에서 중복된 사항은 최대한 배제하려고 하고 있고, 평가인증 고득점 어린이집에 대해 지도점검 면제 등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육시간과 근로시간의 이중적 구조로 힘들어하는데, 현재 반일반과 종일반으로 나눴다. 반일반을 기준으로 하되 부모가 직장에 다니거나 병원에 입원하는 등 종일 케어가 필요할 때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입소 대기 시스템 개선을 위해 TF팀을 구성했다. 현재 지원 어린이집 개수를 제한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 중”이라고 소개했다.

 

황 담당관은 “유치원 교사와 어린이집 교사에 대한 태도에 대해서는 개선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며 “가이드라인, 대체교사 홍보물 등에 대해서는 제작단계다. 소규모 시설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보육교사 인식ㆍ권리교육 등은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계획하고 있는 단계로 올해부터 추진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통합시스템 개선 등 서울시가 수용하고 개선할 수 있는 점에 대해 적극 받아들이고, 교사대아동 비율 등 서울시의 소관이 아닌 사항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에 적극 건의하겠다. 보육교사의 행복이 아이의 행복으로 직결되는 만큼 오늘과 같은 자리를 자주 만들어 이야기를 듣겠다”고 전했다.

 

조현옥 실장은 “주 5일제 8시간 근무, 육아휴직, 교육기회 등 법적인 제도는 마련됐으나 현실이 열악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원은 물론 시에서도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며 “우선 순위가 그동안은 아이였다면 이제부터는 보육교사 처우로 전향했다. 한정된 재원이라서 최대한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유형별로 매뉴얼을 만들면 임의결정이 줄어들 것이다. 앞으로 ‘보육 신문고’를 개설해 보육교사들이 마음 놓고 털어놓을 수 있는 창구를 만들 예정이다. 어떻게 하면 가장 합리적인 보육의 방법인가에 대한 연구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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