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유치원 입학 전쟁
[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유치원 입학 전쟁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18.10.2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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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 #교육설명회 #유치원 #입학 #국공립유치원 #사립유치원
유치원 입학. 전쟁이 아닌, 꿈과 희망의 출발점이 되길! ⓒ여상미<br>
유치원 입학. 전쟁이 아닌, 꿈과 희망의 출발점이 되길! ⓒ여상미

아직 오후에는 볕이 따뜻한 가을이다. 조금씩 찬바람이 불긴 해도 아이가 돌아다니기 힘든 추위는 아니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와 동네 놀이터를 비롯해 구석구석 산책을 다닌다.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한 아이의 손을 잡고 이것저것의 명칭, 쓰임새 등을 일러주다 보면 새삼 내가 정말 엄마가 되어가는구나 싶은 생각에 소소한 행복도 느낀다.

게다가 아이는 올해 초부터 다니기 시작한 어린이집에 꽤 적응을 잘해 나가고 있다. 엄마 입장에서는 얼마나 큰 시름을 덜게 된 일인지. 대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다섯 살 아이를 둔 같은 동네 친구에게서 급한 연락이 왔다. 내년부터 보낼 유치원 설명회에 가야 하는데 설명회 날짜가 모두 같은 날이라는 것이다. 본인이 마음에 두고 있는 몇 군데의 유치원 설명회가 하필 같은 날짜라 자신이 전부 참석할 수 없으니 대리 참석을 부탁하는 연락이었다.

어차피 나도 곧 겪어야 할 일이니 미리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흔쾌히 동네 유치원 설명회에 참석했다. 설명회와 동시에 입학 추첨도 진행한다고 했다. 나의 손에 친구 아들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비장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당 유치원 설명회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주눅이 들었기 때문이다.

설명회에 모여든 어마어마한 인파, 그리고 내가 상상조차 못했던 행사 규모에 너무 당황한 나머지 내가 무엇을 하러 여기에 왔나 깜빡 잊어버릴 정도였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인기가 많은 사립 유치원들이 동시에 설명회와 입학 추첨을 진행하는 통에 설명회 대리 아르바이트까지 고용한다고 했다. 아직 아이가 어린 나에게는 별천지 같은 세상이었다.

그 뒤, 같은 이유로 몇 군데 유치원 설명회를 더 다녀오게 되었다. 다녀온 곳 모두 진행 방식은 비슷했다. 원장 및 선생님들의 약력 소개와 인사를 시작으로 유치원의 특∙장점 소개, 수업 커리큘럼 안내 등. 그 모든 자료를 여느 기업의 프레젠테이션 못지않게 발표하는데, 갈 때마다 듣다 보면 여기에 꼭 보내야 할 것 같은, 알 수 없는 신뢰가 생겨날 정도의 전문성과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더라.

유치원 비리 문제로 여론이 연일 뜨겁다. 정부는 사립 유치원 단체에 국가회계관리시스템 에듀파인 적용과 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 참여를 촉구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유치원 비리 문제로 여론이 연일 뜨겁다. 정부는 사립 유치원 단체에 국가회계관리시스템 에듀파인 적용과 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 참여를 촉구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 사교육 전쟁은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시작된 것 아닌지

돌이켜보면 그들은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라기보다 마치 마케팅 회사에서 철저히 교육받은 영업사원 같았다고 할까? 그것이 꼭 나쁘다기보다는 지나치게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생각과, 이러한 현실에 벌써부터 아이를 내보내야 하나 싶은 마음에 막연한 두려움마저 들었다.

최근 전국 유치원 비리 리스트 사건이 터졌다. 그리고 어느덧 나도 아이 유치원을 고민해야 하는 학부모가 되었다. 그런데 이번 일을 계기로 무언가 크게 변한다면 모르겠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열리는 사립 유치원 설명회의 규모들을 보면 그 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럼 국∙공립 유치원은 괜찮은 걸까? 내가 사는 지역은 신도시여서 그런지 국∙공립 유치원의 수도 많지 않고, 보낼 수 있다 해도 통학차량이 없거나, 방학이 너무 길거나(맞벌이 부부에게는 가장 큰 단점이다), 저렴한 교육비와 질 높은 공교육이라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학이 복권에 당첨되는 수준의 확률이라 하니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벌써 근처에 새로 생긴 유치원만 해도 몇 군데인데 입학 추첨에서 떨어지는 아이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나도 덜컥 불안한 마음에 미리부터 최선책과 차선책을 고민하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국∙공립 유치원은 찾아보기 힘들고 사립 유치원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며 입학을 시키려 해도 추첨에서 떨어지면 그만인, 아이러니한 현실!

이쯤 되면 우리나라의 사교육 전쟁은 대학에 가기 위한 대입, 중∙고등학생들의 과외나 학원뿐만 아니라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시작된 것은 아닌지. 갑자기 전쟁터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엄마는 정신이 아득해진다.

아직 낙엽도 채 지지 않은 가을인데 내년, 혹 그다음에 있을 입학을 걱정하느라 오늘 우리 아이가 한 뼘 더 자란 모습을 마냥 기뻐할 수 없으니 너무나 씁쓸한 현실이다. 부디 많은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유치원 시스템이 속히 정상화되어 우리 아이가 교육을 받게 될 미래에는 전쟁이 아닌, 희망과 꿈으로 가득한 입학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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